수출-투자-소비는 뒷걸음… 불안한 ‘재정 주도 성장’

이건혁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0-01-23 03:00:00 수정 2020-01-2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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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성장률 2.0% 턱걸이
4분기 추경-복지지출 늘려 깜짝 반등… 정부 기여도 1.5%P로 민간의 3배
민간 부진에도 정부는 “선방” 자평


지난해 한국 경제가 받은 ‘경제성장률 2.0%’는 사실상 정부가 만들어낸 숫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 투자, 소비 등 민간 부문의 부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4분기(10∼12월) 정부의 재정 집중 투입으로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1.2%로 나타났다. ‘깜짝 성장’이었다. 분기별 성장률로는 2017년 3분기(7∼9월·1.5%)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0.4%로 집계됐을 때만 해도 ‘연 2%대 성장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4분기 성장률이 급등하며 2.0%를 맞췄다.

성장률이 반등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나랏돈을 풀어 이뤄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본격 투입되고 남은 예산 사용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1.2% 중 1.0%포인트를 차지했다. 3분기 6.0% 감소한 건설투자는 4분기 6.3% 증가하며 급반전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 지출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투자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복지 분야 지출 증가세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 부문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4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1%로 역성장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연간 기준으로 각각 ―3.3%, ―8.1%로 뒷걸음쳤고 민간 소비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불안한 ‘재정 주도 성장’에도 정부는 “반등의 발판을 만들었다” “차선의 선방”이라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9개 분기 만에 가장 높았고, 민간 부문도 2개 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간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정 투입을 통해 성장률을 끼워 맞추는 방식이 계속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성장률 전망을 3.4%에서 3.3%로 낮추며 무역전쟁 우려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살아날지 불확실하며 기업과 가계의 심리가 개선될지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약 3만2000달러로 추정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늘어났지만 연간 원-달러 환율이 5% 안팎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며 2018년 3만3434달러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건혁 gun@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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