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고민할 때, 적당주의 버려라”

신희철 기자

입력 2020-01-17 03:00 수정 2020-0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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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새 임원과의 미팅서 30분간 쓴소리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입을 열자 100여 명의 롯데 임원은 마른 침을 삼켰다. 지난해 말 인사 이후 신 회장과 새 임원들이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이기도 했다. 신 회장은 통상 VCM에서 새 임원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가벼운 농담도 던졌는데, 올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VCM에 참석한 한 임원은 “신 회장이 한 번도 웃지 않고 내내 진지한 표정이었다”면서 “그간 행사 중 가장 엄숙한 분위기여서 다들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작심한 듯 30여 분간 쓴소리를 이어갔다. 신 회장은 “우리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왔지만 오늘날도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신 회장 지적대로 롯데그룹의 두 축인 유통과 화학부문은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1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이커머스 등 5개 사업부의 통합법인인 롯데쇼핑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6년 24조1143억 원, 9404억 원에서 2018년 17조8208억 원, 5970억 원으로 하락했다. 온라인 시장 확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더 떨어진 17조7379억 원, 5632억 원으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 역시 수익성이 악화하며 2016년 2조5443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2018년 1조9674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러한 실적을 감안한 듯 신 회장은 예년과 다른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님이 부인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는데 나도 그런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경제 상황은 과거 우리가 극복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저성장이 뉴 노멀이 된 지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위닝 컬처(Winning Culture)’가 조직 내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열정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단행한 대규모 인사도 언급하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인사의 후속 조치는 각 사업부문별로 이뤄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본사 인력을 10%가량 줄여 현장으로 보내는 조직 개편을 14일 단행했다. 아울러 롯데쇼핑 내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헤드쿼터(HQ) 조직을 만들어 기획·경영지원·준법지원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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