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청년주택정책 ‘허울’ 뿐?…저소득층 혜택 적어

뉴시스

입력 2019-09-17 16:25:00 수정 2019-09-17 16: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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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청년주택 '시세 비슷해'…도마 올라
주변 시세 대비 30% 공공임대…10% 불과
민간사업자 맡겨 한계…"원점 재검토해야"



청년 주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역세권 청년주택이 첫 입주자모집을 시작했지만, 높은 임대료로 정작 저소득층 청년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여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충정로역과 강변역 인근 역세권 청년주택 583가구에 대한 청약접수를 시작한다. 충정로 인근에서 총 499가구(공공 49가구·민간 450가구), 강변역 인근에서 84가구(공공 18가구·민간 66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시가 직접 공급하는 공공임대 67가구는 주변 시세 30% 수준으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책정된다. 민간이 공급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 516가구 중 약 20%에 해당하는 103가구는 주변시세 85% 수준에서 특별공급 된다. 나머지는 95% 수준에서 일반공급 된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절차 간소화, 건설자금 지원 등을 제공하면 민간사업자가 역세권에 주거면적 100%를 임대주택(공공·민간)으로 지어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서민·청년층 대상 공적임대주택 24만호 공급을 목표로 지난해 2월 서울시가 발표한 ‘공적임대주택 5개년(2018~2022년) 공급계획’ 중 하나다.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물량은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인 14만5000호를 2030 청년세대에게 공급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에 따라 당초 5만호에서 8만호로 확대 조정됐다. 이중 1인 가구 청년에게 배당되는 공급물량은 5만6000호나 된다.

그러나 첫발을 뗀 역세권 청년주택의 뚜껑을 열어보니, 전체 가구수의 90%에 달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공급돼 저소득층 청년은 혜택을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청약접수를 진행하는 충정로역 인근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지원민간임대(공공임대 제외) 일반공급분의 임대료는 보증금 3640만원~1억1280만원, 월세 29만원~78만원으로 책정됐다. 예컨대 96가구를 공급하는 주거 전용면적 54㎡의 경우 임대보증금 비율 30%일 때 보증금 4695만원, 월세 43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충정로역 인근 A중개업소는 “신축 오피스텔 계약면적 기준인 전용면적 약 26㎡의 경우 보통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이 시세라고 보면 되는데, 청년주택 임대료는 시세와 비슷해 보인다”며 “집 없는 청년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보증금 3000만~4000만원에 월세 30만~40만원은 싼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평균 오피스텔 임대료와 비교해봤을 때도 비슷한 수준이다.

직방이 오피스텔 등의 월세 실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는 전용 20㎡이하 보증금 2723만원, 월세 44.36만원, 전용 20~30㎡이하 보증금 2947만원, 월세 51.65만원, 전용 30~40㎡이하 보증금 3707만원, 월세 61.65만원이었다.

전용 30㎡이하의 경우 역세권 청년주택이 서울 평균 오피스텔보다 보증금은 높고 월세는 낮지만, 전용 30~40㎡이하는 보증금과 월세 모두 높게 책정돼 있다.

흔히 ‘원룸’이라고 불리는 단독·다가구와 비교해보면 역세권 청년주택 임대료는 훨씬 높게 느껴진다. 계약면적 20~30㎡이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단독·다가구에 비해 보증금은 두 배 이상 월세는 10만원 이상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30~40㎡이하는 보증금은 최대 3배 이상, 월세는 20만원 이상 높다.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통해 “역세권 청년주택은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 수준인 공공임대와 주변 시세의 85% 수준인 민간 특별공급, 주변 시세의 95% 수준인 민간 일반공급분이 있으며 일반공급분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편향된 비교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공급물량의 10분의 1뿐이다. 충정로역 인근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전체 499가구 중 보증금 1656만원, 월세 7만원을 내는 대학생 계층 대상 공공임대주택은 단 13가구였다. 보증금 1912만원, 월세 8만원을 내는 청년 계층 대상 주택은 17가구다. 신혼부부가 아닌 청년들이 충정로역 인근에서 ‘원룸’보다 저렴하게 공공임대주택에 머무르려면 30명 안에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임대의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라 민간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을 받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90%에 달하는 민간지원공공임대 공급물량은 한국감정원 시세를 바탕으로 임대료가 책정된다. 애초에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공급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청년들을 기만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역세권 청년주택은 민간사업자가 민간택지를 수용해서 매입해서 갖고 오면 그걸 용도변경 해주고 용적률 올려주고 자금지원해주는 정책인데 공공임대는 얼마 없다”며 “공공이 주도로 해야 하는데 민간에게 권한을 다 주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보에 실패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저소득층 청년이 아닌 중산층 청년에게 더 좋은 주택을 주는 게 서울시 역할은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고, 서울시가 직접 그 땅을 매입해 공공임대 100%를 채우는 게 서울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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