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수 28만명 늘었지만… 실업자수 113만명 20년만에 최악

세종=김준일 기자

입력 2019-07-11 03:00 수정 2019-07-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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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6월 고용동향’ 발표
‘일자리 사업’ 60대 취업 37만명↑… 3040세대는 20개월 연속 하락
고용원 둔 자영업자 7개월째 감소



6월 기준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였던 반면 같은 달 기준 실업률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재정 투입 효과에 따라 공공 부문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고 있지만, 실업자도 함께 증가해 고용시장에 청신호와 적신호가 함께 들어온 셈이다.

일단 정부는 고용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허리격인 3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2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에 이어 금융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 고용률 실업률 동시 상승


10일 통계청이 내놓은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40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만1000명 늘었다. 지난해 1월(33만4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며 두 달 연속 20만 명대 증가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2%로, 6월을 기준으로 1989년 이후 가장 높았다. 기획재정부는 “상용자 취업자가 증가하고, 청년고용이 개선되는 등 고용의 질이 좋아지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6월 기준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실업자는 11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3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4%로 같은 기간 0.3%포인트 올랐다. 구직자는 많지만 고용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반된 지표는 정부가 재정 투입으로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고는 있지만 민간 고용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일자리 사업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연령대인 60대 이상의 지난달 취업자 수는 37만2000명 늘었다. 반면 40대 취업자 수는 18만2000명 줄어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째 10만 명대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40대 취업자 수 감소를 주로 인구구조 변화로 설명한다. 하지만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 감소 폭(18만2000명)은 40대 인구 감소 폭 16만 명보다 컸다. 민간 기업의 고용여력이 살아나지 않는 한 40대 취업난을 해소하기 힘든 구조다.

민간의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척도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8년 4월 이후 15개월째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까지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는 자동차와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것이었다. 올초부터 이 두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없었는데도 전반적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 조선업의 경우 올해 들어 취업자 수가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그 대신에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전기장비 부문에서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제조업 고용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직원 채용하기 힘든 자영업자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7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달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6월보다 12만6000명(7.8%) 줄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2월(―28만1000명)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고용의 질이 좋았다는 근거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줄어든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3만1000명 늘었다.

이런 흐름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일정 부분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직원을 채용하며 가게를 꾸리던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규 창업자들이 ‘나 홀로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에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혼재돼 있다 보니 신규 창업자들이 고용이 없는 분야에서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에 따른 전체적인 비용 증가 기조가 지속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함께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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