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2%대 정기예금 사라져… 그래도 뭉칫돈 계속 몰려

김형민 기자 , 신민기 기자

입력 2019-06-17 03:00 수정 2019-06-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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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못찾는 ‘돈맥경화’ 심화
금값 고공행진… 시장개설후 최고



직장인 오모 씨는 최근 1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이 만료돼 2500만 원가량의 목돈이 생겼다. 당초 해외 부동산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할 생각이었지만 최근 계획을 바꿨다.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증시가 불안해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데다, 앞으로 금리도 더 내려갈 것 같아 은행에 돈을 좀 더 맡겨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씨는 “비록 이자율은 낮지만 6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목돈을 넣어놓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 1%대의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 정기예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외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 확대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연 2%대 정기예금 상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이 최근 줄줄이 예금 금리를 낮춰왔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들어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01∼0.02%포인트 내렸다. 하나은행도 이달 초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20%포인트, 우리은행은 0.10%포인트 각각 인하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연 2%대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은 하나은행의 ‘N플러스 정기예금’이 유일하다.

이런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 정기예금에 점점 더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694조156억 원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717조6861억 원으로 늘었다.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잔액 역시 같은 기간 80조9623억 원에서 87조8814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지난달 말 현재 주식형펀드는 78조3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3000억 원 줄어드는 등 시중 여윳돈이 증시나 부동산 등 투자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값 역시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 원 이상 펀드의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13일 기준 금 펀드 11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5.03%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는 ―0.19%, 해외 주식형펀드는 ―0.25%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14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은 1g당 5만1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3월 KRX 금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다. 이는 연초(4만6240원)보다 11.1% 오른 것이다.

유상훈 신한 PWM압구정센터 PB팀장은 “시장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단기 예금 등에 돈을 묶어두거나 안전자산인 금 관련 상품에 투자한 뒤 상황을 지켜보려는 고객의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신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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