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수수로 달리는 車… 가속페달 밟자 시속 170km ‘슝’

동아일보

입력 2012-11-13 03:00 수정 2012-11-13 10:0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브라질서 출시 현대차 HB20 - HB20X 타보니


9일(현지 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주 피라시카바의 현대자동차 브라질 공장. 2.3km의 시험주행로를 현대차의 현지 전략 모델인 ‘HB20’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앞으로 현대차가 브라질 시장에 내놓는 모든 차는 험로(險路)와 원 선회코스, 경사로까지 갖추고 있는 이 트랙에서 성능 및 품질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브라질에서 출시된 소형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 HB20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HB20X’를 시승해 봤다.


○ 바이오에탄올-가솔린 함께 사용

시험주행로에 들어서자 HB20의 경쟁 모델인 폴크스바겐의 ‘골’이 눈에 들어왔다. 품질 담당인 에딜슨 카사레조 매니저는 “HB20을 출시하기 직전까지 골, 피아트의 ‘팔리오’와 수없이 비교 테스트하며 성능과 품질, 상품성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먼저 HB20에 1.6L급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얹은 모델을 시승했다. HB20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에탄올과 가솔린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퓨얼’ 시스템이다. 사탕수수 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에서는 플렉스퓨얼이 전체의 80∼90%를 차지한다.

트랙에 들어서자 비포장도로를 가정한 울퉁불퉁한 험로가 나타났다. 운전석에 상당한 진동이 왔지만 차는 방향성을 잃지 않고 똑바로 나갔다. 어른의 발목이 빠질 만한 구멍을 여러 개 뚫어 놓은 코스가 이어졌다. 차가 좌우로 흔들렸지만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의 도로 상황에 맞춰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을 최적화했고 차체 바닥도 높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쭉 뻗은 직진 구간. 수동기어를 4단으로 올리며 가속페달을 밟자 제법 강하게 치고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에탄올은 연료소비효율이 떨어지고 낮은 기온에서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값이 가솔린보다 약 30% 싸고 출력도 높다. 가솔린을 넣은 HB20은 최고 출력이 122마력이지만 에탄올을 쓰면 128마력으로 올라간다. 시속 170km까지 가속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비바람이 심했지만 안정감과 정숙함은 나무랄 데 없었다. 가파른 커브길을 공략할 때의 재미도 쏠쏠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지만 플라스틱이나 우레탄 같은 싼 소재가 다소 거슬렸다.

현대차의 첫 소형 SUV인 HB20X는 실내 공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했고, 고급스러웠다. 같은 엔진을 탑재한 4단 자동변속기 모델을 시승했는데 다소 느린 가속 능력이 아쉬웠지만 변속감은 매끄러웠다.


○ 브라질 시장 ‘품질로 공략’


시승 후 HB20의 출고 전 검사 과정을 살펴봤다. 직원들은 차의 문과 창문을 여닫아 보고 소음, 누수는 물론 시험주행 후 차를 띄워 바닥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했다.

HB20은 엄밀히 말하면 성능에 비해 비싼 편이다. 동급 폴크스바겐 모델보다도 10∼15% 비싸다. 브라질에서 고급차 브랜드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현대차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 대신 품질에 공을 들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HB20은 브라질에서 처음 만드는 중요한 차인 만큼 품질이 완벽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출고 담당 안드레아 드 폴라 씨는 “모든 검사를 통과했다는 확인이 없으면 차는 공장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HB20을 시작으로 다양한 모델을 추가해 브라질 선두 업체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피라시카바(브라질)=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