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이헌재 사이 나빠 대우그룹 망해”

동아일보

입력 2012-03-24 03:00:00 수정 2012-03-24 10: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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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일 前구조조정본부장 대행
“한국반도체 인수 문제로 틀어져 DJ정부 금융위 수장 될때 불안”


“DJ(김대중) 정부 때 이헌재 씨가 금융감독위원회의 수장(首長)이 되는 것을 보고 불안감이 들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사이가 틀어진 이 씨가 그룹의 운명에 좋지 않은 역할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1980년대 초반 대우통신 상무로 일할 때 김우중 전 회장과 사이가 악화됐고, 이것이 대우그룹 해체를 가속화했다는 ‘대우맨’의 주장이 나왔다.

대우그룹 해체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대행이었던 김우일 대우M&A 대표(사진)는 대우맨들의 회고록 ‘대우는 왜’ 출간을 계기로 이같이 주장하며 “우려했던 대로 정부는 (대우그룹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수수방관하기만 했다”고 23일 동아일보에 밝혀 왔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 전 부총리는 1982년 김 전 회장의 배려로 대우에 몸담았지만 1983년 경북 구미 한국반도체공장 인수건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이 전 부총리는 대우통신 상무로 일하면서 정부 소유의 한국반도체공장 인수 임무를 맡았다. 당시 김 대표는 기획조정실 대리로 이 전 부총리와 팀을 이뤄 일했다. 대우는 입찰에서 300억 원을 써내 경쟁사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낙찰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대우는 실사(實査) 결과 인수가치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정부에 계약취소를 통보했다. 문제는 이미 납부한 30억 원의 계약금이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총리에게 계약금을 돌려받으라는 미션을 부여했다. 이 전 부총리의 장인이 당시 진의종 국무총리였다는 점이 감안됐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 전 부총리는 1년간 이 일에 매달렸지만 끝내 돌려받을 수 없었고, 결국 대우를 떠났다. 김 대표는 “이 일 때문에 이 전 부총리가 대우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됐을 것”이라며 “1990년대 후반 구조조정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가 요구했던 ‘부채비율 200%’ 한도를 도저히 맞출 수 없어서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했다”고 말했다.

대우의 목을 죄어오는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금감위의 말 한마디에 순종하던 시절인데 대우를 도와주라는 말도, 돕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쳐다보기만 해 결국 대우호(號)가 침몰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대우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해외사업이 많아 환율 변동에 취약했다는 점 등을 들어 여러 차례 매달렸지만 (이 전 부총리는) 마치 대우가 망하기를 바라는 심정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부총리는 대우그룹의 해체에 대해 회고록을 통해 “대우는 시장원칙을 외면하고 뒤늦게 구조조정을 시작해 ‘연착륙’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팔 수 있는 것을 다 내놓았어도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어 필요한 돈을 얻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총리는 “대우를 부도내지 않기 위해 은행장들을 설득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협조받기 어려워졌고 1999년 4월이 되자 결국 한계가 왔다”고 회고록에 쓰기도 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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