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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위풍당당 ‘마세라티 르반떼’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06-27 10:17:00업데이트 2023-05-09 23:56:18
첫 대면에서 마세라티 르반떼는 무척 당당했다. 쩌렁쩌렁 특유의 우렁찬 소리는 주변을 압도했고, 자신을 드러내는 상징을 온 몸 곳곳에 박아 위용을 떨쳐댔다. 실전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선천적으로 지닌 폭발적인 힘도 과시했다. 르반떼와 체격이 비슷한 수준에서는 딱히 맞설 상대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감이었다.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든 6월, 일상에서 즐기는 ‘럭셔리 스포츠카’을 지향하는 마세라티가 지난해말 야심차게 내놓은 르반떼를 타고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부터 경기도 안양 및 파주를 왕복하는 200여km를 달렸다. 이 차는 마세라티 최초의 SUV 모델이다.

우선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큼지막한 ‘삼지창’이 눈에 들어왔다. 마세라티는 이 같은 상징을 보닛 끝에도 하나 넣고, 양쪽 뒷좌석 유리창 C필러에도 배치해 어디서든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표현했다.

전체적인 외관 형태는 여느 SUV처럼 곡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면 날카로운 면이 부각돼 차별화를 뒀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부터 후미등까지 이어지는 세련된 근육질 라인은 이 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 르반떼는 차체가 동급 SUV에 비해 낮게 설계돼 공기저항계수가 0.31까지 내려간다. 최적의 주행성능을 내기 위한 것이다.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마세라티만의 기풍이 드러난다. 탑승자의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천연가죽 버킷시트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고급스럽다. 마세라티는 차주를 위한 맞춤형 인테리어를 제공하고 있다. 시트 가죽은 28가지의 색상 조합이 가능하다. 대시보드, 핸들, 헤드라이닝 등을 개인 취향에 맞게 주문할 수 있다. 시승차량은 블랙과 레드의 조합으로 강령한 르반떼를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 여기에 우드트림을 곳곳에 대고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도어를 매끈하게 처리해 럭셔리 자동차의 정수를 보여준다. 오디오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바우어스 앤드 윌킨스(Bowers & Wilkins) 제품이다.

시승차인 르반떼 S는 3.0리터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1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5.2초에 불과하다. 안전최고속도는 264km/h다. 스티어링 휠에 붙어 있는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평상시 자동변속기로 달리다가 왼쪽 패들시프트를 1~2번 앞으로 당겨주면 가속페달을 더 밟지 않아도 차가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운전석에서 정면 왼쪽 아래에 있는 시동 버튼을 누르자 마세라티 엔진 배기음이 들려온다.‘마세라티 뮤직’이라고도 불리는 배기음은 출발 후 어느 정도까지는 낮고 깊은 바리톤의 기분 좋은 울림을 들려주다가, 점점 속도를 높이면 특유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울음을 토해냈다. 이런 음악에 가까운 소리를 ‘작곡’하기 위해 초기단계부터 전문 엔지니어는 물론 튜닝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까지 참여한다고 한다. 이런 배기음은 운전에 재미를 주는 요소로 다가왔다.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던 서울 시내 주행에서 르반떼는 달리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기 힘들어보였다. 엔진은 큰 숨 내쉬기를 반복하면서 질주할 준비가 됐다고 신호를 계속 보내왔지만 도리가 없었다.

고속도로에 오르자 주체가 안 될 정도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분풀이 하는 듯 엄청난 배기음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르반떼는 이 같은 달리기 성능을 토대로 육중한 차체를 시속 100km까지 차체를 가볍고 민첩하게 밀어냈고, 원하는 만큼 속도가 나가고 힘이 넘친다. ‘서킷의 제왕’ 페라리와 피를 나눈 형제답게 발군의 달리기 성능이었다. 순간 SUV가 아닌 스포츠세단을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굳이 스모츠모드로 바꿀 필요가 없었다.

코너에서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준다. 급격한 곡선 주로에서도 의도한 궤적보다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인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 않았다. 안정적인 주행은 에어스프링과 스카이훅 전자제어식 댐퍼가 적용된 서스펜션 시스템이 담당한다. 이 시스템은 전륜에 더블 위시본, 후륜에 멀티 링크 타입을 채용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50:50의 전후 무게 배분을 통해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한 핸들링을 구현했으며,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바탕으로 거친 길에서도 뛰어난 승차감과 핸들링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준다. 또한 차체의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게 설정할 수 있어 험로 주행도 대비했다. 소음도 수준급으로 잡아내 전체적으로 편안한 승차감 속에서 주행이 이뤄졌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6.4km로, 거친 주행을 마친 뒤 실제로 경험한 연비는 5km/ℓ가 조금 넘었다. 르반떼는 2가지 가솔린 모델과 1가지 디젤 모델 등 총 3가지 라인으로 구성된다. 판매 가격은 르반떼 디젤 1억1000만 원, 르반떼 1억1400만 원, 르반떼 S 1억4600만 원부터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