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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현실적인 위시리스트 ‘푸조 3008’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03-05 08:00:00업데이트 2023-05-10 02:28:35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서서히 점유율을 늘려가던 푸조는 지난해 드디어 정점을 찍었다. 업체들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성장(124%)이라는 기록을 남기면서 기분 좋게 한 해를 마감한 것이다.

특히 이 기간 푸조 SUV 라인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8은 개별소비세 인하와 각종 구매 혜택이 더해지면서 3998대나 팔렸고, 그보다 한 단계 상위 모델인 3008도(817대) 푸조 전체 판매량(7000대)의 11.7%를 담당했다.

이 같은 푸조 SUV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뛰어난 실용성이 큰 무기다. 이번에 시승한 ‘뉴 푸조 3008’ 역시 이 두 가지 요소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3008은 푸조의 중소형급 SUV 라인의 유일한 모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지난 2014년 2008의 등장으로 포지션이 어중간해졌지만, 판매 대수에는 큰 영향 없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푸조 3008 외관 디자인은 고양이과 동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크롬과 메탈 라인, 플라스틱 가니쉬, 고양이 눈매, 사자 발톱을 형상화한 라이드 시그니쳐가 인상적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하나씩 떼어보면 푸조 만의 예술적 감성이 묻어난다.
운전석에 앉자 가장 먼저 내비게이션 위치가 눈에 들어왔다. 내비게이션이 운전석에서 멀리 떨어져있어 허리를 굽히고 팔을 쭉 뻗어야지만 조작이 가능했던 것. 좌석 직물시트도 좀 낯설었다. 센터페시아와 콘솔로 이어지는 라인은 군더더기가 없다. 비대칭 구조에 일체형으로 구성됐고 위치를 높여 센터페시아 버튼 조작을 용이하게 했다. 실내는 널찍한 편이다. 높은 시트포지션 덕에 탁 트인 앞쪽 시야가 눈에 들어왔다. 파노라마 선루프도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2단으로 구성된 트렁크와 테일 게이트는 유용했고, 트렁크는 기본 512ℓ, 2열을 젖히면 1604ℓ까지 용량이 확대돼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었다.

시승한 3008에는 배기량 유로6가 적용된 1560cc 블루 HDi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120마력, 최대토크는 30.6kg.m이다. 푸조 3008은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가능한 토크와 출력을 전부 뽑아내 디젤차의 장점을 인지시켰다. 변속기는 EAT6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기존 MCP 변속기를 대신하고 있다. 그동안 푸조가 고집을 부렸던 MCP의 경우 수동변속기 기반이라 연비효율은 좋지만 기어 변속 시 출렁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시동을 켜고 본격적으로 3008 테스트에 나섰다. 용인-서울고속도로에 올라 시속 100km/h 지점 엔진 회전수를 확인해본 결과 1700rpm을 유지했다. 이때 변속기는 4단에 향했다. 가속은 부드럽게 진행됐지만 툭 치고나가는 맛은 덜했다.

실내에서 엔진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 시 부밍음도 거슬린 적은 없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적당하게 예열된 엔진 떨림도 안정을 찾았다. 다만 풍절음은 완벽히 잡아내지 못한 모습이다. 각기 다른 노면에 대응하는 차체는 부드럽다. 서스페션에 코일 스프링 대신 F1 등 경주 머신용 토션바가 적용돼 차체를 효과적으로 지탱한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경기도 화성의 일부 험로를 택해 주행을 이어갔다. 급격한 코너에서 끈질기게 접지력을 유지하는 하체가 듬직했다. 속도를 살려 방지턱을 넘어가도 금방 안정을 찾았다.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6대 4 비율로 300km 정도 달려본 이번 3008 연비는 14.5km/l. 차량 테스트를 위해 다소 과감한 주행이었지만 공인연비(14km/l)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차가 멈추면 엔진이 정지되고 주행을 시작하면 다시 작동하는 아이들링 시스템도 연료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3008은 3가지 트림으로 운영되고 가격은 3730만~4290만 원이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