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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그럼에도 불구하고 ‘폴크스바겐 신형 골프 R’

ev라운지
입력 2015-12-25 07:37:00업데이트 2023-05-10 03:00:43
“고속은 물론 저속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로 채워졌다. 굳이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지 않아도 충분히 경쾌하고 엔진과 배기음은 지속적으로 운전자를 자극한다. 여는 고성능 모델들처럼 화려한 면은 부족하지만 엔진에서 쏟아내는 강력한 힘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노력들이 골프 본연의 정체성을 재확인 시켰다”

지난 9월 폴크스바겐의 고성능 모델 ‘신형 골프 R’이 국내시장에 출시됐다. 앞서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7세대 골프의 퍼포먼스 모델 GTI와 GTD가 판매돼 왔으나 이 들보다 한 단계 위급인 신형 골프 R이 시장에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신형 골프 R의 출시와 함께 이른바 ‘디젤게이트’ 사태가 시작되며 제대로 된 마케팅은 불구하고 신차효과 또한 보지 못해 ‘불운의 스타’로 남게 된 부분은 아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형 골프 R은 폴크스바겐 마니아들에게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며 골프의 명실상부 ‘끝판왕’ 모델로써 분명한 존재 가치를 갖는다.

신차 소개에 앞서 골프 R의 역사를 살펴보면 현행 골프 R의 원조 격 모델 R32가 지난 2005년 5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출시 된 바 있다. 당시 R32는 250마력의 최대출력과 강력한 퍼포먼스로 강한 인상을 남겨왔다. 이후 6세대부터 이름을 R로 변경하고 엔진을 4기통 2.0리터로 바꾼 골프 R은 최대출력 270마력의 성능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다. 현행 7세대 신형 골프 R은 여기에 출력이 약 30마력 더 향상되고 각종 편의 및 안전 사양이 탑재됐다.
신형 골프 R의 외관은 강력한 퍼포먼스에 비해 다소 검소한 편이다. GTI와 GTD에 비해서도 눈에 띄는 독특한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다. 일반 골프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만을 소폭 변경하며 성능 향상에만 중점을 둔 모습이다.

전면부는 새롭게 디자인한 범퍼와 대형 공기 흡입구, R로고를 부착한 라디에이터 그릴로 일반 골프와 차별화 시켰다. 여기에 U자형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새롭게 디자인한 LED 주간주행등이 탑재됐다. 후면부는 검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후미등과 4개의 크롬 파이프가 적용된 듀얼 배기구로 골프 라인업에서도 차별화 됐다. 수평라인이 강조된 7세대 골프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신형 골프 R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했다.
실내는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 장식 등에 카본 소재가 대거 적용되고 곳곳에 푸른색 조명을 넣어 골프 R 특유의 고성능 이미지를 연출했다. 시트는 나파 카본 가죽의 스포츠 시트로 운전석만 전동으로 작동된다. 이밖에 푸른색 계기판, 3스포크 스티어링 휠, 8인치 대화면 터치스크린 등이 탑재됐다. 실내 곳곳에는 R로고를 넣어 차별화를 꾀한 부분도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신형 골프R의 디자인은 일반 골프와 비교해 고급스럽지만 실내외 곳곳에 간결함과 검소함이 여전한 모습은 5000만 원대 가격을 감안한다면 소비자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나뉠 부분이다.

신형 골프 R의 파워트레인은 2.0 TSI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292마력의 최고출력과 38.7kg.m의 강력한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특히 1900~5300rpm의 폭넓은 실용영역에서 발휘되는 강력한 최대토크는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습식 듀얼클러치 방식의 6단 DSG는 엔진의 힘을 고스란히 바퀴로 전달하며 동력손실을 최소화 했다. 여기에 최신형 4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MOTION)’이 변속기와 짝을 이뤄 어떠한 상황에서도 휠이 미끄러지거나 불안한 움직임을 원천 봉쇄 한다.
주행모드는 노멀, 레이스, 에코, 개별 등 4가지 선택이 가능하고 일반 골프와 동일한 변속기 주변 버튼을 통해 선택 가능하다. 각각의 주행모드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감각과 변속시점, 서스펜션의 감도가 적절히 변한다. 주목할 부분은 일반 골프와 달리 ‘레이스’ 모드가 새롭게 등장했다. 골프의 스포츠 모드 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엔진 토크를 최대로 활용하며 차급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특히 신형 골프 R은 7세대로 진화하며 보다 단단해진 차체와 서스펜션으로 운동성능이 향상된 부분이 주행성능에서 특징이다. 실제로 약 120km/h의 속력으로 주행 중 이어진 완만한 코너에서 천천히 감속 후 진입하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언더스티어와 함께 타이어가 비명을 질러야 할 시점에서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이는 고급 스포츠카에 장착되는 전자식 디퍼렌셜 록(XDS+) 기능이 탑재됐기 때문으로 급격한 코너에서 안쪽 바퀴의 제동력을 키워 언더스티어를 잡아주는 등 안정성을 높여준다.
이밖에도 신형 골프 R에는 다중 추돌 브레이크, 파크 파일럿, 오토 홀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피로경보 시스템 및 도난 경보 시스템이 기본으로 탑재돼 안전 운전을 적극 지원한다.

무엇보다 정지상태에서 5.1초 만에 100km/h에 도달하는 순발력과 높은 회전영역에서 발휘되는 풍부한 배기음은 신형 골프 R이 고성능 해치백의 전설을 잇기에 부족함 없는 실력을 보인다. 폴크스바겐 신형 골프 R의 국내 판매 가격은 519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