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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올란도의 진화…‘아빠’들을 매장으로 모실까?

ev라운지
입력 2015-10-27 14:32:00업데이트 2023-05-10 03:33:27
아빠는 만능 재주꾼이다. 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모든 척척 해내는 집안의 슈퍼맨이자 해결사다. 많은 아빠들은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한다. 그래서 차량을 선택할 때에도 본인 취향 보다는 가족을 먼저 고려한다. 특히 어린자녀가 있는 가정은 더 그렇다.

이런 ‘아빠차’는 무엇보다 안락하고 편해야 한다. 또한 식구들은 물론 무거운 짐을 싣고도 잘 달려야 한다. 그 중 쉐보레 올란도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모델 중 하나다. 화려하진 않지만 차량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고, 가격도 이에 걸맞기 때문이다. 시승을 통해 올란도 상품성을 자세히 알아봤다.

2016년형 올란도는 1.6 디젤엔진을 얹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1998cc에서 1598cc로 다운사이징 해 연비를 높였다. 이 엔진은 쉐보레 소형 SUV 트랙스에도 들어간다.

올란도의 첫인상은 듬직했다. 전체적으로는 박스카를 직사각형으로 길기 늘여놓은 형상이다. 미니밴과 SUV 디자인을 섞어놓은 독특한 디자인. 길이 4655mm, 높이 1635㎜, 폭 1835㎜, 휠베이스 2760㎜의 차체는 경쟁 모델 카렌스(4525㎜, 1805㎜, 1610㎜)보다 넉넉하다. 외관의 밋밋함은 ‘번트 코코넛’과 ‘블루 아이즈’ 색상 추가로 상쇄했다.

인테리어도 군더더기가 없다. 다만 초보적 수준의 계기판 트립 컴퓨터는 시대흐름에 뒤쳐진 느낌이다. 올란도는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이 확실히 분리된 느낌을 줄만큼 넉넉했다. 시트포지션은 낮지 않지만 높은 대시보드 덕분에 탑승객을 편안히 감싸는 안락함이 느껴졌다. 2·3열 시트는 접혀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시트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리클라이닝을 기본 적용됐다. 3열의 경우 무릎공간이 거의 나오지 않아 성인이 장시간 앉아 가기는 힘들다.

시승은 서울에서 전남 영암까지 갔다가 경기도 안양으로 되돌아오는 왕복 710km 코스. 고속과 도심 주행 비율은 8대2다.

디자인에서 풍기는 올란도의 투박한 이미지 때문에 주행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운행이 거듭될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시동을 걸자 엔진소리가 조용하다. ‘속삭이는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잘 소음이 잘 정리됐다. 쉐보레는 이번에 바뀐 엔진에 맞춰 진동과 소음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최고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32.6㎏·m를 내는 4기통 1.6 CDTi 디젤엔진은 초반 가속에서 충분히 힘을 발휘했다. 스포츠카처럼 힘있는 가속은 아니지만 꾸준히 속도를 올렸다. 시속 100㎞에 정속주행장치(크루즈컨트롤)를 맞추고 150㎞를 달려봤다. 장거리 주행에도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피로감은 적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오는 미묘한 속도변화에는 다소 거칠게 반응했다. 1800rpm을 유지하던 엔진회전수는 경사로에서 급박하게 올라갔고, 반대로 내리막 도로에서는 넘치는 속도를 주체하기 힘들어보였다. 다운사이징 엔진의 한계가 보였다.

서스펜션 셋팅은 과거에 비해 크게 진보했다. 2011년 처음 출시된 올란도는 단단한 서스펜션 덕택에 운전 재미는 좋았지만 승차감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올란도는 이런 단점이 확실히 보완했다. 또한 스티어링 휠도 운전자 의도대로 자연스럽고 빠르게 상황에 대처했다.

연료효율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12.0㎞/ℓ에서 12.5% 향상된 연비(13.5㎞/ℓ)는 반가운 변화다. 실제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주로 했을 때에는 약 19㎞/ℓ의 연비를 보여줬다. 고속 구간이 많았던 이번 시승 특성상 복합연비는 공인연비보다 높은 15㎞/ℓ를 웃돌았다.

올란도 가격은 2278만~2819만 원으로 카렌스 디젤(2265만~2486만 원)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조금 높다. 하지만 올란도는 판매량에서 약 11배의 월등한 차이를 보이며 카렌스를 압도하고 있다. 이는 실속파들이 올란도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