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폴크스바겐 골프 GTE “고도를 기다리며”

동아경제

입력 2015-04-24 09:18:00 수정 2015-04-25 14: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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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은 우리의 모든 이성을 무디게 하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에 등장하는 대사다. 극에 등장하는 2명의 부랑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50년 가까이 그를 기다린다. 어느덧 그들에게 나타나지도 않는 고도를 향한 기다림은 습관이 돼버린다. 인간의 삶을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끝없는 기다림 속에 나타난 존재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오르게 하는 자동차가 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을 출발해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를 왕복하는 약 70km의 거리를 폴크스바겐 골프 GTE를 타고 달렸다. 도심 한복판 교통정체를 기름 한 방울 태우지 않고 유령처럼 뚫고 나가고, 북악스카이웨이의 굽은 길을 날카로운 회칼로 베어내듯 달리며 배터리를 재충전했다. 고속화도로에 올라서는 가속페달을 마음껏 밟자 강력한 출력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됐다.

골프 GTE는 지난해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고, 올해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 첫 선을 보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가정용 전기나 외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 전기로 주행 가능하다.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작아 충전이 간편하고 시간도 짧으며 하이브리드처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동력을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장점이 있다.


폴크스바겐은 골프, 파사트, 파사트 바리안트 등 3종의 PHEV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는 골프 PHEV를 먼저 선보였는데, 아직 판매 시기는 미정이다. 이르면 내년 혹은 그 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폴크스바겐코리아 측 설명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 방실 이사는 “한국은 폴크스바겐이 전기차·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기 위해 선정한 18개 핵심국가 중 하나”라면서도 “전기차나 PHEV 도입은 충전 인프라 및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제대로 판매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모두 8종의 전기차, PHEV,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반시설이 마련되고 시장상황에 따라 곧 바로 투입 가능한 차종들이다. 이제야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량이 걸음마 단계에 있는 국내시장에서 PHEV는 낯설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비해 조금 다른 시스템을 갖춘 탓에 규정이 미비하고,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최근 포르쉐와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PHEV를 국내에 출시하거나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서울모터쇼 때 들여온 골프 GTE 역시 언론시승회가 끝나면 약 50일간의 우리나라 일정을 마무리하고 독일로 돌아간다. 그런 탓에 이날 8대의 시승차는 모두 임시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이 혁신적인 모델을 국내 도로에서 다시 만나게 될 그날을 기다리며 성능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위해 탄생한 폴크스바겐의 PHEV, 골프 GTE를 경험해 봤다.

먼저 디자인은 골프 GTI, GTD 등 GT라인업을 기반으로 전면에서 ‘C’ 모양의 주간주행등을 통해 차별화했다. 전기차 e-골프와 동일한 LED 듀얼 헤드램프를 사용해 친환경차 패밀리룩을 따르고 있으며, 실내외 곳곳은 GT라인업에서 붉은색으로 강조된 부분을 파란색으로 적용해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GT 기반의 고성능 이미지 역시 내려놓지 않았다. 후면은 짙은 붉은색 LED 리어라이트를 넣고 18인치 알로이 휠을 장착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실내는 스포츠 시트와 멀티 펑션 스포츠 스티어링 휠, 전자식 과급 장치인 e-부스트 등을 통해 달리는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파워트레인은 150마력의 4기통 1.4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에 8.7kWh 리튬이온배터리 팩의 전력을 사용하는 102마력의 전기모터가 더해졌다. 두 개의 동력원을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 DSG 변속기에 특별히 1개의 클러치를 더한 6단 DSG가 탑재됐다. 듀얼 클러치에 분리 클러치를 더한 독특한 방식의 변속기는 전기차의 효율과 내연기관의 역동성을 적절히 버무려주는 양념장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두 개의 동력을 사용하는 골프 GTE는 복합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35.7kg.m의 최대토크를 바탕으로 안전최고속도 222km/h,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7.6초에 도달하는 순발력을 자랑한다.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경우 최고 130km/h의 속력을 낼 수 있다. 충전방식은 전기차와 같다. 일반 가정용 콘센트에서도 충전이 가능하고 3시간 45분이면 완충된다. 차고나 공공 충전소의 경우는 2시간 15분에 완충된다.
주행모드는 총 5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효율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전기로만 움직이는 ‘E-모드’가 먼저 활성화된다. 계기판에는 배터리 모양의 아이콘과 함께 50km 주행 가능 표시가 보인다. 외부 온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배터리 완충 시 전기로만 움직일 수 있는 가능거리다. 만약 배터리가 최저 중전 상태에 있거나 주행 중 매우 높은 출력이 요구되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교대로 사용하거나 둘을 함께 사용한다.
이 부분에서 골프 GTE의 특장점이 발휘된다. 전기와 내연기관 사이 동력 전달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3개의 클러치가 사용된 DSG 변속기와 기어박스 하우징에 통합된 전기모터로 인해 동력 손실은 줄고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이질감도 덜하다. 변속기를 ‘D’에서 뒤로 더 당기면 ‘B’로 전환되며 배터리 재생 강도가 높아져 전기차를 운전하듯 브레이크 사용 없이 감속된다.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충전하거나 정지시키는 등 운전자가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이색적이다. 센터페시아 상단 6.5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오토, 배터리 충전, 배터리 정지, E-모드, GTE 모드 등을 가벼운 손동작으로 조절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골프 GTE의 장점은 고속에서 맛 볼 수 있는 운전의 재미다. 변속기 옆 GTE 버튼을 누르면 가속페달과 기어박스, 스티어링 휠의 감각이 역동적으로 바뀌고 서스펜션 역시 더 단단한 스포츠 모드로 전환된다. TSI 엔진과 전기모터가 짜낸 출력은 최대 204마력으로 부스팅 효과와 함께 운전의 재미는 배가 된다.

골프 GTE는 평균 연료 소비량이 가솔린의 경우 66.6km/ℓ, 전기의 경우 11.4kWh/100km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5g/km로 역동적 주행 감성을 그대로 가지면서도 높은 연비 효율을 구현했다.
한편 BMW코리아와 포르쉐코리아가 지난달 국내 출시한 PHEV 모델 i8과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의 정부 공인연비는 각각 13.9km/ℓ, 7.2km/ℓ이다. i8의 유럽 연비는 47.6km/ℓ, 카이엔은 28.5km/ℓ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차량은 PHEV임에도 일반 하이브리드로 연비 인증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동고시를 통해 PHEV의 연비 측정법을 고시하고 이달에서야 전기차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를 각각 반영한 측정법을 새롭게 개정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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