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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모두를 위한 수소사회 구현”… 현대차그룹 ‘하이드로젠 웨이브’ 개최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1-09-07 15:31:00업데이트 2023-05-09 12:53:29
현대자동차그룹은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글로벌 온라인 행사를 열고 수소사업 비전과 세계 최고 수준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 모빌리티 실체를 공개했다. 오는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기조 발표자로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실현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특히 정 회장은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내놓을 모든 상용 신차는 수소전기차 또는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오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가격과 부피를 낮추고 내구성과 출력을 대폭 개선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상용차 전면 친환경차 전환 계획을 발표한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다.

하이드로젠 웨이브는 현대차그룹이 처음 선보이는 수소 관련 글로벌 행사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수소사회를 조기 실현할 수 있도록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다. 이번 발표에 이어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수소모빌리티+쇼’와 연계해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는 하이드로젠 웨이브 전시행사를 4일간 진행한다.
○ 현대차그룹 탄소중립 솔루션… 수소 중심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인류는 지난 200여 년간 화석연료를 이용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현상과 환경오염,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수소 중심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수소를 친환경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에너지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로 여긴 것. 특히 연료로 사용하면 전기와 열, 물만 배출되는 친환경성에 주목했다.

수소 경제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 18%를 수소에너지가 차지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750조 원), 연간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는 60억 톤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는 3000만 명 규모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이를 통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갖춰 투싼 수소연료전지차(FCEV, 수소전기차)를 선보였다. 2018년에는 전용 수소전기차 모델인 ‘넥쏘’를 출시했다. 이후 작년 7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유럽 수출을 시작했다.
트레일러 드론트레일러 드론
○ 2040년 수소사회 구현… “누구나 수소에너지 사용하는 시대”
현대차그룹은 오는 2040년 수소에너지로 산업 및 사회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먼저 수소전기상용차 대중화를 통한 전 지구적 배출가스 저감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향후 출시될 대형트럭, 버스 등 모든 상용차 모델은 수소전기차나 전기차로 출시해 배출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된 상용차들은 국내 대중교통과 물류 시스템에 선제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국내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가 다른 국가에 본보기가 될 것으로 현대차그룹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 내수 상용차 시장에서만 연간 20만 톤 이상 수소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상용차를 앞세워 연간 40만대에 이르는 유럽 중대형 상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등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2030년 전 세계 700만대 규모 소형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장 5~7m 길이 수소연료전지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개발하고 향후 상용차부문에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를 결합해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평균 운행거리와 운행시간이 긴만큼 차량 당 배출하는 탄소량도 상대적으로 많다. 상용차에 선제적으로 연료전지를 탑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보기 모빌리티이보기 모빌리티
이날 하이드로젠 웨이브 발표행사에서는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한 현대차그룹 무인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이 처음 공개됐다. 트레일러 드론은 수소연료전지와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2대의 ‘이보기(e-Bogie)’ 위에 트레일러가 결합된 신개념 운동 모빌리티다. 일반 트레일러보다 좁은 반경으로 회전이 가능하다. 보기(Bogie)는 열차 하단의 바퀴가 달린 차대를 의미한다.

현대차그룹은 트레일러 드론이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보기는 콘테이너 트레일러와 별도로 운행할 경우 화물운송과 건설, 소방,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 이외 모빌리티 및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 적용하는 등 미래 비즈니스 영역을 지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트램과 기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이동수단 뿐 아니라 주택과 빌딩, 공장, 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연료전지를 적용해 전 세계적인 수소사회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에이치투(HTWO)’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수소 생태계 확장을 위해 다른 브랜드 모빌리티에도 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될 수 있도록 시스템과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선도적인 기술 개발과 가치사슬 혁신으로 수소에너지 공급 가격을 낮춰 경제성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 및 관련 업계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차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 부피·가격 줄이고 출력·내구성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현대차그룹은 현행 수소연료전지시스템보다 크기와 가격을 낮추고 출력과 내구성을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앞세워 수소사회 실현 시기를 앞당긴다는 복안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2023년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시제품인 100kW급과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과 비교해 부피를 30%가량 줄인 것이 특징이다. 상용차용으로 개발 중인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 시스템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출력은 약 2배 강화했다. 내구성 역시 2~3배 높인다. 향후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50만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내구성을 갖추게 된다고 현대차그룹 측은 전했다.
현재 개발 중인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가격은 50% 이상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경에는 가격을 더욱 낮춰 수소전기차가 일반 전기차 수준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은 다양한 형태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파워 유닛 모듈’은 MW(메가와트)급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시스템이다.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을 여러 개 연결해 500kW, 1MW 등 다양한 출력을 제공할 수 있고 전력 소모량이 큰 대형 선박이나 기차, 건물 등에 공급된다. 마찬가지로 이 시스템이 적용될 ‘플랫형 연료전지시스템’은 두께가 25cm 정도에 불과해 평평하고 높이가 낮은 공간에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다. 차량 상부나 하부에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어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하며 향후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MPV(다목적 차량), 버스, 트램, 소형 선박 등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고성능 수소전기차 콘셉트 비전 FK고성능 수소전기차 콘셉트 비전 FK
○ 미리 보는 신개념 수소모빌리티… 고성능 수소전기차 ‘비전 FK’ 첫선
현대차그룹은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새로운 수소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개했다. 수소차에 전기차 강점을 융합한 고성능 수소전기차 ‘비전 FK’는 연료전지와 고성능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이 결합된 모델로 1회 충전으로 최대 600km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출력은 약 680마력 이상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4초 미만이라고 소개했다. 수소차로도 고성능차를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레스큐 드론은 수소연료전지 이보기에 비행 드론과 소방용 방수총이 결합된 모빌리티다. 드론을 띄워 재난현장을 촬영하면서 방수총을 가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용도다. 원격주행과 자율주행이 모두 가능하고 제자리에서 돌거나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크랩워크’를 구현할 예정이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450~500km 수준이라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거나 외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수소모빌리티도 함께 선보였다. ‘H무빙스테이션’은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는 설비가 장착된 이동형 수소충전소다. 수소차 이용자 편의를 위해 개발 중인 모빌리티다. 수소충전소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나 충전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 투입돼 수소 인프라 확충에 기여한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모빌리티이동식 수소충전소 모빌리티
이밖에 재난구호차량은 연료전지와 전기 충전기가 사륜구동이 가능한 험로 주행용 차량에 결합한 모빌맅다. 수소로 발전한 뒤 재난지역 및 험지 등에 전력을 지원한다. 긴급하게 전기차를 충전하는 역할도 수행 가능하다.

하이드로젠 웨이브에 이어 수소모빌리티+쇼와 연계해 열리는 킨텍스 전시행사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등 7개 그룹사가 참여해 총 18개 전시물을 선보인다. 특히 전장이 15.3m에 달하는 트레일러 드론이 자율주행으로 전시장 내 직선로를 지나 선회용 로터리를 회전해 출발점으로 복귀하는 시연을 주목할 만하다.
레스큐 드론레스큐 드론
온라인 발표에서 공개한 제품 외에 근거리 배달용 수소모빌리티 엠비전 2고(GO)와 초소형 전기차 엠비전 팝(POP), 어린이용 전동 미니카 키즈 넥쏘, 대형 수소전기상용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수소전기버스, 수소전기트램 등이 전시된다. 이밖에 전기차 모터스포츠 대회 ETCR에 공급한 이동형 연료전지발전기와 지게차, 굴착기용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 파워팩 등 주요 부품을 소개한다.

최근 수년간 주요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수소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미래 수소사회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수소 중심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4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로드맵을 지난 2019년 1월에 선보였다. 일본은 이에 앞서 2017년 수소기본전략으로 2050년까지 장기적인 수소사회 비전을 발표했다. 독일은 작년 6월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수소시장 개발 및 기술 제고를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해 7월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수소경제전략을 통해 전 산업 분야에서 수소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에너지 절감 및 신에너지차 기술 로드맵 발표를 통해 2035년까지 수소전기차를 누적 100만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미국은 에너지부 주관으로 수소 프로그램을 발표해 그동안 추진해 온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통합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바이든 정부에서는 미국 교통·환경센터가 2035년까지 수소버스 1만7000대 도입 방안이 포함된 대중교통 전동화 전략을 공개했다.
수소 트랙터수소 트랙터
현대차그룹은 기술 혁신에 따른 수소혁명이 인류 삶에 산업혁명과 디지털혁명에 버금가는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전 세계가 수소사회 진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는 인류가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솔루션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며 “하지만 일부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우리가 바라는 수소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인류 미래를 위해 수소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많은 동참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