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을 달려온 Mr. 모건… 고전은 영원하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입력 2020-03-20 03:00:00 수정 2020-03-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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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英‘모건 모터 컴퍼니’


모건의 최신 모델인 플러스 포. 최신 설계와 고전적 스타일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모습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럭셔리 카를 이야기할 때에는 영국 브랜드 차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숙련된 장인들의 수작업이나 소비자 취향을 꼼꼼하게 반영하는 맞춤 제작 방식 등은 영국 럭셔리 카들이 가장 돋보이는 영역이기도 하다.

영국은 대량생산 방식의 도입이 비교적 늦었고, 각종 자동차 관련 제도나 문화의 변화가 느렸던 것도 소량생산 업체들이 살아남는 밑바탕이 되었다. 이런 배경으로 영국에는 럭셔리 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제작과 생산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럭셔리 카 업체 중 하나가 모건 모터 컴퍼니(Morgan Motor Company·이하 모건)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낯선 이름이지만 올해로 설립 110년을 맞았을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업체다.

사진으로든 실물로든, 모건 차를 처음 접할 때는 ‘이게 요즘 만드는 차라고?’라는 반응이 나온다. 차체를 절반쯤 차지할 만큼 긴 보닛, 차체에서 튀어나온 우아한 곡선의 바퀴 덮개, 거의 수직에 가깝게 서 있는 앞 유리. 누가 보아도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나온 차들이 떠오르는 고전적 스타일이 모건 차들의 특징이다.


스타일 뿐 아니라 생산방식도 고전적이다. 뼈대를 만드는 것부터 실내를 꾸미는 데 이르는 많은 부분이 숙련된 작업자들의 손길에 의존한다. 이런 방식은 대량생산을 위한 크고 값비싼 설비들을 갖추기에 부담스러운 소규모 업체로서는 당연하다. 작은 개선점들을 생산 과정에 반영할 수 있어 소수의 모델을 소량으로 만드는 업체로서는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차의 기본 구조에 고전적 특징이 잘 드러난다. 모건의 핵심 모델들은 최근까지도 단순한 사다리꼴 철제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차체 구조의 많은 부분에 목재를 쓰는 것도 모건 차들의 특징 중 하나다. 이 차들은 철제 프레임과 차체 외부의 알루미늄 패널 사이에 물푸레나무를 가공한 목재로 만든 지지대를 넣는다.

물푸레나무는 가볍고 튼튼해 가구용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과거에는 같은 이유로 자동차는 물론이고 비행기에도 널리 쓰이곤 했다. 다만 모건은 지금까지도 옛 방식을 쓰고 있는 것 뿐이다. 모건이 오랫동안 ‘뼈대를 나무로 만든 차’로 잘못 알려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모건은 지금도 물푸레나무, 알루미늄, 가죽이 자신들의 차를 이루는 3대 핵심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모건이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는 이유이다.

모건은 만드는 차들도 독특하다. 대표적인 것이 ‘스리휠러(3-Wheeler)’다. 스리휠러는 모터사이클의 길이를 늘리고 두 개의 앞바퀴를 단 다음 차체를 씌운 형태의 차다. 차체 앞쪽 앞바퀴 사이에 엔진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모습이 워낙 독특해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모델이다. 모건을 창업한 헨리 프레더릭 스탠리 모건(1881∼1959)이 1909년에 처음 직접 만든 자동차가 바로 이런 형태였고, 1952년까지 두 종류의 3륜차가 생산된 뒤 단종된 바 있다. 이 차는 2011년에 완전히 새로운 설계와 최신 기술로 부활해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
알루미늄 차체 패널 가공도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클래식 카의 분위기가 물씬하지만 기능과 편의장비는 현대적이다.
차체 제작에 물푸레나무를 가공한 목재를 폭넓게 쓰는 것은 모건의 전통 중하나다.

물론 모건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부품 생산과 조립에는 최신 설비를 사용해 정밀도와 품질을 높였고, 스마트폰을 연동해 쓸 수 있는 오디오 등 요즘 시대에 걸맞은 편의 장비도 갖추고 있다. 최신 모델들은 스타일은 고전적이면서도 엔진과 섀시에는 최신 설계와 기술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핵심 모델, ‘신형 플러스 포(Plus Four)’가 좋은 예다.

70여 년간 명맥을 이어온 구형 모델을 대체하는 이 차는 원래 올해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행사가 취소되어 조용히 판매를 시작했다. 이 차의 뼈대는 오랫동안 써온 사다리꼴 철제 프레임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설계한 알루미늄 구조다. 그런데도 뼈대와 차체 사이에는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물푸레나무 부품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이런 모습에서 과거와 현재의 아름다운 공존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동화, 자율주행 등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동차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럭셔리 카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차가 담고 있는 형태와 기술과 관계없이, 차를 사서 즐기는 사람에게 가장 뛰어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진정한 럭셔리 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건이 걸어온 길과 차를 만드는 방식, 그리고 그들이 내놓는 차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현대적 럭셔리 카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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