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유럽·미국 車공장 ‘셧다운’ 속출…현대차도 가동 중단(종합)

뉴스1
입력 2020-03-19 11:20:00업데이트 2023-05-09 16:56:25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3.1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3.1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유럽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생산과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유럽과 미국의 완성차 공장들의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직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공장에 이어 해외 공장마저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현대차의 생산 및 판매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주요 자동차 시장의 위기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자동차 시장의 위기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따른 판매 부진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일 업계 및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인 폭스바겐은 오는 23일부터 2~3주간 독일을 포함해 유럽에서 모든 생산을 중단한다. 이후 독일과 체코 등 유럽 전역으로 공장 폐쇄 조치를 확대한다. 폭스바겐은 우선 이번 주 코로나19 사태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과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국 정부가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판매 수요마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잇따르는 비상사태 선포로 직원 출근 및 영업점 운영이 중단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작법인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이탈리아 내 생산공장 6곳과 세르비아, 폴란드 공장의 조업을 중단한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그룹도 유럽 15개국에 있는 모든 완성차 공장을 27일까지 폐쇄한다. 르노그룹 역시 프랑스 내 공장의 문을 닫았다.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도 포르투갈 공장에 이어 프랑스 공장 가동을 이달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FCA 등 ‘빅3’ 자동차 회사가 북미 지역의 공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포드는 이날 저녁부터 30일까지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공장을 닫기로 했다. GM도 최소한 30일까지 모든 북미 공장 문을 닫는다. FCA도 미국공장을 폐쇄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발 리스크가 잠잠해진 가운데 유럽·미국발 ‘코로나19 쇼크’가 덮치면서 현지 공장 가동 중단 위기는 현실이 됐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현지시간으로 18일 가동 중단에 들어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재가동 시점은 현재까지 미정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보건당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협의해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앨라배마공장은 쏘나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싼타페 등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 규모는 37만대에 달한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체코와 러시아, 터키, 미국에서는 앨라배마에 각각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기아차는 슬로바키아(유럽), 조지아(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확진자 발생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와 별개로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붕괴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 전기차 모델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장담할 수 없다.

유럽 현지 생산과 관련해 현대·기아차는 각국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는 사전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상황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무엇보다 유럽 각국의 국경 폐쇄 등에 따라 부품 조달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도 큰 타격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및 판매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에 있어 유럽과 북미는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전체 수출 중 72.5%를 차지했다. 지난해 유럽 수출량은 65만3286대, 북미 수출량은 108만6854대였다. 현대차가 지난해 올린 105조7000억원의 매출 중 두 지역 매출 비중은 51.7%에 달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도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간 판매량의 10∼20%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400만대를 밑돌았고, 연초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생산 및 내수 판매 모두 부진에 빠진 상황인데, 유럽·미국발 위기로 또다시 흔들리는 것이다.

올 1~2월 국내 완성차 업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4% 감소한 27만1568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자동차 생산량은 44만810대로 27.9% 급감했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판매 부진에 국내 협력사는 고사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요 자동차 시장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는 전 세계적 수요 급감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