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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천명당 택시 가장 많은 한국”…갈길 먼 ‘모빌리티 혁신’

뉴스1
입력 2020-03-19 11:18:00업데이트 2023-05-09 16:56:26
카카오T블루. /뉴스1 DB © News1 공정식 기자카카오T블루. /뉴스1 DB © News1 공정식 기자
“우리나라의 여건에 맞는 혁신사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 된 이후 국토교통부와 모빌리티 업계의 첫 만남이 끝난 뒤 어명소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이 한 말이다.

어 정책관은 택시 감차 방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여러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독특한 여건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말한 ‘독특한 여건’은 국내의 교통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2017년말을 기준으로 서울의 인구 1000명당 택시 수는 7.3대다. 이는 뉴욕(1.7대), 런던(2.3대), 파리(1.6대), 도쿄(4.7대) 등 세계 대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반면 택시요금은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서울 기준 택시요금은 2009년 2400원으로 오른 뒤 2013년 3000원, 2019년 3800원으로 순차적으로 인상됐다. 10년간 58.3%의 증가율이었다. 같은 시기 최저임금이 4000원(2009년)에서 8590원(2020년)으로 114.8%가 오른 것과 큰 격차를 보인다.

택시는 많지만 요금은 저렴한 구조다. 정부가 물가를 우려해 택시비를 쉽게 올리지 못하면서도 면허는 늘린 탓이다. 게다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까지 잘 갖춰져 있다.

카카오 카풀이나 ‘타다’ 같은 새로운 ‘대체재’가 나왔을 때마다 택시가 ‘못 살겠다’며 생존권 보장을 외친 배경이다.

지난해 카풀의 운행 시간을 출퇴근으로 제한했던 정부는 이번에도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를 제한했다. 기존 ‘타다’식의 서비스가 불가능해지면서 사실상 또 한 번 택시업계를 달래준 모양새였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의 혁신과 택시와의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산더미다.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 모빌리티 업계 내부에서도 규모가 큰 기업과 스타트업 기업간의 이해관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이미 타다로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충족해야 한다.

‘난제’다 보니 국토부와 모빌리티 업계와의 첫 만남에선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오갔다. 플랫폼 운송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면허총량·기여금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김현미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개정법 시행 전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겠다” 했다. 또 신생기업에 플랫폼 운송사업 기여금을 감면하고 면허 기준 대수를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모빌리티 업계들도 제각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개정안 통과 후 시행령까지 정해지려면 갈길이 멀지만 ‘각자도생’의 방안을 마련한 것. 타다가 빠진 현 상황에서 ‘큰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다양한 이동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또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도 2021년까지 2만2000대를 증차하고, 전기·수소 택시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한편 데이터와 미디어 등을 보완해 복합모빌리티 플랫폼을 지향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공항 기반 렌터카 서비스를 운영하는 벅시의 경우 “렌터카를 기반으로 중개·플랫폼을 확장하고, 지방까지 넓혀가겠다고 했다. 역시 렌터카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큐브카는 올해 말부터 인도·일본 등 해외 진출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안 통과를 극렬하게 반대했던 타다와 차차는 울상이다. 차차는 이 자리에서 ”렌터카 기반 업체들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면허권이나 총량 등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렌터카 기반 서비스가 불가능해진 만큼 그에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정부를 극렬하게 비판해 온 타다는 아예 불참했다. 국토부는 ”계속 대화를 할 생각“이라고 했지만 이미 ‘타다 베이직’의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고 법인 분할을 취소한 타다가 다시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보인다.

국토부는 조만간 택시업계와도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4월 내에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칭)를 꾸려 면허 총량과 기여금을 비롯해 개정안의 하위 법령에 들어갈 세부 사항들을 논의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러 분들의 지혜를 모은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꽉 막혀 있는 구조적인 환경에 각기 다른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모빌리티 혁신’까지 갈 길은 멀어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