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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손떼도 알아서 차간격 유지… 차로 바꿔 추월도

미국 디트로이트=변종국 기자
입력 2022-08-18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1:08:24
동아일보 변종국 기자가 GM의 자율주행 기술 ‘슈퍼 크루즈’ 탑재 차량에서 손을 떼고 눈을 감은 채 
주행하고 있다. 손을 떼고는 주행이 가능했지만, 눈을 감자 곧바로 전방을 주시하라는 경고음이 울렸다. 홍채 인식 시스템이 운전자 
상태를 파악해 경고를 보낸 것이다. 디트로이트=변종국 기자 bjk@donga.com동아일보 변종국 기자가 GM의 자율주행 기술 ‘슈퍼 크루즈’ 탑재 차량에서 손을 떼고 눈을 감은 채 주행하고 있다. 손을 떼고는 주행이 가능했지만, 눈을 감자 곧바로 전방을 주시하라는 경고음이 울렸다. 홍채 인식 시스템이 운전자 상태를 파악해 경고를 보낸 것이다. 디트로이트=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지난달 27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고속도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차량을 운전하다가 슬며시 핸들에서 손을 뗐다. 자칫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지만 차량은 알아서 앞차와의 간격과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주행을 이어갔다. 덕분에 ‘핸즈 프리’로 편하게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이 차량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슈퍼크루즈(Super Cruise)’가 장착돼 있었다.

GM의 슈퍼크루즈는 신호 및 도로 상태에 따라 앞차를 추월하거나 피하는 등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이 되는 ‘자율주행 레벨3’ 수준으로 평가된다.

슈퍼크루즈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능과 다른 점이 있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자율주행차들은 법 규정 때문에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15초 정도 지나면 경고음이 울리거나 반자율주행 기능이 비활성화된다. 그러나 GM의 슈퍼크루즈는 운전자가 졸거나 전방 주시를 하지 않는 한 계속 활성화됐다.

운전대에 달려 있는 카메라와 센서가 운전자의 홍채를 인식해 전방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었다. 슈퍼크루즈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기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눈을 감았더니 몇 초 뒤 경고음이 울렸다. 또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옆 사람과 대화를 하니 경고음과 함께 좌석에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를 무시하고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았다. 슈퍼크루즈 기능이 꺼졌다는 음성이 나오며 수동 운전 모드로 바뀌었다. 차량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야만 슈퍼크루즈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스스로 다른 차량을 추월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방향지시등(깜빡이)만 켜면 스스로 차로 변경을 했다. 옆 차로에서 오는 차와의 안전거리가 유지되지 않으면 차로 변경을 하지 않았다. 특히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앞 차량이 제대로 주행을 하지 못하거나, 전방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앞차를 추월하는 기능이 놀라웠다.

이런 GM의 슈퍼크루즈 기능이 가능하려면 구글맵을 기반으로 한 도로 및 지형 정보가 차량에 모두 저장돼 있어야 한다. 이를 ‘매핑’이라고 하는데, 차량이 지도 데이터를 외워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이날 주행에서도 매핑이 돼 있지 않은 골목길이나 좁은 도로에서는 슈퍼크루즈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출시되는 GM 차량에는 슈퍼크루즈 기능이 없다. 한국 정부가 보안 및 안보상의 이유로 구글맵 반출을 허용하지 않아 한국 지도를 매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디트로이트=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