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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에 극한 상황… 수백가지 진동 90시간 이상 버텨야”

워런(미국)=변종국 기자
입력 2022-08-11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1:10:39
지난달 26일 미국 미시간주 워런에 위치한 GM 테크센터 배터리 연구소에서 각국의 취재진이 배터리 
모듈 12개를 묶어 만든 배터리 팩에 둘러서서 에릭 부어 GM 배터리 연구소 운영 매니저로부터 얼티엄 배터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윗쪽 사진). GM의 대형 픽업트럭인 ‘허머 EV’ 탑재용 배터리를 테스트하는 기계에서는 온도, 습도, 충격 등 다양한 
조건하에서 배터리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GM 제공지난달 26일 미국 미시간주 워런에 위치한 GM 테크센터 배터리 연구소에서 각국의 취재진이 배터리 모듈 12개를 묶어 만든 배터리 팩에 둘러서서 에릭 부어 GM 배터리 연구소 운영 매니저로부터 얼티엄 배터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윗쪽 사진). GM의 대형 픽업트럭인 ‘허머 EV’ 탑재용 배터리를 테스트하는 기계에서는 온도, 습도, 충격 등 다양한 조건하에서 배터리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GM 제공
지난달 26일 미국 미시간주 워런의 제너럴모터스(GM) 테크센터. 이 센터에는 GM의 자체 배터리 연구소가 있다. 전기자동차를 포함해 GM의 모든 전기 모빌리티(EV)에 들어가는 ‘얼티엄 배터리’의 품질과 내구성 등을 실험하는 곳이다. GM이 한국 언론에 배터리 연구소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6월 문을 연 GM 배터리 연구소는 1만1241m²(약 3400평) 규모다. 북미에서 가장 큰 배터리 연구소다. 배터리 연구소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납품한 배터리 셀(CELL)이었다. 에릭 부어 GM 테크센터 배터리 연구소 운영 매니저는 이 셀을 들어 보이며 “셀의 용량과 세대에 따라 무게, 길이 등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24개의 셀을 묶은 배터리 모듈과, 그 모듈을 다시 8∼24개로 묶은 배터리 팩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터리 셀을 공급받고 있다. 양 사는 GM의 순수 전기차용 플랫폼인 ‘얼티엄 플랫폼’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을 넘어 합작법인을 통해 4개의 얼티엄 배터리 셀 제조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 극한의 상황에서 테스트 진행
배터리 연구소에는 다양한 실험 장비들이 즐비해 있다.

‘메가 셰이커’라 불리는 초대형 장비는 한 대당 가격이 850만 달러(약 111억 원)나 된다고 했다. 다양한 각도와 축에 따라 기계가 흔들리면서 테스트용 배터리에 수백 가지 단계의 진동을 준다. 90시간 가까이 진동을 주고 이를 버텨내는지 살펴본다고 했다. 일반 도로뿐 아니라 극한의 산악지대, 비포장 도로 등 다양한 진동 상황에서의 내구성과 품질을 실험하는 것이다.

거대한 창고처럼 생긴 테스트 장비에서는 온도와 습도 등을 달리해 배터리를 괴롭히고 있었다. 배터리 온도 테스트는 영하 68도에서 영상 85도까지 다양한 온도에서 진행된다. 습도도 5∼98% 범위 내에서 조절하면서 테스트가 이뤄진다. 부어 매니저는 “험난한 로키 산맥을 지날 때보다 강한 충격을 줘야 한다. 도로에 떨어진 물체 때문에 배터리가 충격받을 수 있는 상황 등도 다 가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기후의 지역에서도 배터리가 안전해야 하기에 극한의 상황까지 배터리를 몰아넣고 있다”면서 “하나의 배터리를 3년간 테스트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 배터리 모듈 및 팩 기술이 경쟁력
GM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 셀을 공급받고 있지만 배터리 모듈과 팩을 만드는 작업은 자체적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배터리 모듈과 팩에 들어가는 각종 전자 부품들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배터리 연구소 측은 전기 출력을 위한 배선을 제외하고는 기존 대비 80%의 배선을 제거한다는 목표다.

배선이 사라지면 모듈 내부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배터리 자체의 높이를 낮출 수 있다.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이 줄면 차량 내부 공간은 더 넓어진다. 배터리 무게와 배터리 비용을 기존 제품들 대비 수십 퍼센트를 줄여가고 있다는 게 GM 측 설명이다.

배터리 연구소에서는 특히 배터리 성능을 오랜 기간 지속시키기 위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소프트웨어(SW)에 접속하면 PC에서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무선으로 배터리 상태를 관리할 수 있다. 배터리 성능 및 품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켜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이야말로 미래 전기차 업체들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팀 그루 GM 테크센터 전동화 전략팀 이사는 “결국 전기차의 경쟁력은 배터리의 모듈과 배터리 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만드는지가 핵심”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 셀과 모듈에서 방출되는 전기를 다시 모아서 활용하는 기술도 중요하다”며 “또 차를 몰다 보면 모듈별 성능에 미묘한 차이가 생기는데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BMS가 전기차 업체들의 경쟁력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얼티엄 배터리의 상품화
GM은 전기자동차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다양한 전기 모빌리티에 얼티엄 배터리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내연기관 엔진을 다른 업체와 산업군에 팔고 있듯이, GM의 얼티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이용하면 손쉽게 건설장비와 기차, 배, 항공 모빌리티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GM은 장기적으로 배터리 모듈을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도 계획하고 있다. SW로 배터리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오래된 배터리 모듈을 새것으로 아예 바꿔 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워런(미국)=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