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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 밟는 전기차… 벤츠 “2030년까지 모든 차종 바꾸겠다”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7-26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3:06:37
“(전기차 전환) 티핑포인트(급변점)가 가까워지고 있다. 10년 안에 준비될 것이다.”

독일 고급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그룹의 올라 셸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 시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메르세데스벤츠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셸레니우스 CEO는 “전기차 전환은 고급차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2030년까지 전기차 부문에 400억 유로(약 54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2019년 다임러가 2030년까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50% 이상을 전기구동기반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지 2년 만에 목표를 높인 것이다.

글로벌 내연차 강자들이 전기차 전환 시점 못 박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 격전지인 유럽에서 2035년 내연차 판매를 금지한 일정에 맞춰 본격적인 주도권 전쟁이 시작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억4500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약 1100만 대)의 13배가 넘는 규모다.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 측은 “내연차 시장은 향후 10년간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총 투자 규모의 50%에 달하는 730억 유로(약 99조 원)를 미래 기술에 쓰겠다”고 밝혔다. BMW는 3월 전기차 단계별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매년 전기차 판매량을 50%씩 늘리고 2030년엔 신차 판매의 절반까지 전기차 비중을 끌어 올리겠다고 했다.

완성차 브랜드들이 경쟁하듯 전기차 전환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것은 이달 중순 발표된 유럽연합(EU) 탄소국경세 등 국제사회의 친환경 드라이브와도 관계가 있다. EU뿐 아니라 미국 민주당 상원에서도 탄소집약적 제품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들도 전기차에 대한 호응이 높다. 전기차 성능 경쟁이 가속화되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700∼800km까지 늘어났고, 정부 보조금 등 세제 혜택이 이어지면서 3000만 원대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어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 상반기(1∼6월)에만 4만 대 가까운 전기차가 팔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등록된 전기차는 3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78%)을 기록했다. 휘발유차(-7.5%)·경유차(-14.1%) 등과 대비된다.

하반기(7∼12월)에도 전기차 각축전은 심화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4월 출시한 아이오닉5가 3개월 만에 1만 대 이상 글로벌 판매고를 올린 데 이어 하반기 제네시스 첫 전기차 JW(프로젝트명) 출시와 아이오닉6 생산설비 구축에 나선다.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인 EV6를 곧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기아, 제네시스를 합쳐 총 23종 이상의 전기차에서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해 글로벌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수입차 브랜드도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EQA에 이어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EQS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세계 올해의 차 대상에 선정될 정도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끈 순수전기차 ID.4를 내년 상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