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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라인 또 스톱…에어서울 한달간 全노선 중 80% 운항중단

김도형 기자 , 허동준 기자 , 이서현 기자
입력 2020-02-26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7:04:30
“출근 안해도 됩니다”… 재택근무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 상당수가 조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일제히 경계 수준을 높이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한 기업 내부도 대부분의 책상이 빈자리로 
남아 있는 등 썰렁한 모습이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출근 안해도 됩니다”… 재택근무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 상당수가 조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일제히 경계 수준을 높이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한 기업 내부도 대부분의 책상이 빈자리로 남아 있는 등 썰렁한 모습이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현대자동차가 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울산 공장 일부 라인을 멈췄다. 에어서울은 다음 달 전 노선의 80%를 운항 중단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한국 제조업을 돌게 하는 경북 구미 산업단지의 연쇄 감염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전국 호텔, 영화관, 대형서점, 쇼핑몰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경제가 얼어붙은 것이다.

25일 재계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면서 공급망 차질을 걱정했을 때가 지금은 그리울 지경이다. 현재는 정상적인 국내외 영업활동 자체가 지속 가능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이 섬처럼 고립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상당하다”며 “최소한의 핵심 업무 기능이라도 이어가기 위해 자원을 총동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또 멈춰선 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 4공장의 소형 트럭 포터 생산라인을 하루 휴업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발생한 1차 협력업체 서진산업 경주공장이 24일 폐쇄되면서 부품 수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6일부터 포터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할 예정이지만 언제 어디서 공급망이 끊길지 알 수 없어 걱정하고 있다. 상황은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구, 경북지역 협력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 사태, 완성차 공장에 확진자 발생 등 언제 사안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경북에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 1차 협력사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중국 완성차 공장 가동 중단으로 부품 수출을 못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나 줄어들었다”며 “현재는 정상 업무 중이지만 회사 주변이 방역에 뚫렸다는 소식이 들려 걱정이다. 빨리 안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이달 초 중국 공장 셧다운 사태로 전선 뭉치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를 수입하지 못해 생산중단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경북,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2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폐쇄됐다가 25일에야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삼성뿐 아니라 LG, 포스코 그룹도 경북에 주요 생산 시설이 몰려 있다. 한 제조업 관계자는 “회사가 감염을 방지하려고 지역 본부 간 이동을 막은 상태라 정상 업무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 날개 접은 항공사, 텅 빈 기업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은 3월 한 달 동안 모든 노선의 20%만 운항하고 80%는 중지하기로 했다. 전 직원은 한 달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대표이사 임원 부서장은 3월 급여를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도 25일 지급하려던 임직원들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영화관, 대형서점, 리조트도 오지 않는 손님만 기다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극장을 찾은 관객은 7만7071명으로, 2004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요 기업 사무실도 텅 비었다. 확진자 발생으로 사옥이 폐쇄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임직원을 분산시켜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주요 계열사 임산부에 한해 재택근무를 실시한 데 이어 LG그룹도 임산부나 육아가 필요한 직원은 재택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SK그룹도 이날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주요 6개 계열사 임직원들이 최대 2주간의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각 계열사들은 전체 인원의 20∼30%에 해당하는 필수 현장 근무 인력만 출근한다.

산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상반기(1∼6월) 최악의 실적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2월 실적치가 78.9로 2009년 2월 이후 13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경연 BSI 조사 담당자는 “이번 조사처럼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전화를 걸어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은 그동안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보다 7.3포인트 하락한 96.9로 집계됐다.

김도형 dodo@donga.com·허동준·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