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온실가스가 나온다?…“전 과정 평가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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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9-26 13:51:00 수정 2022-09-26 15: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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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전기차 1회 충전거리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2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는 전기 승용차의 ‘1회 충전거리 시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충전이 끝난 차량 배터리에 측정기기를 연결한 뒤, 시험장치 위에서 주행하면서 소모되는 전력량을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해당 무공해차 연구 및 측정시험을 담당하는 임윤성 연구관은 시험기기를 가리키면서 “전기차는 운행할 때 나오는 배출가스가 없어 이렇게 운행 중에 사용된 전력량을 토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한다”며 “화력, 원자력 발전 등 각 발전원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발전원 비율대로 적용해 전기차의 주행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환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기차 온실가스 배출량도 추산 가능
2020년과 2021년 현대자동차 자체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 ‘아이오닉5’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km당 169.6g으로 추산됐다. 전기차는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는다. 당연히 주행 중 온실가스 배출량도 0이다. 그런데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169.6g이 나온다는 것일까.

이는 주행 중에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만 측정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생산되고, 달리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산출한 것이다. 이렇게 차량 생애주기 전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합을 산출하는 것을 ‘전 과정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라고 한다.

전기차가 주행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는 사용 전력량에 비례해서 측정한다. 전력 발전원별로 온실가스 산출량을 환산해 전기차 주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발전원별 발전량 비율은 석탄·가스 등 화력 63.9%, 원자력 27.4%, 신·재생에너지 7.5%다. 즉 전기차가 운행하며 전기를 사용하면 화력과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원별 배출량 비율대로 온실가스를 내뿜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임 연구관은 “어떤 차량이 배출가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측면에서도 친환경적인가 여부를 판단하려면 전 과정 평가 수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전 과정 평가에서 ‘투싼 하이브리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km당 241.6, ‘투싼 가솔린’은 311.1g으로 추산됐다. 내연기관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기차의 약 2배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저공해차를 나누는 규정에는 온실가스와 관련된 기준이 없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배출물질이 적은 차를 ‘저공해차’라고 부르는데,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저공해차가 세 종류로 제시돼있다. 1종이 ‘무공해차’로 전기차와 수소·태양광차다. 2종은 하이브리드차, 3종은 대기오염물질을 특정 수준 이하로 배출하는 내연기관차로 이들은 공영주차장 할인이나 구매 보조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전 과정 평가 국가표준도 개발 착수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원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의 온실가스를 측정하기 위해 차량 배기가스 측정 호스를 장착하고 있다. 인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하지만 무공해차인 전기차라고 해도 온실가스 전 과정 평가를 해보면 앞서 지적한 대로 km당 169.6g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태양광 발전의 전 과정 평가 시 1kWh(킬로와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48g으로 추산되는데 그 3.5배다.

그나마 무공해차는 다른 종 차량과 비교할 때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은 편이다. 내연기관이 달린 하이브리드 차량만 봐도 운행시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지난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비교 결과, 전기차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은 하이브리드 포함 내연기관차와 비교할 때 유럽에선 66~69%, 미국에선 60~68% 더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공해차 보급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들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친환경차 평가에 있어 온실가스 기준을 도입하고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박수한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 목표가 2018년 대비 40%로 상향됐기 때문에 수송 부문의 부담도 커졌다”며 “국제사회도 갈수록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기업과 제품을 우대하는 분위기라 온실가스 기준이나 전 과정 평가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전 과정 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방법과 이를 위한 ‘전 과정 평가를 위한 목록(Life Cycle Inventory·LCI)’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자동차 전 과정 평가의 국가표준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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