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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나본 포르쉐 ‘극과 극’ 신차 2종… “타이칸 왜건 보러 갔다가 911 GT3에 반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1-10-15 17:32:00업데이트 2023-05-09 12:41:50
포르쉐코리아가 서로 극과 극에 있는 신차 2종을 국내에 선보였다. 브랜드 두 번째 순수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와 신형 911 GT3를 공개했다. 두 차종이 한 공간에 동시에 전시된 모습이 흥미롭다. 한 차종은 브랜드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면서 실용성을 강조한 전기차 모델이고 다른 신차는 효율이나 실용성보다 성능과 역동적인 운전에만 초점을 맞춘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된 스포츠카이기 때문이다. 특히 911 GT3는 효율을 위해 터보차저를 추가하는 타협도 허용하지 않았다.

포르쉐코리아는 14일 서울 강남구 소재 포르쉐스튜디오청담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Taycan Cross Turismo)와 신형 911 GT3 출시를 알렸다. ‘스포츠 모빌리티 오브 투데이 앤 투모로우’라는 주제를 내걸고 브래드 제품 전략을 강조한 출시 기념 특별 전시회로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시대 흐름에 따라 2개 차종 중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높았다. 브랜드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세단이나 스포츠카를 벗어난 독특한 성격의 차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사장에 들어간 후에는 신형 911 GT3에 더욱 관심이 갔다. 911 GT3는 브랜드 아이코닉 모델인 911(현행 8세대)을 기반으로 달리기 성능을 극대화한 스포츠카다. 신형 911 GT3를 시작으로 포르쉐는 카이엔 터보GT와 718 카이맨 GT4 등 브랜드 레이싱 DNA가 집약된 신차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극단적인 퍼포먼스와 주행감각 역시 친환경 자동차 시대에도 포르쉐가 추구해야 하는 또 다른 의미의 지속가능성으로 볼 수 있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포르쉐는 첨단 미래 기술과 브랜드 전통을 결합해 혁신적이고 독특한 제품을 추구한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가능한 스포츠카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이번에 선보인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와 신형 911 GT3는 브랜드 미래 제품 전략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레이싱 DNA가 접목된 하이 퍼포먼스 제품과 전동화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앞으로도 흥미로운 ‘포르쉐 스토리’를 지속 소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두 번째 전기차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 “국내 도로에는 타이칸보다 적합하다”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는 첫 전기차 ‘타이칸’ 국내 출시 후 1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이다. 외관 디자인과 실내 구성 등 전반적인 스타일은 타이칸을 따른다. 타이칸을 기반으로 지상고를 2cm가량 높이고 뒷좌석 헤드룸과 트렁크 공간을 넓혔다. 왜건 버전 타이칸으로 이해하면 된다. 외관의 경우 전용 휠하우스 플라스틱 몰딩과 범퍼 보호대 등이 더해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느낌을 살렸다. ‘왜건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볼보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처럼 포르쉐가 만든 타이칸 기반 크로스컨트리 버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실물을 보면 왜건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완만한 C필러 라인과 볼륨감을 강조한 후면 휠하우스 라인이 왜건 느낌을 상쇄한다.
유럽 시장은 왜건 차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파나메라 왜건 버전도 있다. 이번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는 포르쉐가 국내에서 처음 도전하는 왜건 모델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내연기관 모델이 도전하지 못했던 시도인 셈이다. 현재까지 소비자 반응은 관망 추세라고 한다. 타이칸의 경우 첫 전기차라는 상징성과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세단이기 때문에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크로스투리스모의 경우 실물을 확인하고 고민해보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구동계는 타이칸처럼 800볼트(V) 아키텍처 전기 구동 시스템이 기반이다. 사륜구동과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섀시가 더해져 거친 노면에서도 정확하고 흔들림 없는 주행성능을 제공한다고 한다. 뒷좌석 헤드룸은 47mm 늘었고 1200리터 크기 트렁크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했다. 국내 출시 모델에는 모두 93.4kWh급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가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다. 국내 출시 모델은 4와 4S, 터보 등 3종으로 구성됐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모델별로 각각 287km(4, 4S), 274km(터보)로 인증 받았다. 인증 수치는 타이칸처럼 300km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타이칸 시승 시 강력한 회생 제동 기능에 힘입어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했다.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 역시 실 주행 시 인증 수치보다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주행성능은 타이칸4 크로스투리스모는 최고출력이 380마력, 최대토크는 51.0kg.m이다. 론치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하면 최대 476마력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오버부스트 출력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소요되는 시간은 5.1초다. 최고속도는 시속 220k다. 타이칸4S 크로스투리스모는 최고출력 490마력(최대 571마력), 최대토크 66.3kg.m, 0→100km/h 4.1초, 최고속도는 시속 240km다.
가장 강력한 모델인 타이칸 터보 크로스투리스모는 최고출력 625마력(최대 680마력), 최대토크 86.7kg.m의 힘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3초가 걸리며 최고속도는 시속 250km다. 더 강력한 버전인 터보S의 국내 출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전 모델은 사륜구동 및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탑재됐다. 옵션으로 제공하는 오프로드 디자인 패키지는 지상고를 최대 30mm까지 높여 주행 편의를 높였다. 기본 사양인 ‘자갈(Gravel)모드’는 노면이 거친 주행 환경에 적합한 감각을 제공한다. 오프로드 디자인 패키지를 추가할 경우 타이칸보다 지상고가 최대 50mm가량 높아진다. 주행 중 범퍼가 긁힐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요철이나 방지턱이 많은 국내 도로 환경에서는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가 적합한 셈이다.
이와 함께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를 위해 패키지 사이즈와 핸들링 측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리어 캐리어도 개발했다고 포르쉐 측은 전했다. 자전거를 거치한 상태에서 테일 게이트를 열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다. 다양한 크기 자전거를 3대 적재할 수 있다고 한다.

타이칸4 크로스투리스모는 오는 12월부터 인도를 시작하며 4S와 터보는 순차적으로 내년 상반기 내에 출고될 예정이다. 가격(시작가격 기준)은 4가 1억3800만 원, 4S 1억5450만 원, 터보는 2억60만 원으로 책정됐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에 이어 다음 전기차로 마칸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라며 “다만 마칸 전기차의 경우 출시 일정이 6개월가량 늦춰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 뒷좌석까지 없앤 궁극의 레이스머신 ‘신형 911 GT3’
신형 911 GT3는 일상은 물론 트랙 주행까지 소화할 수 있는 레이스머신으로 개발됐다. 모터스포츠 유전자와 혁신 기술이 결합돼 스포츠카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포르쉐는 소개한다. 초도물량 100대는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포르쉐에 따르면 신형 911 GT3는 모터스포츠 부서와 함께 개발해 순수 레이싱 기술이 폭넓게 적용됐다. 더블 위시본 프론트 서스펜션과 정교한 에어로다이내믹 스완 넥(swan neck) 리어 윙, GT 레이스카 911 RSR에서 가져온 디퓨저 등이 특징이다. 커다란 리어 윙은 수동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리어 윙을 조절하면 전면 범퍼 하단에 있는 프론트 스포일러를 함께 조정해야 한다고 한다. 전용 리어 윙과 디퓨저는 고속 코너링 시 최적 다운포스를 구현해 정교한 드라이빙을 돕는다. 이와 함께 곳곳에 다운포스를 위한 에어로다이내믹 설계가 접목됐다.
파워트레인은 4.0리터 6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박서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PDK)가 조합됐다. 엔진은 내구레이스를 통해 검증된 911 GT3 R의 구동계를 기반으로 한다.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48.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1600kg 수준이며 후륜구동 모델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소요되는 시간은 3.4초, 최고속도는 시속 318km다.

실내 역시 레이싱 DNA를 기반으로 일반 모델과 차별화됐다. 특히 뒷좌석 시트가 없다. 시트가 빠진 공간이 의외로 넓다. 가방 등을 수납하기 적합해 보인다. 뒷좌석 시트가 없는 만큼 2인 탑승 모델로 인증 받았기 때문에 3명 이상이 타면 불법이다. 안전을 위해서도 뒤에 타면 안 된다. 실제로 앞좌석 시트를 당긴 후 뒤에 타보려고 했지만 단단한 앞좌석 시트가 스포츠시트로 이뤄졌기 때문에 뒷좌석 공간에 진입할 수도 없었다.
계기반은 현행 911 특징을 유지하면서 트랙 스크린을 추가했다. 버튼을 누르면 1만rpm(엔진회전수)까지 엔진회전수를 표시한 중앙 타코미터 양쪽에 서킷 주행에 필요한 정보가 표시된다. 옵션으로는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 제품을 비롯해 탄소섬유 경량 루프 등 GT3만을 위한 전용 사양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탄소섬유 사이드미러 커버와 다크틴트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레드컬러 요소를 없앤 익스클루시브 디자인 리어 라이트 등이 옵션으로 제공된다. 타코미터와 스포츠크로노 스톱워치, 외관 컬러(또는 개인화 컬러)에 맞춘 안전벨트와 트림스트립도 있다.

911 GT3를 구입한 소비자에게만 구매 기회가 주어지는 손목시계도 출시했다. 포르쉐 디자인이 제작한 ‘911 GT3 익스클루시브 크로노그래프’는 911 GT3 스타일을 살린 디자인이 적용됐고 하우징은 모터스포츠 유전자를 반영해 GT3 엔진의 커넥팅로드처럼 견고하고 가벼운 티타늄 소재로 만들어졌다. 911 GT3 휠을 연상시키는 와인딩로터로 구동되며 다이얼 컬러는 911 GT3 외관 컬러와 동일하게 맞출 수 있도록 했다. 시계 가격은 1500만 원대라고 한다. 시계를 사기 위해서는 먼저 2억2000만 원을 지불해 신형 911 GT3를 구입해야 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