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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출력 극대화 ‘부스터’… 제로백 5.3초 ‘질주본능’[아반떼 N 시승기]

인제=신동진 기자
입력 2021-08-05 14:03:00업데이트 2023-05-09 13:03:28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주인공들이 급가속을 할 때 빨간색 버튼을 누르는 장면이 나온다. 순간 속도를 높여 운전자를 뒤로 젖혀지게 하는 일종의 ‘부스터’ 기능이다.

국민 준중형차로 불리는 아반떼를 고성능 스포츠카로 업그레이드한 아반떼 N도 스티어링휠(운전대)에 비슷한 단추를 달았다. 영화처럼 연료에 가스(아산화질소)를 주입하진 않지만 주행 중 20초 동안 엔진출력을 극대화시키는 ‘N 그린 쉬프트(NGS)’다. 핸들을 쥐었을 때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닿는 위치에 있는 NGS 버튼을 누르니 이미 170km 속도로 달리던 차가 순식간에 190km 가까이 질주했다.

3일 강원 인제군 인제스피디움에서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세단 모델인 아반떼 N을 직접 몰아봤다. 280마력, 최대토크 40kgf·m의 힘을 내는 2.0 터보 엔진은 일반도로부터 전문가용 서킷 주행까지 무난하게 소화했다.

먼저 장애물 사이로 지그재그 주행하는 슬라럼 코스에서 급가속과 급회전을 하며 몸을 풀었다. 허리에 밀착된 스포츠 버켓 시트가 체중을 버텨주면서 핸들은 손에 감긴 듯 의도한대로 민첩하게 반응했다. 변속도 자동으로 부드럽게 전환됐다.

‘그릉그릉 타다닥’ 폭발하는 엔진음과 함께 가속하는 런치 컨트롤 모드에서는 몸이 뒤로 쏠렸다. 런치 컨트롤은 정지 상태에서 브레이크와 엑셀을 동시에 밟아 엔진 출력을 끌어올린 뒤 브레이크를 놓아 급발진하는 기술이다. 아반떼 N은 런치 컨트롤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 만에 도달한다. 앞서 출시된 코나 N(5.5초) 벨로스터 N(5.6초)보다 빠르다.

서킷은 고속 주행을 위한 스포츠 모드와 N 모드를 번갈아 가며 주행했다. 노멀 모드가 일반 도로에 적합한 안정되고 부드러운 주행이라면 스포츠 모드는 핸들링이 묵직해지면서 가속과 동시에 분당 회전수(RPM)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코너를 돌때 스포츠 모드와 N 모드에서 차체 무게중심을 아래로 끌어 잡아당기는 느낌이 더 강했다.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전자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기울거나 미끄러짐 없는 깔끔한 코너링이 가능했다.

노멀-스포츠-N 모드로 넘어갈수록 서스펜션이 단단해졌고 뒤에서 미는 힘도 강해진 기분이었다. 스포츠 모드가 러닝화라면 N 모드는 축구화처럼 징이 막힌 스파이크화 같았다. 가속할 때 터지는 배기음은 N 모드로 갈수록 거칠어졌다.

노멀 모드로 달린 일반도로에서는 준중형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숙함과 묵직함이 느껴졌다. 다른 차들이 중앙선을 넘기 일쑤인 인제의 굽이진 도로를 돌때도 코너링에 여유가 있었다. 요철을 지날 때도 방음장치가 된 것처럼 소음과 진동을 잡아줬다.

N 최초로 적용한 고성능 미쉐린 PS4S 타이어는 주행성능을 극대화했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날개처럼 이어진 클러스터(계기판), 인포테인먼트 화면에는 일반 자동차에서는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유온, 냉각수온, 토크, 터보압 등의 특화 정보들이 표시됐다. 차량 화면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서킷 주행 정보와 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 일상 주행에선 맛보지 못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반떼 N은 여행지에서 렌트카로 접했던 옛 아반떼의 주행 기억을 단박에 날렸다. 노멀-스포츠-N 모드로 변환할 때마다 확연한 성능 차이로 ‘1차3색’의 느낌을 줬다. 영화나 게임 속 빨간색 버튼에 대한 로망이 있거나 오랫동안 묵혔던 질주 본능이 꿈틀대지만 고가의 슈퍼카는 부담스러운 드라이버라면 ‘일상의 스포츠카’ 아반떼 N을 추천한다. 가격은 MT 사양 3212만 원, DCT 사양 3399만 원이다.


인제=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