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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명차]충전 걱정 덜어주는 ‘아이오닉 5’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21-04-27 18:22:00업데이트 2023-05-09 13:34:10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목적지 이동 전 도착 예정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대략적인 시간을 가늠하면 효율적인 동선을 짜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시간을 아끼는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예상시간에 따라 이동을 서두르거나 아예 늦추기도 한다.

이동 효율성을 중시하는 탓에 전기차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전기차가 유지비용이 분명 적게 드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을 돈과 바꿀 수 없다는 신념은 확고했다. ‘충전’이 문제였다. 전기차 충전은 휘발유를 넣는 것처럼 간단한 게 아니다. 여기저기 충전소를 찾아 다녀야하고, 바닥난 배터리를 많이 채우려면 시간도 오래 걸린다.

지난 21일 ‘아이오닉 5’를 타본 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오닉 5는 현실과 이상의 타협점을 제시하는 전기차였다. 무엇보다 신차는 최신 기술이 들어간 배터리 덕분에 효율성이 좋아져 충전할 일이 드물고, 초급속 충전 시설 덕분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시원스런 가속성능은 운전의 재미까지 더한다.

이날 시승행사에서 배정 받은 차는 아이오닉 5 고급 사양인 롱레인지 2WD 프레스티지 트림이다. 외관은 1970년대 ‘포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전체적으로 포니 형상이 연상되지만 미래지향적 느낌이 강하다.

아이오닉 5 핵심 디자인 요소는 파라메트릭 픽셀이다. 파라메트릭 픽셀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형상화한 아이오닉 5의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해 세대를 관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파라메트릭 픽셀은 전조등과 후미등, 휠을 비롯해 전기 충전구에도 적용돼 아이오닉 5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정체성을 보여준다.

외관상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였다.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사양으로 일반 미러를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해 사각지대를 크게 줄이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이드 미러 모니터가 운전석과 조수석 안쪽 도어에 위치해 보다 가까이 외부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카메라 방향 조정도 가능해 운전자에 맞게 최적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선을 변경하기 위해 좌우 깜빡이를 켜면 옆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와 얼만큼 떨어져 있는지 빨간 실선과 주황색 실선으로 표시해준다. 빨간색 실선은 차선을 변경하기 위험하다는 뜻이다. 다만 이 장치는 옵션 사양으로 200만 원을 추가해야한다.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일반 사이드미러가 장착된다.

실내는 ‘유니버셜 아일랜드’로 공간 확장성을 극대화했다. 기존 내연기관의 센터 콘솔 자리에 위치한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15W 수준의 고속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고, 위 아래로 나뉜 트레이 구조를 갖췄다. 하단 트레이의 경우 노트북이나 핸드백 같은 수화물을 수납할 수도 있다. 또한 최대 140mm 후방 이동이 가능해 1열 뿐만 아니라 2열 승객까지도 목적에 따라 활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루프 전체를 고정 유리로 적용하고 전동 롤블라인드 기능을 추가한 비전루프를 장착해 개방감을 높였다. 2열 시트는 거실 소파를 앉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축간거리가 대형 SUV 팰리세이드(29000mm)보다 긴 3000mm에 달해 넉넉한 공간도 확보된 모습이다.

시동을 걸면 통으로 연결된 상단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켜지면서 운전자를 맞는다. 운전대 오른쪽 하단에 위치한 다이얼 변속기를 위로 돌려 주행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첫 번째 기착지인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들렀다. 드론처럼 생긴 흰색 구조물 아래 양옆으로 주차공간이 세 칸씩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 먼저 도착했던 아이오닉 5가 충전을 마치고 빠지면서 곧바로 자리를 잡았다. 시승차는 주행거리가 205㎞가 남아있었다. 초급속 충전기 하이차저로 7분 정도 충전하자 주행거리는 303km로 늘었다. 초급속 충전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아이오닉 5 달리기 능력은 수준급이다. 이 차는 72.6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 최대출력 225kW, 최대토크 605Nm의 성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나 저속, 고속에서 모두 즉각적인 가속페달 반응을 보여줬다.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묵직해지면서 더욱 경쾌하게 차체가 움직인다. 가속력은 더욱 향상돼 시원스런 주행감을 경험할 수 있다. 회생제동 기능이 들어간 페들시프트를 활용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충분히 감속할 수 있었다. 이때 배터리 충전이 극대화되면서 경우에 따라 주행거리가 1㎞씩 늘어나기도 했다.

승차감도 압권이다. 비싼 고급 세단 못지않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나치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실내로 들어오는 진동과 소음을 잘 억제시켜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했다. 20인치 휠을 채용해 노면 접지력도 크게 향상시켜 안정적인 주행을 도왔다.

현대차 첨단 운전 보조장치는 정확도가 상당히 높았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작동시키면 설정 속도에 맞게 주행하다가도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시켰다. 차선 중앙 유지 장치 덕분에 코너 구간에서도 운전 도움을 받았다.

최종 계기판에 기록된 연비는 제원(4.9㎞/kWh)보다 높은 5.8㎞/kWh가 나왔다. 출발 시 주행거리 303㎞에서 최종 211㎞로 시승을 마쳤다. 하남에서 남양주 왕복 82.3㎞를 주행하는 동안 급가속, 급정거를 반복하고 에어컨 작동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효율성을 기록한 셈이다.

시승한 모델인 아이오닉 5 롱레인지 2WD 모델 프레스티지 트림 가격은 5910만 원(매트색), 5891만원(기본색)이다. 컴포트 플러스, 파킹 어시스트, 디지털 사이드 미러, 비전루프, 빌트인캠, 실내V2L가 옵션으로 들어갔다.

하남=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