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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승기]먹구름 걷히고 훈풍이… ‘CR-V 하이브리드’ 출격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21-02-08 07:00:00업데이트 2023-05-09 13:59:42
혼다자동차 기상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내외 악재가 드리우며 먹구름이 잔뜩 껴있었다면 올해는 진한 남동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남동풍은 소설 삼국지 속 유비가 북서풍이 부는 한겨울에 조조 100만 대군과 맞서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으로도 잘 알려진 따뜻한 바람이다.

혼다에 찾아온 훈풍의 기운은 지난 4일 땅끝마을 해남에서 느낄 수 있었다. 최근 폭설이 몰아친 서울 한파에 시달리다가 영상의 해남 날씨를 마주하자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이날의 따뜻한 분위기와 어우러진 ‘CR-V 하이브리드’는 기분전환을 완성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CR-V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매년 2만대 안팎으로 팔려나가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혼다 대표 SUV다. 지난해엔 1만9851대가 신규 등록됐다. 코로나19와 반일감정 여파에도 불구하고 경쟁차종 대비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이번에 만나본 신형 CR-V는 혼다 최신 하이브리드 기술이 반영돼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혼다가 수입차 시장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것도 하이브리드 상품성 때문이다. 실제로 신차는 영암과 해남을 오가는 150km 시승 내내 하이브리드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운전자를 만족시켰다.

우선 주행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혼다 스포츠 하이브리드 i-MMD 시스템은 동급 최고 수준의 모터 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2.1kg·m를 발휘한다. 이 시스템은 2개의 전기모터가 먼저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고 나머지 필요한 힘을 엔진에서 얻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덕분에 초반 가속 시 전기모터 특유의 빠르고 강력한 힘으로 가볍게 치고 나갔다. 시스템 주행을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몸놀림은 더욱 경쾌해진다. 연료 분사 제어 방식을 달리해 러버 밴드 현상을 줄여 쾌적한 주행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때 가벼웠던 운전대는 묵직하게 변하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단단해져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도왔다.

또한 ‘리얼 타임 올 휠 드라이브’도 이 차의 장점이다. 일반 주행에서 전륜 구동으로 작동하는 CR-V는 각종 센서에 의해 주행 상황을 예측해 후륜에 구동력을 배분한다. 이 같은 지능형 구동 시스템은 코너 탈출 능력과 연비 향상에 효과적이다.

이를 토대로 승차감 역시 한층 개선됐다. 웬만해서 운전 방해요소를 찾기 힘들었다. 전기모터 사용이 많은 저속은 물론, 엔진이 개입되는 고속 구간에서도 정숙성이 한결같았다. 특히 영암 서킷을 시속 100km 이상 달려도 풍절음이나 노면소음이 거슬리지 않았다. 정숙성은 해남으로 가는 고속국도에서도 잘 유지됐다.

하이브리드차답게 연료효율성도 뛰어난 편이다. 제원상 복합연비는 14.5km/ℓ지만 왕복 150km 주행 후 최종 연비는 이보다 좋은 16.3km/ℓ가 나왔다. 60km 이하에서는 전기모터만 선택해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연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감속 선택 기능이 포함된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소모된 배터리를 보다 빠르게 충전할 수 있었다.

이 차에는 운전 보조장치인 ‘혼다 센싱’이 기본으로 들어가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하도록 돕는다. 전면 그릴 하단의 혼다 센싱 박스에 장착된 레이더와 전면 유리 윗부분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와 저속 추종 장치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 △차선 이탈 경감시스템 △오토 하이빔 등으로 구현된다. 이 장치들을 활용하면 장거리 이동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72km/h 이하 저속구간에서는 작동이 안됐다.

뉴 CR-V 하이브리드는 동급 대비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췄다. 실내 탑승 공간은 2914ℓ, 2열 시트 폴딩 시 최대 1945ℓ의 적재 공간을 확보하면서 넓은 공간 활용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1026mm의 넉넉한 2열 레그룸을 마련해 탑승객 공간도 신경을 썼다.

2열 폴딩 시 시트를 접어도 시트와 트렁크 플로어 간 단차 없이 평평한 플로어를 실현했다. 평평한 플로어는 대형화물 적재가 유용하고, 자전거와 같이 부피가 큰 짐도 실을 수 있어 공간의 활용이 자유롭다. 핸즈프리 기능이 포함된 파워 테일게이트는 양손에 많은 짐을 들거나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작동 방법은 범퍼 하단 중앙에 킥-모션을 하면 센서가 이를 인식해 자동으로 테일 게이트가 열린다.

신형 CR-V는 언듯 봐선 기존 가솔린 모델과 구분하기 어렵다. 혼다는 차별점을 두기 위해 전면부에는 강인하고 터프한 스타일의 범퍼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전용 인라인 타입의 LED 안개등을 채용했다. 후면부는 윙 타입 데코레이션으로 도시적인 감성을 살리고, 하이브리드 전용 리어 범퍼 가니쉬가 적용됐다. 또, 모든 면에 하이브리드 전용 블루 H 마크 엠블럼도 넣었다. 4WD 투어링 트림에 적용된 동급 최대 크기의 19인치 휠도 파워풀 하이브리드 SUV 존재감을 표현한다.

이밖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전 좌석 열선 시트·열선 스티어링 휠·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지원해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4WD 투어링 트림은 조수석 4방향 파워시트·운전석 메모리 시트·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편의사양이 추가됐다.

뉴 CR-V 하이브리드는 화이트실버·메탈·블랙·블루·레드 중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4WD EX-L 4510만 원 ▲4WD 투어링 4770만 원이다.

해남=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