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반 운전하다 ‘손가락 욕’ 먹은 이유는…[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김도형 기자

입력 2020-05-30 14:00:00 수정 2020-05-3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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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요즘 차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두 번째 주제는 독일에서 본 운전 문화입니다. 저는 지난해 가을에 세계 최고의 모터쇼라 할만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자동차 문화에서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독일에서 여러 날 동안 직접 운전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직접 느낀 것들을 한번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차를 좋아하는 운전자들이 한번 쯤 달려보고 싶은 ‘속도무제한’ 아우토반에서 왜 욕을 먹었는지까지, 찬찬히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독일 아우토반(자료 사진)


(기어봉’이란 주제로 관심을 모았던 [휴일車담] 첫 번째 글을 보시려면 링크를 눌러보시면 됩니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0523/101180543/1

변속기 조작 방식에 대해 각자의 경험과 선호, 의견을 댓글로 밝혀주신 많은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합류하는 차가 더 우선이다


독일에서의 운전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아우토반’입니다. 이 아우토반에서의 운전 그리고 운전자들의 영원한 떡밥, ‘추월차선 비우기’는 벌써 한번 기사로 쓴 적이 있습니다. 그 얘기는 다음 기사를 참고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191208/98708037/1

여기에 더해서 오늘은 다른 것들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독일에는 배울만한 운전 문화 혹은 습관이 꽤 여럿 있었습니다.

지난해 출장이 저에게는 두 번째 독일 여행이었는데요. 운전대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해외에서의 운전 경험으로 보면 예전 미국에 이어서 두 번째였고요.

독일 아우토반 주행 사진


여러 명의 기자가 함께 갔던 터라 독일의 운전 문화에 대해서는 독일에서 여러 차례 운전을 해본 기자 선·후배님들에게 일종의 ‘해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오른쪽에서 합류하는 차선이 있을 때는 기존의 차선에서 주행하고 있는 제가, 합류 차선을 비워야 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법적으로 얼마나 명확하게 규정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듣고, 잠시 생각해 본 다음에 이내 합리적이라고 느꼈고 나름대로 철저히 지키면서 운전을 했습니다.

사나흘 정도의 운전이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이 규칙을 잘 지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합류해서 들어갈 때 왼쪽 차선을 보긴 하지만 다른 차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빈 차선’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독일 아우토반(자료 사진)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치이기도 한데요. 합류하는 차는 아무래도 기존의 도로를 운행하는 차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합류하는 차가 타고 온 차선은, 새로운 차선이 되서 쭉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막혀버립니다. 한정된 거리 안에 반드시 합류를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약자인 셈입니다.

반면에 합류하는 차가 들어와야 할 기존의 도로는 편도 1차선만 아니라면 일찌감치 가장 오른쪽 차선을 비워주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합류될 차선으로 주행하고 있다면, 실제 합류가 이뤄지기 전에 옆 차선으로 옮겨가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주행차는 편안하게 자신의 길을 주행하면서 멀리서부터 전면의 유리창을 통해 합류하려는 차를 볼 수 있는, 그래서 시각적으로도 훨씬 유리한 입장입니다. 반대로 합류하려는 차는 고개를 돌려서 혹은 사이드 미러를 통해서 합류 차선의 상황을 살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런 문화를 보면서, 저는 한국에서도 합류 차선이 있을 때는 가급적 합류하기 쉽도록 차선을 비워주자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독일과 이런저런 사정이 다른 우리나라의 특징이 있으니 이런 방식만을 고집할 수는 없겠지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합류차선으로 주행을 하더라도 적절하게 속력을 조절해서 합류하는 차들이 쉽게 끼어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튼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우회전 신호가 보여주는 ‘보행자 보호’

독일의 고속도로가 아닌 도심 운전에서 느낀 큰 차이점은 바로 ‘우회전’ 신호였습니다. 한국에서는 특이한 교통흐름을 보이는 특정 장소를 제외하고는 우회전은 따로 신호를 주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요. 독일에서는 우회전 신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신호를 지키지 않고 막무가내로 우회전을 하면, 불법입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회전은 ‘차 대 사람’ 사고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보호 좌회전은 맞은편 차선의 차량, 그리고 왼쪽에서 직진하는 차량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만큼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고 더 멀리서부터 왼쪽의 횡단보도를 볼 수가 있어서 차 대 사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습니다.

해외의 우회전 신호등(자료 사진)


하지만 무심코 우회전을 할 때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사람과 예기치 못하게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우선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시점이 우회전 직후라 그렇고 우회전을 자연스러운 권리처럼 여기는 운전 문화도 한 몫을 합니다.

도심에서의 ‘차 대 차 사고’는 사실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행자 사고는 시속 20~30km에서도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무심코 하는 우회전이 위험한 상황과 연결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독일에서 왜 우회전을 엄격하게 통제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보행자 우선’이라는 원칙이 독일 만의 것은 아닙니다. 저의 또다른 해외 운전 경험이었던 미국에서 저에게 운전대를 맡겼던 친구는 제가 ‘건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완전히 정차하기는커녕 속도를 별로 줄이지도 않고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보더니 “운전 습관이 형편없다”고 혹평하기도 했었습니다. 보행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식만큼은 한국보다 훨씬 강한 나라가 많은 셈입니다.

독일에서의 경험 이후에 저는 우회전에 많이 주의합니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으면 가급적 멈춰서 기다립니다. 멈칫멈칫 차를 쳐다보던 보행자들이 제 차가 확실히 멈춰선 걸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고맙다는 표시로 손을 살짝 들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디라 할 것 없이 늘 정체가 심한 서울의 교통 상황은 마음을 바쁘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전자가 보행자보다 우선이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저 역시 보행자가 되는 건 마찬가지이지요.

양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앞서는 것은 역시 안전입니다. 독일에서 본 수많은 우회전 신호는, 설혹 내가 바빠서 보행자보다 먼저 가더라도 성인 보행자는 물론 눈에 잘 안 띌 수 있는 어린이 보행자, 그리고 휙휙 등장할 수 있는 자전거를 탄 사람을(물론 자전거를 운행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옳지 않은 행동입니다만…) 늘 염두에 두고 운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켜 줍니다.

● 잘못된 행동은 ‘단죄’하는 운전자들
조금 부끄러운 일도 있었습니다. 아우토반에서 ‘손가락 욕’을 먹은 바로 그 일인데요. 2인 1조로 시승을 하면서 독일의 고속도로에서 바로 옆을 달리는 신기한 ‘클래식 카’를 찍으려는 다소 위험한 시도를 운전자가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 고속은 아니었고 카메라를 들지 않은 손으로는 확실하게 운전대를 통제하면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보조까지 받으며 나름대로는 안전을 확보하고 한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오른쪽 차선을 지나면서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 트럭 운전자에게 충격적인 ‘손가락 욕’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욕은 조수석에 있었던 저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네, 맞습니다. 잘못된 행동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아니, 손가락 욕 할 수도 있는데 진짜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욕을 날렸느냐? 당신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고 궁금해서 물어 본다”라고 말해보려고 쫓아가면 큰일이 날뿐더러 말도 안 통하니까. 질문을 던져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운전대를 잡는 순간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들이 있다고 믿고 있고, 그 원칙을 잘 모르거나 혹은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그런 느낌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운전해야 한다는 말과 글보다, 그냥 그 한번의 ‘손가락 욕’을 보면서 운전대를 잡는 일의 ‘책임감’을 느낀 듯도 합니다.

독일의 자동차 문화를 상징하는 ‘뉘르부르크링’으로 가는 길


독일의 자동차 문화를 상징하는 ‘뉘르부르크링’에서 비가 오는 날씨에도 천막을 치고 트랙을 누비는 차를 보는 ‘자동차광’들.


요즘은 일반 승용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정도만 해도 무게가 2톤에 육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중량물에 연료 좀 넣고 오른발에 살짝 힘주는 것만으로 시속 100km 이상으로 쉽게 가속할 수 있는 행위가 바로 운전입니다. 어쩌면 운전은,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경험하는,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성인이 돼 운전면허를 따는 일을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긴다고 합니다. 한국처럼 ‘간소화’해서 쉽게 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여러 달에 걸쳐서 고속도로 주행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절차를 단계단계 밟으며 운전면허를 따게 된다는 것인데요.

독일에 사는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기에 차를 몰 수 있는 것이고 성인이기에 그만큼 더 책임감 있는 운전법을 익혀야 비로소 도로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하기에, ‘기초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아 다른 운전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에게 강하게 비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포뮬러원(F1) 레이서처럼 운전을 잘 해도, 순전히 다른 운전자가 저지른 잘못으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로 위입니다.


● ‘독일차’ 보다 부러운 운전문화

저는 이런 운전 경험 이후에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직접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규모며 상징성이며, 듣던 대로 최고의 모터쇼라고 할만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전동화에 소극적이어 보이던 독일도 마침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는 것을 알리는 듯한 자리였는데요. 실제로, 폭스바겐은 가격을 크게 낮춘 순수전기차 ‘ID 3’를 이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이 신형 전기차 ‘ID 3’를 공개하는 모습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이 공개한 신형 전기차 ‘ID 3’의 실내


독일. 자동차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최고로 여겨지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기차 시대에도 독일이 반드시 최고의 지위에 있으리라고 믿을 필요는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미 테슬라가 전기차의 상징처럼 자리를 잡았고 내연기관차 시장과는 전혀 다른 구도의 시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순수 전기차 ‘코나EV’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어김없이 거대한 전시공간을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관련 전시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모터쇼 현장에서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기차 ‘넥쏘’가 실제로 운행됐습니다. 현장을 찾았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당당하게 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수소’, ‘연료전지’ 같은 문구를 써 붙인 차들을 모터쇼에서 운행했지만 아직 양산 모델은 없는 형편입니다. 여전히 독일은 누구도 토 달기 힘든 자동차 선진국이지만, 전기차·수소차 시대가 열린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모터쇼였습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만난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기차 ‘넥쏘’.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차(투싼 수소차)에 이은 두 번째 양산 모델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독일에서 경험한 그들의 ‘슬기로운 운전습관’만큼은 우리가 따라가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자동차가 그 자체의 결함으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의 사고는 사람이 일으킵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사고의 확률을 낮출 수 있고 또 서로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더 편안하고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운전문화를 만드는 일. 그리고 운전자 개개인이 이를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일만큼 소중한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언제나 안전 운전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제가 독일에서 배운 ‘합류하는 차를 위한 배려’와 ‘보행자 최우선주의’ 등도 한번쯤은 되새겨보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 링크된 기존 기사의 ‘추월차선 비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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