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기대도 안해… 파업땐 와르르 무너질 것”

인천·안산=지민구 기자

입력 2019-11-08 03:00:00 수정 2019-11-08 04: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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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GM 협력업체 ‘도미노 위기’

한국GM 노동조합이 올해 8,9월 총 116시간의 부분 전면파업에 나서면서 협력업체들의 실적도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달 22일 한국GM 노조 파업 여파로 물품이 제때 나가지 못하고 쌓여 있는 인천 서구의 1차 협력업체 공장 모습. 인천=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자동차 생산량이 빠르게 줄고 있어 성장은 기대하지도 않아요. 이 와중에 한국GM 노동조합의 파업이 내년, 후년까지 반복되면 다 같이 적자 나고 와르르 무너지는 거죠….”

지난달 22일 인천 서구에 있는 공장에서 만난 한국GM 1차 협력업체 A사의 대표 B 씨는 “실적이 몇 년간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반등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완성차의 실내 부품을 한국GM에 납품하는 A사는 2016년 300억 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2년 만인 지난해에 약 150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000억 원 이상 줄었다. 2016년 57만9745대였던 한국GM 생산량이 지난해 5월 군산공장 폐쇄 등의 여파로 44만4816대로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GM 노조가 17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파업을 벌인 여파로 10월 누적 기준 생산량(34만1821대)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올해 연간 생산량은 한국GM 설립 첫해인 2002년(29만3897대) 이후 처음으로 40만 대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B 대표는 “파업 여파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00억 원에도 못 미칠 것 같다. 자금이 부족해서 수 년 전 인수한 중국 공장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경기 안산시 공장에서 만난 또 다른 한국GM 협력업체 C사의 대표 D 씨는 “9월 파업이 이어질 때 현금 흐름이 완전히 끊겨서 재무담당 임원과 ‘며칠 더 가면 다 죽는다. 급하게 돈 빌릴 길을 찾아라’고 했던 적이 있다.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경영 악화는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303곳)에서도 우수 협력사로 꼽히는 16곳의 합산 영업이익이 2017년 837억 원에서 지난해 357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협신회 관계자는 “파업이 발생한 올해는 전체 협력업체 중 적자 기업이 수십 곳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10일에 2019년 임금협상 단체교섭 중단을 선언했지만 아직 추가 파업은 하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25, 26일 한국GM 노조의 신임 집행부 선거 후 단체교섭이 재개되면 다시 부분·전면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과 2022년부터 인천 부평 2공장의 생산 계획을 요구한 데 대해 사측이 “적자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고 완성차 물량 확보는 생산성을 증명해야 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해외 자본이 대주주인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등은 미국(GM)과 프랑스(르노) 본사 경영진이 전 세계 각 공장에서 만들 완성차 물량을 생산 효율을 따져 배분한다. 실제 올해 5월 미 미시간주 워런에서 열린 GM의 ‘올해의 우수 협력사’ 시상식에서 메리 배라 회장은 글로벌 협력업체 경영진 앞에서 “각 완성차 공장의 추가 물량 배정은 생산 효율성을 증명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배라 회장의 발언을 들었던 D 대표는 “노사 분규가 발생해 당장 생산량이 줄고, 장기적으로는 효율성 하락으로 물량까지 다른 공장에 뺏길 수도 있는 게 한국 상황”이라며 “협력업체는 무슨 죄가 있어서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의 노사 분규가 이어지면 르노삼성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신차 ‘XM3’ 생산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 본사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생산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경영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노조가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안산=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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