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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QR코드 찍자 계기판에 불… 전동킥보드 시속 15km ‘쌩’

지민구 기자
입력 2019-09-19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9:28:44

17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에는 보관돼 있는 자전거들 사이로 전동킥보드(스쿠터)가 여러 대 주차돼 있었다. 이 전동킥보드는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인 ‘제트(ZET)’를 통해 서비스된다.

제트는 지난달 제주지역에서 전동킥보드·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서울의 가산디지털단지·독산역 주변에서도 전동킥보드 40여 대를 배치해 시범 서비스에 나섰다.

기자가 직접 제트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운전면허 및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니 스마트폰 화면에 사용 가능한 전동킥보드가 어디에 있는지 표시됐다. 가장 가까운 전동킥보드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계기판에 초록색 불이 들어오면서 사용 가능한 상태로 바뀌었다. 준비했던 안전모를 착용하고 주행해 봤다.

속도를 최대치까지 올리자 퇴근길 역에서 나와 걷는 직장인들을 금세 따라잡았다. 느낌상으론 꽤 빠른 것 같아 봤더니 애걔, 겨우 시속 15km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가 개인형 이동수단의 최대 시속을 25km로 제한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제주도는 최대 속도를 시속 20km, 교통이 복잡한 서울은 이보다 느린 15km로 설정했다”고 했다.

전동킥보드로 30분 동안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 도로 4.5km를 달렸다. 차도로 달리다 보니 차량과 부딪힐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다(사실 기자는 운전면허를 딴 지 몇 달 안 된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인도로 주행할 수 없다. 사고 위험 때문에 현대차는 이용약관을 통해 사용자가 보험에 의무 가입하게 했다. 물론 이용요금에 포함된다.

주행을 마치고 지하철역 주변 자전거 거치대에 전동킥보드를 세운 뒤 앱을 통해 반납 처리하니 주행 시간·거리, 가격 등이 나왔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은 시범 서비스 지역이라 요금은 아직 결제되지 않았다. 정식 서비스가 이뤄지는 제주에서는 10분당 요금이 2000원이다.

제트는 완성차 생산만 했던 현대차가 첫 번째로 선보인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다. 서비스 기획부터 앱 설계까지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작업을 현대차가 도맡아 했다. 전동킥보드·자전거 서비스를 하는 제트는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교통 체증을 해결할 ‘라스트마일’ 플랫폼으로 분류된다.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1마일(약 1.6km), 즉 라스트마일 구간을 차량 없이 이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기존의 차량 제조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모든 이동 수단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인도에서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뒤 추진한 혁신 작업의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한 셈이다.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서 수익 사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교통이 촘촘하게 연결된 수도권 지역에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거주해 수요가 떨어지는 데다 서비스 출시 초기여서 보험료 등 운영비 부담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차량 호출 스타트업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도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의 확장성을 고려해 전동킥보드 기기 양산과 플랫폼 구축을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