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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파신다고요?” 견적사가 집으로 왔다

지민구 기자
입력 2019-06-24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9:59:22

직장인 임진선 씨(33)는 최근 집 근처로 회사를 옮기면서 출퇴근 용도로 샀던 승용차를 팔기로 결심했지만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오프라인 중고자동차 매매 시장을 직접 찾아 차를 제대로 팔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차를 살 때 만났던 영업사원을 통해 파는 방법도 고려해 봤지만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생각보다 비용이 비싸 포기했다.

임 씨는 “중고차를 살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해졌는데, 타던 차량을 팔 합리적인 수단은 마땅치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간 차를 사겠다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진화해왔던 중고차 시장이 최근에는 임 씨처럼 판매하려는 사람의 편의성도 높이는 방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접수만 하면 중고차 전문가가 수수료 없이 방문해서 차량 매입 절차를 진행하는 서비스부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교 견적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등 다양한 판매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23일 중고차 업체 케이카에 따르면 이 회사의 ‘내 차 팔기 홈서비스’의 올 1분기(1∼3월) 접수 건수는 2만3038건으로 전년 대비 60.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카는 올해 이 서비스의 연간 이용 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5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차량 판매를 원하는 소유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전문평가사가 일정에 맞춰 집이나 직장으로 방문해 진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직원이 매긴 매입가를 확인한 차량 소유자가 판매를 결정하면 대금 지급과 소유권 이전 등의 처리를 업체가 도맡아 처리한다. 케이카 관계자는 “수수료는 무료이며 수익은 매입한 중고차를 또 다른 소비자에게 팔면서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온라인 경매 서비스 ‘오토옥션’을 일반 소비자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차량 소유자가 온라인이나 전화로 판매 차량을 등록하고 평가 절차를 마치면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1400여 개 매매 업체를 대상으로 경쟁 입찰을 진행한다. 홈페이지에서 차종별 기준 가격과 낙찰 시세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경매 후 최고 입찰가를 차량 소유주에게 안내한 뒤 판매 결정이 이뤄지면 명의 이전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모바일 앱으로 더 간편하게 판매 예정 차량의 가격을 확인하고, 판매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 피알앤디가 운영하는 서비스 ‘헤이딜러’에 사용자가 차량 정보와 사진 등을 입력해서 올리면 중고차 딜러 10명 안팎이 견적을 내준다. 사용자는 견적을 확인하고 높은 가격을 제시한 딜러를 직접 선택해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수수료는 헤이딜러 등록 딜러가 부담하는 구조다.

간편 송금 서비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는 12일 ‘내 차 시세조회’ 서비스를 추가했다. 중고차 시세 데이터를 보유한 카마타와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하는 것으로 차종과 주행거리만 입력하면 3년 후 예상 시세까지 보여준다. 또 중고차 거래업체인 AJ셀카의 서비스와 연동해 중고차 판매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고차 업계에서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중고차 시장이 정보 비대칭성이 강해 일반 소비자들이 ‘속기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매매 업체와 직접 흥정하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대섭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장은 “정부가 운영하는 ‘자동차365’ 홈페이지를 통해 중고차 매매 시세나 요령을 확인하고 거래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