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요청 거부하면 오너 사진 싣고 보복성 기사로 협박”

김지현기자 , 이기진기자 , 정세진기자

입력 2015-05-30 03:00:00 수정 2015-05-3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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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언론 횡포에 기업들 비명

국내 대기업인 A사는 최근 군소매체인 Z사의 보도로 곤욕을 치렀다. Z사는 “A사가 어민들로부터 납품가를 후려쳐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이 회사 오너의 얼굴과 함께 싣는가 하면, 오너의 병역면제에 대해 “뚱보라서 못 갔어요”라는 식의 인격비하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대기업의 홍보 담당자는 “Z사가 A사에 지속적으로 광고 등을 요청했으나 이를 들어주지 않자 보복성 기사를 쓴 것”이라며 “전면에 오너 사진을 노출하고 선정적 제목을 달면서 사실상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사이비언론의 횡포에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 기업 괴롭히는 사이비언론

‘○○○ 회장, 무료로 회사 상품 제공.’

올해 4월 1일 B기업의 홍보 담당자는 포털에 뜬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뉴스서비스 코너에 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만우절이다 보니 해외 언론처럼 재미 삼아 기사를 쓴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사 어디에도 ‘만우절용 기사’라는 표시가 없어 해당 매체에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뉴스서비스를 제공한 다음카카오는 ‘해당 언론사 허락 없이 우리가 손댈 수 없다’고 방치해 해당 기사는 한동안 다음 검색에 그대로 노출됐다.

한 인터넷 매체에서 일하던 기자들이 각자 독립해 비슷한 매체를 창간하고 같은 기사로 기업을 골탕 먹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또 기업의 사건사고를 아예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관리하기도 한다. 모든 기사를 회사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와 연관시키는 방식도 흔하다.

사이비언론들은 공무원들에게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이전한 중앙 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시에는 최근 매체 창간이 급증해 언론사가 23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80%는 인터넷 매체다. 세종시 인구는 18만 명이다. 김재근 세종시 대변인은 “인터넷 신문을 창간하려 하니 광고를 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실체도 없는 언론사에 ‘세금’을 내놓으라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 포털사이트, 현실적 대안 내놔야


주요 기업들은 28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사이비언론의 횡포를 막자는 취지에서 내놓은 방안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대기업의 광고담당 임원은 “사이비언론의 횡포를 근절하려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구글과 같은 방식으로 뉴스를 서비스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첫 화면에 걸어 놓은 뉴스서비스로 사용자를 모아서 검색광고나 다른 서비스에 노출시키는 현재의 사업 모델을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사업 모델을 바꾸기 어렵다면 포털이 뉴스 유통사업자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기업들은 지적한다. 대형마트가 진열대에 전시된 상품으로 소비자나 이해관계자가 피해를 입으면 즉시 대응하는 것처럼 포털 사이트도 뉴스 서비스를 관리하라는 뜻이다. 한 대기업의 홍보담당 임원은 “포털업체들이 기업들의 호소에 ‘법적으로 권한이 없다’며 회피할 게 아니라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기사를 실시간 스크린하거나 기업이 공식적인 반론을 할 공간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미디어경영학회에서 남찬기 KAIST 교수(경영학)는 ‘소비자 조사를 통한 포털에서의 뉴스 기여도 분석’에서 “포털의 광고영업이익에 대한 신문뉴스의 기여도는 17∼19%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의 2013년 광고영업이익 5241억 원 중 신문 뉴스 덕분에 발생한 영업이익은 약 750억 원이다. 여기에 뉴스를 보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간접효과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벌어들인 이익은 훨씬 더 크다는 게 미디어학계의 시각이다.

기업들과 미디어 분야의 전문가들은 포털이 사이비언론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언론학)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유통 독점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적인 현상”이라며 “뉴스 유통을 틀어쥐고 있는 포털사이트가 이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김지현 / 세종=이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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