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FTA 날개’ 단 車부품업체 일진베어링 경주공장 르포

동아일보

입력 2012-03-16 03:00:00 수정 2012-03-16 08: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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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크라이슬러서 ‘러브콜’… “쉴 틈이 없다”

박종승 일진베어링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4일 경북 경주시 황성동 본사 공장에서 베어링 부품을 들어 보이며 직원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베어링을 국내외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이 회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주=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경북 경주시 황성동의 자동차 부품업체 일진베어링 본사 공장. 대형 프레스기가 ‘쿵쿵’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쇳덩어리를 내려쳤다. 프레스기에서 찍혀 나온 묵직한 케이스가 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쇠구슬과 결합해 점차 베어링(자동차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구동축)의 모습을 갖춰갔다. 이 베어링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현대·기아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하루 앞둔 14일 이 회사 직원들은 쉴 새 없이 기계를 가동하며 베어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진그룹은 일진베어링을 축으로 일진글로벌, ㈜일진 등 자회사를 거느린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이다. 주력 제품인 베어링의 가격이 개당 6000∼2만 원 수준으로 섀시 등 다른 대형부품에 비해 단가가 낮지만 지난해 이 그룹은 1조6843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 가운데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만 2918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 수입에 의존하던 베어링, 이제는 수출


우리나라 완성차업체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자동차용 베어링을 모두 수입했다. 일진베어링은 1994년 일본 고요사와 기술 제휴해 베어링 국산화에 나섰다. 그러나 해외 자동차업체들은 역사가 일천한 일진을 외면했다. 자동차 바퀴를 굴리는 핵심부품인 베어링은 안전성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고심하던 일진베어링은 사후처리(AS)용 부품을 공급하며 해외시장을 우회 공략했다. 이후 현대·기아차와의 해외 동반진출을 통해 점차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0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베어링은 2002년 미국 수출을 시작하며 ‘수출 효자’로 거듭났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해외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1월에는 현대·기아차가 품질 우수 협력사에 주는 ‘품질 5스타’를 받았다.

박영태 일진베어링 과장은 “3세대 베어링의 허용 오차범위는 7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로 독일 일본의 유수 베어링 업체에 못지않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 한미 FTA로 가격경쟁력에 날개 달아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업체들은 원가를 0.1% 절감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과거 세계 베어링 시장은 독일 일본 업체들이 독식해 왔다. 후발 주자인 일진그룹으로서는 품질과 더불어 가격경쟁력의 확보가 최대 과제였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 미국과의 FTA가 잇달아 발효된 것은 일진에 더없는 희소식이었다. 미국 수출용 베어링에 붙는 2.5%의 관세가 15일 0시를 기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진그룹은 올해에만 이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으로부터 총 2억7000만 달러(약 3043억 원) 규모의 베어링 공급 수주에 성공했다. 독일 BMW의 ‘3시리즈’와 ‘5시리즈’에도 베어링을 공급하기로 했다.

일진그룹은 지난해 4월부터 삼일PwC와 함께 원산지관리 시스템 구축을 시작해 작년 말 마무리했다.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판매하는 제품이 한국산임을 입증할 수 있는 전문화된 수출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진베어링은 직원들에게 영어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해외영업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학원 수강비를 지원할 뿐 아니라 불시에 e메일을 보내 영어 테스트를 치를 정도다.

박종승 일진베어링 대표이사 사장은 “FTA는 자동차부품뿐 아니라 국산차의 수출도 늘려 부품업체로서는 겹경사”라며 “일찌감치 FTA 시대를 준비한 일진은 이제 세계 최고의 베어링 전문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주=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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