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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2025년부터 신차는 모두 전기차로”

이건혁 기자
입력 2021-09-03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2:54:50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4년 뒤인 2025년부터 새 자동차 모델을 모두 전기차로 선보이기로 했다. 2030년부터는 휘발유, 디젤 등으로 운행하는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를 모두 중단한다.

2일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친환경 전략 ‘퓨처링 제네시스’를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선보이는 모든 신차를 수소연료전지 기반 또는 배터리 기반 전기차로 제작한다. 2030년까지 8개 모델로 구성된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한다. 2030년부터 제네시스 브랜드의 경우 대리점 등 판매망에서 전기차만 취급하도록 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등을 통해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2035년 달성할 계획이다. 현대차, 기아 브랜드 차량은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계획을 잇달아 밝히며 ‘전기차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GM 등은 각각 2030∼2035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일 영상을 통해 제네시스의 전기차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제네시스 유튜브 캡처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일 영상을 통해 제네시스의 전기차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제네시스 유튜브 캡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영상에 등장해 직접 계획을 밝히며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서두르지 않고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미래 드라이브 “2030년 제네시스 전기차 年40만대 판매”
전기차 전환 전략 공개


제네시스가 4년 뒤인 2025년부터 ‘전기차만 내놓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탄소 중립 및 친환경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

수입차 브랜드의 공격적인 전기차 전환 전략까지 감안하면 2025년 이후 국내에서는 신차로 팔리는 차 상당수가 전기차이고 2030년 이후로는 내연기관차를 구매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제네시스는 도요타의 렉서스, 폭스바겐의 아우디처럼 독립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2015년 현대차가 내놓은 고급 브랜드다. 제네시스는 올 7월 선보인 대형 세단 G80 전기차 모델이 유일하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60은 아직 판매가 시작되지 않아 전기차 라인업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의 본격적인 전기차 전환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제네시스는 신형 전기차를 10년 내에 6개 이상 개발해 8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40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제네시스는 럭셔리를 넘어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망설이다가 전기차가 대세로 넘어가는 흐름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빨라지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7월 2030년에 판매할 모든 차종을 순수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당초 목표였던 ‘2030년 전기차 비중 50% 달성’을 전면 수정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했던 일본 도요타도 내년부터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기로 최근 전략을 바꿨다. 2035년 전기·수소차만 생산하겠다고 밝힌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전기차에 대한 투자 규모를 200억 달러(약 23조2000억 원)에서 350억 달러로 75% 증액하겠다고 7월 밝혔다.

제네시스가 2025년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선보이기로 한 건 주요 수출국의 규제 시간표를 감안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30년부터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5년부터 EU 안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는 내용의 탄소중립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내연기관차는 수출도 어려워진다. EU는 2026년 EU로 수출되는 내연기관차에 탄소국경세를 매기기로 했으며, 미국은 2025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제네시스를 신호탄으로 현대차 및 기아 브랜드도 전기차 전환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달 6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한다. 앞서 현대차는 2040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을 전기차로 채워 세계 시장 점유율 8∼10%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보다 강화된 계획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자동차 업계의 친환경 전략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쌍용자동차는 새 주인을 찾는 대로 대규모 투자를 받아 전기차 생산라인을 보강할 계획이지만 인수합병(M&A) 향방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미국 및 프랑스 본사가 한국 생산라인에 전기차를 배정할지 자체가 미지수다. 내연기관 부품 중심의 자동차 생태계를 전기차 중심으로 바꾸고, 낮은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