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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진출 여부’ 고객에 초점 맞춰라… 소비자주권, 중고차시장 개방 결정 촉구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1-09-02 15:15:00업데이트 2023-05-09 12:55:05
국내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 논의가 2년 반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여당 주도로 추진된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 합의 도출이 불발되기도 했다. 각 업계 이해관계 충돌로 협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주무부처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게는 빠른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위원회는 2일 공식 성명서를 통해 각 업계 합의와 중기부 결정이 지연되면서 중고차 시장 혼란이 가중돼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증폭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기부는 심의 기한을 넘기면서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각 업계 대표단체로 구성된 발전협의회(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는 이해관계만을 주장하면서 중고차시장 고객인 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중고차 고객은 국민들이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 발전을 원한다면 발전협의회 결정은 쉽게 논의될 것이고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는 제도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합의 무산에 대해서는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 행태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고차시장 유일한 고객인 소비자들을 협의 과정에서 배제한 채 각 업계 이익만을 얻으려는 생각 때문에 최종 합의가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이해관계로 대립하는 사이에 중고차 판매 사기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자살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불안하고 한심할 노릇”이라며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한국소비자원이나 소비자단체를 협의체 구성원으로 참여시키지 않은 부분 역시 소비자를 홀대하는 불공정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국내 자동차시장 성장에 맞춰 중고차시장 역시 급격한 성장이 이뤄졌는데 빠른 성장 부작용으로 중고차시장에는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레몬마켓’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는 설명이다. 현행 중고차업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허위 및 미끼매물, 낮은 가성비, 판매자 불신, 가격 후려치기 등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매우 높아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4월 리서치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20~60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소비자 79.9%가 국내 중고차시장이 매우 혼탁하고 낙후된 시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주요 이유로는 허위·미끼 매물이 54.5%로 가장 많았고 가격산정 불신(47.3%)과 주행거리·사고이력 조작·비정품 부품 사용(41.3%), AS 불안 및 낙후된 피해보상(15.2%) 순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낙후된 현행 중고차시장에서 모범적이고 성실하게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중고차 판매자에 대한 배려도 적절하게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고차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대기업 완성차 업체들에 대해서는 자금력을 앞세운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차 판매조절을 위해 중고차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자금력을 바탕으로 상태가 좋은 중고차만 대량 매집해 중고차시장 가격을 조절하는 행위, 시장 독점 등을 대기업 진출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작용으로 꼽았다. 주요 해결과제로는 잔존가치 평가 전문화 및 체계화, 오픈 플랫폼 관련 중고차 품질 평가 및 투명한 가격 산정, 플랫폼사업자와의 관계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슈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 최대 피해자인 소비자들의 후생과 권익을 보장하는 관점을 최우선으로 여겨야한다”며 “중기부는 권한과 역할을 충분히 발휘해 각 업계 이해를 조정해 모두가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결정을 조속히 내야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