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롤스로이스가 꿀벌을 키우는 까닭은?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입력 2021-05-28 03:00:00 수정 2021-05-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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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벤츠 관계자들이 독일 진델핑엔 팩토리 56 개소식에서 탄소중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임러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세계적으로 기업의 ESG 경영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ESG는 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은 표현이다. 이는 21세기 들어 기업들이 꾸준히 강조해 온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럭셔리 카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브랜드가 제품 전동화를 서두르고 있고, 순수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벤틀리는 2026년까지 모든 모델의 동력계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나 전기 모터로 바꾸고, 2030년 이후로는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라페라리에 이어 SF90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양산을 실현한 페라리는 최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2025년 첫 순수 전기차 출시를 공식화했다. 람보르기니도 2023년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2024년 말까지 모든 라인업을 하이브리드화하고, 2020년대 후반에는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른 럭셔리 카 브랜드들도 순수 전기차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2011년에 양산차 기반의 전기 콘셉트카인 102EX를 만들었고, 이후 순수 전기 자율주행 콘셉트카인 103EX로 미래 럭셔리 카의 개념을 보여줬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역시 2016년에 내놓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을 시작으로 꾸준히 전기 구동계 사용을 전제로 한 콘셉트카들을 선보였다.


고용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것이 럭셔리 카브랜드의 중요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한 여성 근로자가 자동차를 살피고 있다. 다임러 제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럭셔리 카 브랜드는 순수 전기차로의 전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소비자들의 연령과 성향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도 확산됐다. 럭셔리 브랜드는 제품 자체를 뛰어넘어 브랜드 경험의 차별화가 중요하다. 시장의 변화가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는 ESG 경영의 중요성을 키운 셈이다.

제품뿐 아니라 제품의 생산 과정에도 ESG 개념이 반영되고 있다. 벤틀리는 올 3월 영국 크루에 있는 본사의 생산활동 관련 최신 환경 및 지속가능성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벤틀리는 2020년 핌스 레인 공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0년보다 99.5%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생산대수로 나누면 대당 29kg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한 셈이다. 벤틀리는 생산 및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 친환경 가스 및 전기를 통해 얻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과 더불어 자원 재활용 범위도 확대했다. 벤틀리는 폐수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해 작업장 내 직접적인 물 사용 감소와 더불어 10년간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수자원을 55.9% 줄였다. 재활용 공정도 개선했다. 2020년에 배출한 매립 폐기물은 대당 3.57kg으로 2010년 대비 99.1% 줄어들었다. 벤틀리는 이와 같은 노력을 이어나가 2025년까지 생산 관련 환경영향을 2010년 대비 75% 줄일 것이라고 한다.

롤스로이스가 공장 인근에 설치한 양봉장에서 근로자 두 명이 벌집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제공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모기업인 다임러는 지난해 독일 진델핑엔에 최첨단 친환경 공장인 팩토리 56을 완공해 가동을 시작했다. 올해 국내 판매 예정인 신형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이산화탄소 중립을 목표로 철저하게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팩토리 56에서 필요한 전기는 지붕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 시설, DC 전력 그리드, 재활용한 자동차용 배터리로 만든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공급한다. 지붕 위의 태양광 발전 패널은 빗물을 모으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하수 처리 시스템을 통해 저장한 빗물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공장 건물 일부는 건축폐기물을 재활용한 콘크리트를 활용해 만들었다.

롤스로이스는 쾌적한 생산 환경을 만들고 공장 주변 지역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넓은 면적의 정원을 조성했다. 이 정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양봉장이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환경 악화로 개체수가 줄고 있는 벌의 생육을 돕는다는 의미가 있다. 인근 지역을 날아다니며 벌들이 수집한 꿀은 ‘롤스로이스 오브 허니’라는 이름으로 생산되고, 주변 작물 재배에 도움을 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벤틀리 크루 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 벤틀리 제공
호화로운 소재를 사용하고 전통적 제작 방식을 지키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았던 효율이나 친환경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부품과 소재의 친환경성과 재활용 방법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은 물론, 소재를 얻는 방법이나 생산 과정의 윤리적 측면도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럭셔리 카 브랜드들은 여러 부품과 내장재에 재생 가능한 원자재 사용과 재활용 비율을 늘리는 한편, 모든 단계에서 환경과 사회적 기준을 높이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구성요소인 배터리의 제조 공정 기준을 높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로 쓰이는 코발트 등 일부 소재는 오랫동안 가혹한 노동조건과 오염을 일으키는 환경에서 채굴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소재 생산 과정에서 노동과 환경 관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가죽과 목재 등 럭셔리 카에 전통적으로 쓰인 여러 소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노동자의 채용이나 작업환경과 관련해선 질적 수준을 높이고 차별은 줄이려 하고 있다.

평범한 브랜드와 차별화된 특별함을 지키는 것은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불평등과 빈곤이 특별함의 바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빠른 속도로 폭넓게 공유되는 현실은 불평등과 불합리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는 럭셔리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줬다. 즉 경제적으로는 특별함을 누리면서도 사회적으로는 포용력 있는 문화에 녹아드는 것이 새로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럭셔리 카 브랜드들의 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면서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는 방법으로서 ESG 경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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