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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화제 테슬라 배터리데이…“3년 내 반값 車” 선언으로 들썩

동아일보
입력 2020-09-23 17:35:00업데이트 2023-05-09 15:22:37
‘소문난 잔치’로 끝난 배터리, ‘3년 내 반값 전기차’로 불 지른 전기차시장.

전 세계 투자자와 배터리업계, 자동차업계의 시선이 쏠렸던 테슬라 배터리데이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자체 생산을 발표할 것이라던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지만 반값 전기차, 완전 자율주행차량 예고로 자동차업계는 들썩였다. 행사가 끝난 뒤 나스닥시장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6.84%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49)는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서 테슬라의 주주총회를 겸해 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가 더 강력하고 오래 가며 가격은 절반 수준일 것”이라며 새 원통형 배터리 셀 ‘4680’을 소개했다. 이날 머스크는 한달 안에 완전 자율주행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오토파일럿’을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새 배터리 셀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주행거리는 16% 더 길며 약 3년이 지나야 대량생산 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이날 새로운 배터리와 공정 혁신을 통해 원가를 56% 절감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3년 뒤에는 가격을 2만5000달러 수준으로 크게 낮춘 전기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 신기술은 공개되지 않은 대신 반값 배터리를 선언하자 자동차 업계는 ‘머스크가 현실적 선택을 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 가격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테슬라가 한발 앞서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출고가가 4만 달러 이내인 ‘모델3’을 내놓으면서 폭발적인 판매량 성장을 보여줬다.

전기차에서는 배터리가 원가에서 최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는 전기차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시장 확대의 열쇠는 결국 가격 경쟁력에 있다는 점을 확실히 느꼈기 때문에 선택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가격 경쟁 선언으로 내년 초부터 잇따라 전기차 전용 차량을 출시할 계획인 현대·기아자동차와 3만 유로(약 4100만 원) 수준의 전기차 ‘ID.3’을 내놓은 폭스바겐 등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2025년 전후에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없이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전기차 산업 전반으로 배터리 원가 하락이 이어지며 전기차 시대로의 빠른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테슬라가 어떤 차량을 2만5000달러 수준에서 내놓겠다고 밝히지 않은 점 때문에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량의 크기와 주행거리, 자율주행기술 적용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한편 이날 베터리데이 행사에서 기대했던 배터리 관련 신기술 공개가 발표되지 않자 테슬라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가량 폭락했다. 외신과 투자자들은 ‘100만마일(약 161만㎞)’ 배터리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 도약이 없었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