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반도체’로 주목받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차세대 제품을 놓고 한일 간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미래차 핵심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과 양산을 위해 일찌감치 동맹을 맺은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협력에 나서 경쟁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 격인 중국과 독일 기업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추격에 나선 만큼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완성차·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기술력이 앞선 기업으로는 도요타와 파나소닉 연합이 꼽힌다. 특히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의 40%는 도요타를 포함한 일본 기업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하면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2배 이상 늘고 폭발 가능성이 낮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주도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차세대 시장 대결은 이제 막이 오른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의 설계부터 제조 방식까지 다양한 기초 특허를 확보했고, 파나소닉의 전기차 배터리 양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한국 기업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영국 다이슨이 중도에 포기했을 만큼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이 이뤄지면 일본 등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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