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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르노삼성 잠재력 보여준 ‘XM3’… “이유 있는 흥행돌풍”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0-04-06 14:21:00업데이트 2023-05-09 16:49:44
르노삼성자동차가 야심차게 선보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차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선한 디자인과 ‘적절한’ 상품성.

중형 세단 SM6와 중형 SUV QM6가 그랬다. 두 모델 모두 출시 당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조금 다른’ 신선함으로 메웠다. SM6는 세련된 디자인과 중형 세단에서 보기 힘들었던 실내 구성으로, QM6는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앞세워 부족한 부분을 적절한 상품성으로 구현했다. 결과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꾸준한 흥행으로 이어졌다.

현실적으로 현대·기아자동차의 신차 출시 패턴과 기술 적용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이는 르노삼성 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해당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함’을 강조한 이유다. 무리하게 앞서가려고 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르노삼성의 역할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XM3는 르노삼성의 가능성과 잠재력,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차다. 르노삼성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특한 외관 디자인과 탄탄한 주행성능, 경쟁력 있는 가격정책까지 흥행요소를 대거 갖췄다. 특히 르노삼성은 XM3의 디자인을 강조한다. ‘프리미엄 디자인 SUV’라는 캐치프레이즈(광고 문구)를 내걸 정도다.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실제로 타보면 이 차의 진가는 주행감각에서도 돋보인다. 경쾌한 주행감각을 발휘하면서 승차감도 안정적이다.
○ 아쉬운 모델명… 브랜드 작명법 지각변동

모델명은 아쉬움이 남는다. XM3가 추가되면서 브랜드 작명법 체계가 혼돈에 빠졌다. 그동안 각각 세단과 SUV를 의미했던 ‘SM’과 ‘QM’에 뜬금없이 ‘XM’이 더해진 것.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명이 중구난방이다. 알파벳과 숫자를 활용한 작명법 체계는 차종이 다양한 브랜드에 적합한데 르노삼성은 그렇지 않다. SM3와 SM5, SM7은 모델 노후화에 따라 단종됐고 QM3 역시 풀체인지를 앞두고 지금은 판매되지 않는다. 심지어 QM3 후속 모델은 국내에서 ‘르노 캡처’로 판매될 예정으로 QM3라는 이름도 이제 사용하지 않는다. XM3는 해외에서 ‘아르카나’로 판매되는데 르노삼성이 굳이 알파벳과 숫자 조합 모델명을 사용한 이유에 의문이 든다.

숫자 ‘3’은 차급까지 헷갈리게 하는 요소다. 소형 SUV QM3를 연상시키는 숫자다. 실제로 XM3 차체 크기는 길이와 너비가 각각 4570mm, 1820mm로 현대자동차 투싼에 버금간다. 길이는 투싼보다 길다. 국내 기준으로 준중형 SUV 차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숫자 3으로 인해 실제보다 작은 차로 오해받기 쉽다. 경쟁모델로 기아차 셀토스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꼽히는 이유로도 볼 수 있다.
○ 처음 경험하는 국산차 스타일… 세단·SUV 크로스오버

외관 디자인은 파격적이다. SUV 골격 위에 세단 차체가 결합된 형상이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로는 처음 선보이는 크로스오버 디자인이다. 관점에 따라 세단 스타일 SUV 혹은 SUV 감성이 더해진 세단처럼 느껴지는 게 묘미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표적인 쿠페 스타일 콤팩트 SUV BMW X4나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보다는 지난 2015년 국내 출시됐던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에 가까워보인다. 날렵한 스타일 때문에 언뜻 봐서는 작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덩치가 꽤 크다.
전체적으로는 ‘C’ 형태 LED 주간주행등과 유려한 곡선 실루엣, 세련된 테일램프 스타일 등이 조화를 이룬다. 한 눈에 봐도 르노삼성 모델임을 알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르노삼성은 안정적인 비율과 실루엣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아한 세단 스타일 차체와 다부진 근육질 하체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지상고(노면과 차 밑바닥 틈새 높이)는 186mm로 높였다. 하지만 차체 높이는 1570mm로 낮춰 ‘껑충’해 보이는 느낌을 없앴다. 전체 비율은 상위 SUV 모델인 QM6보다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모습이다. 그러면서 최저지상고를 넉넉하게 잡아 승하차 편의를 높였고 험로 주행 시 차체 하부 손상 가능성은 줄였다. 취향에 따라 전용 바디킷과 사이드스텝, 스포일러 등 전용 순정 액세서리를 장착해 보다 역동적인 스타일로 꾸밀 수도 있다.
○ 새로운 브랜드 인테리어 방향성… 사용 편의↑

실내는 깔끔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세로로 길게 뻗은 센터 9.3인치 디스플레이와 건반식 버튼, 다이얼 방식 공조기 버튼이 새롭다. 이 구성은 향후 출시될 르노삼성 신차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전반적으로 사용자 조작 편의에 많은 공을 들인 모습이다. 소재 선택도 나쁘지 않다. 손이 닿는 곳이나 눈에 보이는 부분 소재 선택에 심혈을 기울여 만족도 높은 감성품질을 구현했다. 특히 시트 디자인과 소재는 고급스럽다. 볼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각종 버튼은 운전석 방향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 조작 편의를 높였다.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동급 최대 크기라고 강조한다. 해상도도 기존 S링크 디스플레이에 비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내비게이션 지도를 온전히 확인할 수 있는 세로 크기로 타사 차종의 10.25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 수치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르노삼성 측은 전했다. 시인성 측면에서 지도를 사용할 때 확실히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답답함이 덜하다.
무엇보다 공조기 버튼을 물리적인 버튼으로 만든 점이 반갑다. SM6의 경우 공조기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 버튼이 있지만 공조기를 끌 때는 디스플레이 메뉴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XM3는 직관적인 물리버튼이 마련돼 사용 편의가 개선됐다. 건반식 버튼은 열선·통풍시트, 주행모드 설정, 비상등, 도어잠금, 파킹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됐다. 마찬가지로 직관적인 조작이 특징으로 괜찮은 시도다. 하지만 아래로만 눌리는 방식이고 저렴한 버튼 소재는 향후 개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주행모드 설정 버튼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르노삼성 차를 처음 구입하는 소비자는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계기반도 주목할 만하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로 이뤄졌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클러스터에 지도가 표시된다. 주행모드를 변경하거나 설정을 통해 지도 표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픽이 깔끔하고 시인성이 우수해 쾌적한 운전을 돕는다. 마찬가지로 상위 모델인 SM6나 QM6에 없는 최신사양으로 향후 출시될 르노삼성 신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시프트는 운전재미를 강조한 XM3의 성격을 암시한다. 패들시프트는 SM6에도 없는 사양이다.
뒷좌석은 긴 휠베이스(2720mm)를 바탕으로 무릎공간을 넓게 뽑아냈다. 휠베이스 길이는 현대차 투싼(2670mm)보다 길다. 다만 낮은 전고로 인해 헤드룸 공간은 다소 좁게 느껴진다. 농구선수처럼 키가 큰 사람이 탑승하기에는 다소 비좁을 것으로 예상된다. 뒷좌석 등받이는 기울기가 고정돼 있다. 리클라이닝 기능이 없는 점은 아쉽다. 트렁크 공간은 513리터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낮게 떨어지는 C필러 때문에 손해 본 공간을 긴 휠베이스가 상쇄시켰다. 깊고 넓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을 열면 또 다른 수납공간이 나온다. 더블트렁크플로어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하면 뒷좌석을 접어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 벤츠와 협업한 새 파워트레인… 탄탄한 주행감각 주목

파워트레인은 1.3리터 TCe260 가솔린 터보 엔진과 습식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EDC)가 조합됐다.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TCe260 엔진은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 개발한 엔진으로 다운사이징 기술이 집약됐다. 향후 르노그룹 주력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B와 CLA, A클래스 등에 이 엔진을 탑재한다. XM3에 탑재된 TCe260 엔진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3.2km(고속도로 15.3km/l, 도심 11.8km/l, 18인치 타이어 기준)다.

작은 엔진이지만 전자식 터보차저(e-WGT) 시스템을 적용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2.0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QM6 GDe(144마력, 20.4kg.m)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공차중량은 1345kg이다. 현대차 투싼(1515~1550kg)보다 150kg가량 가볍다.
1.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가벼운 차체를 손쉽게 이끈다. 낮은 엔진회전수(RPM)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도록 세팅해 저단이나 오르막길에서 답답한 느낌이 없다. 가속페달을 조금 세게 밟으면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채비를 갖춘다. 다운사이징 엔진 특유의 가벼운 느낌이 있지만 고속에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다른 다운사이징 엔진과 비교하면 엔진질감이 우수한 편이다. 독일 게트락이 공급한 7단 습식 EDC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방식이지만 저단에서 꿀렁거리거나 헤매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빠르게 변속하면서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경쾌하다. 무엇보다 서스펜션 세팅이 인상적이다. 리어 서스펜션이 토션빔 방식이지만 노면 충격을 균형감 있게 흡수한다. 기본적으로 단단하게 세팅돼 있지만 ‘통통’튀거나 거슬리는 느낌이 없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부드러우면서 직관적이다. 저속에서 부드럽지만 고속에서는 묵직해진다. 스포츠모드로 설정하면 엔진 반응이 약간 민첩해지면서 스티어링 휠이 조금 더 무거워진다. 탄탄한 하체와 빠릿빠릿한 핸들감각은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정도로 안정적이다. 유럽 소형 해치백을 모는 것처럼 운전에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고속으로 진입한 코너 구간에서도 노면을 움켜쥐면서 쏠림을 억제하는 움직임이 만족스럽다.
○ ‘정차·출발 가능한 ACC·차선이탈방지’ 기능 첫 적용

첨단 운전보조장치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동안 르노삼성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과 차선이탈방지보조장치, 후방교차충돌경보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에서 앞차와 차간거리를 유지하면서 정차와 재출발까지 돕는다. 정차 시에는 3초 동안 기능이 활성화되고 3초가 지나면 비활성화 된다. 가속페달을 누르거나 스티어링 휠 버튼을 누르면 3분 이내에서는 기능이 재활성화 된다. 3분이 넘는 시간동안 정차 상태가 유지되면 안전을 위해 기능이 비활성화 되고 주차 브레이크가 걸린다.

차선이탈방지 기능은 말 그대로 차가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 기능이다. 차선을 유지하는 개념이 아니라 차선을 밟으면 순간적으로 스티어링 휠을 제어해 주는 수준이다. 핸들에서 손을 떼면 몇 초 뒤에 경고가 나오며 차는 좌우 차선에 맞춰 ‘지그재그’로 운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르노삼성에 없었던 기술이 추가됐다는 데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다.
다른 주요 사양으로는 주차조향보조시스템(EPA)과 360° 주차보조장치, 차 원격 제어기능 기술인 ‘이지커넥트’, SK텔레콤 T맵 내비게이션, 전 좌석 원터치 파워윈도우 등이 탑재됐다. 이지커넥트는 차량 원격 제어와 상태 확인, 위치 찾기, 내비게이션 목적지 사전 입력 등을 지원한다. 3년 동안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르노삼성 XM3 국내 판매가격은 TCe260 모델의 경우 LE 트림이 2083만 원, RE 2293만 원, RE시그니처는 2532만 원이다. 1.6 GTe는 SE 트림이 1719만 원, LE 1939만 원, LE플러스 2140만 원으로 책정됐다. 출시 전부터 동급 대비 저렴한 가격대를 바탕으로 우수한 상품성이 많은 관심을 모았으며 이 관심은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시 첫 달인 3월 총 5581대가 팔려 브랜드 실적을 이끌었다. 누적계약대수는 1만6000대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XM3 인기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