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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생산중단→판매절벽… 글로벌 車산업 생태계 무너지나

김도형 기자 , 김현수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0-03-20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6:56:0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이를 예고한 가운데 현대·기아차도 미국과 유럽 주요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미국에선 생산 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유럽에선 ‘하나의 유럽’을 포기하고 각 나라가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인력·물류 이동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지역의 부품장비업체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도 물류에 차질을 빚으면서 한국 주력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신호가 커지고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일제히 생산 중단을 예고하거나 실제로 돌입했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 내 거의 모든 공장에서 2, 3주간 생산 중단에 돌입했고, 피아트크라이슬러도 이탈리아와 세르비아 등의 공장을 임시 폐쇄했다. 미국에서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생산 중단에 돌입하거나 중단 계획을 내놓았다.

현대·기아차도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확진자가 나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방역을 거친 뒤 재가동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유럽 공장은 생산 중단이 2주간 이어진다. 현대차 체코공장 인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인근의 부품이 서로 공유돼 완성차가 만들어지는 구조라 양국 물류가 중단되면서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해지면 자동차 생산과 판매 양쪽에 모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많은 소비자가 이미 대리점 방문을 꺼리고 있다. 지금 상태로 간다면 연간 판매가 10∼20%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가 먼저 터진 중국에서 이미 생산·판매 급감을 겪었다. 지난달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90% 이상 추락하면서 현대차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97%나 줄었다.

완성차 업계의 타격은 국내 2만여 개에 이르는 부품업체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생산에 맞춰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의 현지 생산 공장이 함께 가동 중단에 들어가기로 했고, 자동차용 공조제품 업체인 한온시스템 등도 비상계획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산업의 후방에서는 세계 곳곳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고 있는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철강사가 자동차 판매 감소 우려를 주시하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의 생산 중단과 판매 급감이 장기화되면 소규모 부품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린다”며 “시급히 유동성 지원을 준비해야 자동차 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체인 차질은 반도체 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시 사업장에서 만들고 있는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 구축이 지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용 노광장비를 만드는 ASML이 국경을 통제하는 네덜란드에 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 1위 반도체 식각장비 업체인 램리서치가 17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공장을 멈춰 세웠다.


장비를 받는다고 해도 외국 본사에서 엔지니어가 함께 와야 하는데 출장길도 막힌 상태다. EUV 노광장비 구축이 늦어지면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D램에 EUV 공정을 도입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측은 매일 이들 업체와 비상 화상회의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형 dodo@donga.com·김현수·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