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호출 승객 맞춰 AI가 노선 만들어… 원하는 곳서 타고 내려

서형석 기자

입력 2020-02-27 03:00:00 수정 2020-02-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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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셔클’ 타보니

20일 서울 은평구 진관공영차고지에서 본보 서형석 기자가 현대자동차의 모빌리티 서비스 ‘셔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이 차량은 스마트폰 셔클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배차된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0일 오후 3시 서울 은평구 진관공영차고지 앞에 초록색과 흰색으로 디자인된 쏠라티 승합차 1대가 도착했다. 주황색으로 ‘셔클’이라는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이 차량은 기자가 5분 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셔클’로 호출한 것이다. 목적지는 약 4km 떨어진 ‘은평한옥마을’. 출발·도착지를 입력하자 ‘5분 후 도착’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배차가 됐고, 차량이 가까이 오자 좌석번호가 앱에 떴다. 한옥마을까지는 10분 만에 도착했다. 시내버스를 탔다면 30분 가까이 걸렸을 거리다. 김수영 현대자동차 AIR(인공지능연구)랩 책임연구원은 “원하는 목적지, 교통상황에 맞춘 최적 경로에 따라 막힘없이 승객을 태워다주는 게 셔클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셔클은 현대차가 14일 은평뉴타운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신개념 승차 서비스다. 11인승으로 개조된 쏠라티 6대가 투입됐다. 앱으로 호출한 승객 중 이용 시간대와 경로가 비슷한 이들을 함께 태운다. 상황에 따라 혼자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출발지와 가장 가까운 곳의 차를 배차해 대기 시간은 10분 미만 수준이다. 경로와 차량 배차는 현대차 AIR랩이 개발한 인공지능(AI)이 주도한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탈 수 있는 택시의 장점과 합승이 가능한 버스의 장점만 따왔다. 반려동물과 함께 탈 수 있고 여행가방 적재 공간, 어린이 안전을 위한 카시트도 갖췄다.

주민 수가 5만8000명에 육박하는 은평뉴타운은 2015년 조성 이후 해마다 거주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노선버스가 부족하고 버스정류장도 멀어 주민들은 짧은 거리도 자가용을 이용한다. 이는 은평뉴타운의 교통 정체, 불법 주정차를 유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구파발역과 인근 대형 쇼핑몰에 가는 데 쓰이던 자가용이 셔클로 대체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가 차를 사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만든 건 역설적이다. 주영현 현대차 AIR랩 책임연구원은 “셔클은 마을(커뮤니티) 기반 서비스로, 마을 내 이동에 대해 대안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사전 신청을 받은 100명과 그 가족 등 400여 명에게 무료로 셔클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정식 서비스 때는 가구별 월 정액제 운영을 검토 중이다.

셔클 같은 ‘수요응답형 교통(DRT)’은 이미 세계 자동차업계의 화두다. 현대차는 19일 이사회를 열어 사업목적에 ‘미래 모빌리티’를 추가했다. 일본 도요타는 2018년 소프트뱅크와 모빌리티 합작사 ‘모넷’을 설립해 지난해 2월부터 4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맞춤형 DRT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예컨대 의료시설이 부족한 나가노현 이나시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앱으로 받은 진료 신청에 따라 진료 차량을 타고 의사가 왕진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모넷 관계자는 “사회 문제의 해결과 새로운 가치 창출이 목표”라면서 “현재 400개 지자체가 추가로 모넷과 DRT 확대를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도 DRT가 일본처럼 활성화되려면 관련 규제가 전폭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11인승 승합택시인 셔클이 합승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건 한시적 규제 완화(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좀 더 다양한 DRT 서비스가 나오려면 마음 놓고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적 불투명성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모넷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규제 완화 덕분에 여러 서비스 개발이 가능했고 지자체와 서비스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비로소 수익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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