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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공장서 친환경車 나온다”… 자연친화 생산시스템 경쟁

김도형 기자
입력 2019-12-09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8:58:56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모두 충당하고 있는 독일 BMW의 라이프치히 공장(왼쪽 사진)과 대규모 지붕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구축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전경. BMW코리아·현대자동차 제공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모두 충당하고 있는 독일 BMW의 라이프치히 공장(왼쪽 사진)과 대규모 지붕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구축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전경. BMW코리아·현대자동차 제공
독일 BMW는 10월 말 국내에서 미래자동차 전략을 설명하는 행사를 열고 참석자들에게 폐지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책자와 볼펜을 제공했다. 친환경차 로드맵을 공개하는 자리에서조차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친환경적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친환경차 생산에 나선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생산 과정의 친환경을 강조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생산 과정만 놓고 보면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불식하면서 장기적으로 무역장벽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포드는 맥도널드가 제공하는 커피 껍질을 플라스틱 소재와 혼용해서 차체 하부 부품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소재는 기존 플라스틱 대비 20% 가볍고,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도 25%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는 소재 생산은 물론이고 생산 및 운행 과정에서 쓰이는 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폐기 등까지 고려한 환경 개념을 따지기 시작했다.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도 충전 이후가 아니라 에너지의 생성단계부터 자동차 생산 및 활용, 폐기까지 전체적인 친환경성을 따지는 이른바 ‘웰투휠(Well To Wheel)’의 개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생산 흐름을 주도하는 곳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유럽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경쟁국들과의 생산 과정에서의 차별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올해 독일 내 츠비카우 공장에서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던 이 공장은 최근 전기차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는 ‘탄소 중립’ 생산기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39년까지 자동차 생산에서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놓고 있다.

독일 BMW의 경우 현재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쓰는 전력 100%를 풍력 등 신재생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고 앞으로는 100%로 높일 계획이다. 이 공장뿐만 아니라 뮌헨, 딩골핑 공장 등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이면서 공장 내 부품 운송에도 순수 전기 트럭을 활용하고 있다.

경량화 소재이지만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알루미늄 생산에서 재활용 알루미늄 사용 비중을 높이고 전기차에 필요한 2차 전지 소재인 코발트 조달에서는 일종의 공정무역 개념까지 적용하고 있다. 우살라 마타 BMW그룹 지속가능성·환경보호 부문 부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과 자원효율성 제고는 앞으로 세계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충남 아산공장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마련한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의 1단계 태양광 발전 시스템 조성을 마무리 지어 가고 있다. 현대차도 폐플라스틱·폐시트를 재활용해 소재로 쓰는 등 친환경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친환경 생산 여부가 향후 일종의 국제적인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앞으로 환경 규범을 강화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물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친환경 생산이 아직까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마케팅 수준의 문제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종의 무역장벽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