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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조직간 벽 깨야 미래 열린다”

김도형 기자
입력 2019-10-23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9:15:42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가운데)이 임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가운데)이 임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공무원 조직보다 현대자동차의 조직 간 벽이 더 높다는 얘기가 있다. 여기는 정치판이 아니다. 타 부서와 풀어나가는 노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능력이고 본부장들이 얼마나 협력을 잘하는지로 고과를 매기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직원 1200여 명이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회색 면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정 수석부회장이 직원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바뀌지 않은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자고 강조한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른 이후 복장 자율화와 직급 통합 등을 통해 유연한 조직문화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메일로 전달할 내용은 메일로, 전화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화상으로 하면 되지 모든 일을 마주 앉아서 한 장 한 장 설명하는 건 제발 하지 말라”며 “메일 보낼 때도 파워포인트는 굳이 붙이지 말라”고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처럼 일의 효율성, 조직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건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조직원들은 훌륭한데 이를 발휘 못하는 문화가 있다. 어느 기업에나 있는 ‘사일로 현상’(조직 간 벽이 높아 소통이 안되는 현상)이 우리 조직에 크게 자리한다”며 “틀을 깨면 우리는 굉장히 다른 조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를 1000만 대 정도 많이 팔아서 1등 하는 게 아니라 진보적 기업 문화에서 1등 하는 그런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서 이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좌우된다는 의미다.

3월 ‘자율 복장’, 5월 ‘미세먼지 저감’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이 열렸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주제로 한 이번 타운홀 미팅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 수석부회장은 “창사 이래 계속 변화가 있었지만 최근 5∼10년은 정체됐다고 평가한다. 많은 선배들이 열심히 했지만 세계 트렌드가 바뀌어 가는데 우리의 변화는 모자라다. 과감히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거의 마지막이다. 현대만 바뀌면 다 바뀌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인력 재배치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전체 직원 중 50% 이상이 재미를 갖고 만족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업계의 미래에 대해 “세계적으로 2500만 대가 공급 과잉”이라고 봤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여러 건의 인수합병이 이어졌지만 실제로 사라진 회사는 거의 없고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 과잉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의 미래 사업은 “자동차가 50%, ‘프라이빗 에어 비히클(개인항공기)’이 30%, 로보틱스가 20%의 비중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수부님’으로 불린다. 수석부회장을 줄인 말로 ‘사부님’과 비슷한 뉘앙스라 껄끄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편하게 부르시라”고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에 읽은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라는 책을 직원들에게 보내겠다며 이 책에 대한 생각을 메일로 보내 달라고도 했다. 청년 43인이 기성세대에게 쓴 글을 모은 이 책에 대해 현대차 직원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