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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얻는자, 미래차 시장 정복한다”

지민구 기자
입력 2019-08-06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9:43:58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의 현대자동차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차의 미래형 자동차 탑승 체험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뉴스1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의 현대자동차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차의 미래형 자동차 탑승 체험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뉴스1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고 인도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 나섭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3월 19일 인도 1위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올라’에 3억 달러(약 3600억 원)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현대차는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인 ‘그랩’에는 총 2억7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가 1년 3개월 동안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에 총 5억7500만 달러를 잇달아 투자한 것을 놓고 의사결정이 느린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은 ‘생존전략’이라고 본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단독으로, 혹은 연합체를 구성해 ‘목숨 걸고’ 모빌리티 업체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5일 자동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미국, 독일 업체들은 대규모로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일본 대표 완성차 업체 도요타가 주도해 설립한 자율주행차 서비스 기업 ‘모네(MONET) 테크놀로지’에는 혼다, 스즈키, 스바루, 마쓰다 등 프랑스 르노가 최대 주주인 닛산을 제외한 일본의 주요 완성차 업체가 대부분 주주로 참여했다. 자금이 풍부한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포드는 미국 2위 차량호출 업체 리프트와 협업에 나섰고, ‘100년 맞수’로 불린 독일 다임러(벤츠)와 BMW는 모빌리티 플랫폼 및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동맹을 맺고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그랩에 5년간 2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그랩에 투자한 4억9500만 달러보다 4배 이상 큰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올라에도 2014년부터 공동 투자자들과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이 외에도 미국 우버의 최대 주주(지분 12.8%)이며 중국 디디추싱과 그랩, 올라 등의 대주주다.

자동차 업계와 소프트뱅크가 이처럼 모빌리티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는 이 사업의 성장성이 어느 사업보다 크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투자설명회(IR)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4곳의 올 1분기(1∼3월) 서비스 거래액은 958억 달러로 2016년(230억 달러)의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완성차 업체가 차량공유 플랫폼에 올라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완성차 대량 구매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네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우버 등 각국의 모빌리티 플랫폼에 뿌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자동차 업체는 더 선제적으로,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수년 내 가장 많은 차량을 사들일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소프트뱅크의 영향력에 놓이면 비교적 적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기아차가 공급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를 통해 모빌리티 플랫폼과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미 택시 기반 플랫폼 업체인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에 50억 원을 투자했고,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 중인 코드42에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지만, 국내 유망 기업과 협업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