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레이스 합류한 ‘레디컬 SR1’ 타보니… 최대 1만rpm 극한주행도 OK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12-30 12:24:00 수정 2018-12-30 12: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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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8시. 겨울 절정에 찾은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전날 밤부터 내린 눈송이가 드넓은 서킷을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어버린 것이다. 조금 더 가까이서 바라본 포뮬러1(F1) 경주장은 서킷 구조물과 함박눈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했다. 이런 텅 빈 서킷을 보고 있자니 눈밭을 질주하고 싶은 충동도 절로 들었다.

짜릿한 상상도 잠시, 반갑기만 했던 눈은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오전 내내 계속된 눈보라로 서킷 주행 자체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서킷라이센스 발급을 위한 실전연습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갑자기 기상 상황이 급변했다. 먹구름 사이로 해가 뜨더니 불과 30분 사이에 트랙에 쌓인 눈이 금세 사라져버렸다.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주행 허가가 떨어졌다.

현재 영암에서는 12월 동계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전에는 전반적인 영암 서킷 교육을 진행하고, 오후부터는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코스다. 이날 취재진은 레디컬 경주용차 ‘SR1’ 시승을 위해 영암 서킷을 찾았다. 레디컬 컵 아시아 조직위원회는 이곳에서 지난달부터 SR1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운영 기간은 내년 1월 중순까지다.

SR1은 올해 ‘레디컬 컵 아시아’ 원메이크 대회를 통해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 모터스포츠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시작돼 북미와 중동,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슈퍼레이스 챔피언십과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SR1은 그동안의 시름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환상적인 주행 퍼포먼스는 운전자를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먼저 시동을 걸자마자 중저음으로 깔리는 우렁찬 엔진 배기음이 심장을 울려댔다. 마치 호랑이가 먹잇감을 사냥하기 직전 으르렁대는 극도의 흥분상태와 흡사했다.

레디컬에 따르면 SR1은 슈퍼카보다 역동적인 운전의 강렬함과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순수한 레이스카를 쉽게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됐다. 특히 SR1은 누구나 운전하기 쉽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실제로 복잡한 수동기어 대신 핸들 뒤쪽에 패들시프트를 장착해 초보자도 손쉽게 조작 가능하도록 했다.

SR1 생김새는 포뮬러 머신 축소판이라고 보면 된다. 차체 크기는 길이 3860mm, 너비 1560mm, 높이 1020mm다. 일반적인 경차 수준이다. 천장이 없는 오픈톱 모델로 만들어져 경주차 특유의 실루엣이 구현됐다. 헤드 및 테일램프는 LED로 이뤄졌고, 후면에는 대형 스포일러가 장착됐다. 실내는 레이스 전용 시트와 벨트, 크기가 작은 스티어링 휠과 레이스용 페달이 들어가 있다.

기본적인 운전 요령을 파악한 후 본격적으로 SR1을 다뤄봤다. SR1을 타고 피트를 빠져나와 서킷에 오르자 실전에 나서는 카레이서가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눈보라까지 쳤지만 긴장감이 감돌면서 추위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처음에는 타이어 예열을 위해 F1 서킷(5.615㎞)을 천천히 돌았다. 노면 상태는 눈이 녹은 직후여서 미끄러웠다. 타이어 접지력을 끌어올리고 나서 곧바로 속도를 높였다. SR1은 가속페달의 아주 미세한 조작에도 반응할 만큼 응답속도가 무척 빨랐다. 직선주로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순식간에 엔진회전수가 4000rpm까지 도달해 순간 속도를 폭발적으로 끌어 올린다. 노면상태를 고려해 레디컬 관계자와 6000rpm 범위에서 주행하기로 했지만 지키기 어려웠다. SR1은 최대 1만rpm까지 쓸 수 있다.

SR1은 1300cc 4기통 엔진이 장착돼 182마력의 파워를 낸다. 공차중량이 490kg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제로백은 3.5초에 불과하다. 국내 모터스포츠 최고 클래스로 불리는 슈퍼6000에 출전하는 스톡카가 영암 F1 서킷 한 바퀴를 2분15~20초대에 주파하는데, SR1도 비슷한 랩타임을 낼 정도로 강력하다. 여기에는 드라이 섬프 오일 시스템(Dry sump oil system)이 한 몫 한다. 이는 엔진 열을 빠르게 식혀 주행 퍼포먼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빠른 코너링의 비결은 제동 장치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 제동 관련 장치로는 감쇄력 조절식 레이싱 서스펜션과 앞·뒤 4피스톤 캘리퍼가 적용돼 재빠른 코너탈출을 돕는 것이다. 타이어는 센터락 방식 전용 휠과 한국타이어가 공급한 레이스용 타이어가 조합됐다.

SR1 코너링은 이번에 전남도가 새로 개설한 듀얼 서킷에서 진가가 발휘됐다. 전남도는 듀얼서킷 공사를 통해 상설서킷과 F1서킷을 분리하고 분리된 서킷들 자체만으로도 레이스와 각종 모터스포츠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3.6㎞ 길이 자동차 경주장이 1개 더 생겨난 셈이다. 상설 B트랙은 14개 코너로 구성됐는데, SR1이 코너링에 강점이 있는 만큼 더욱 역동적으로 코너를 빠져 나왔다. F1 머신을 닮은 공기역학적 외관 디자인 덕분에 강력한 다운포스가 발휘돼 경쾌하고 빠른 움직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지난 28일 레디컬 SR1 두 대가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F1 서킷을 달리고 있다. 미디어룩 제공

레디컬 SR1 국내 판매가격은 8900만 원이다. 레이스카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로모터스포츠는 보관과 수리, 관리, 운동, 원메이크 대회 참가 등 차량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관리 부담을 덜어 구매 접근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김진태 유로모터스포츠 대표는 “레디컬 SR1은 엔트리 모델이지만 상위 모델에 적용된 레이스카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모델”이라며 “운전이 쉽고 취향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통해 ‘나만의 레이스카’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레이싱 카트 다음 수순으로 박스카 경주로 넘어가는데, 그 중간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암=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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