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의 ‘고급야구’ 발언과 1군 엔트리 확대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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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LG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최근 ‘고급야구’ 발언으로 의도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팀당 144경기’ 체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개인적 소신과 현장 일부의 의견을 담아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를 하면 투수력, 선수들의 체력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고급스러운 야구를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수 축소에 방점을 찍은 현실적 언급이지만, ‘평상시 KBO리그는 과연 고급스러운가’라는 반문이 뒤따랐다.

10구단 체제가 도래한 2015년 이후 KBO리그는 ‘경기력 퇴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2018년까지 기승을 부린 ‘타고투저’가 대표적 사례로 등장했다. 급격한 구단수의 증가로 인해 투수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면서 타고투저를 부른 것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KBO는 지난해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췄다. 그러자 타고투저 대신 ‘투고타저’가 엄습했다. 인위적 조치 하나만으로 리그의 트렌드가 극단적으로 급변한 것이다.

KBO리그는 내·외부의 크고 작은 변수에 여전히 취약한 구조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리그 최고의 열성팬을 다수 보유한 원년 구단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롯데 자이언츠는 숱한 비난에 휩싸였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프리에이전트(FA) 이적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채 상대팀들에게 홈플레이트를 자동문처럼 열어준 결과다. 롯데 팬들에게 고급야구는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멈춰버린 듯 느리게 흘러가고 있는 올해 어쩌면 KBO리그는 아예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뒤늦게나마 개막을 맞고, 또 아쉬우나마 줄어든 경기수대로 리그를 치를 수 있다면 ‘행운’일지 모른다. 단, 고급야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금보다 수준이 더 떨어진다면 리그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비상시국에 걸맞게 메이저리그(26명→29명)와 일본프로야구(29명→40명)는 엔트리 확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게 다일 수는 없지만, KBO리그 역시 실행 가능한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급스러운 야구”는 현장이 아니라 팬들이 가장 바라는 바이기 때문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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