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감염병 차단… KT사업 국제적 호응

신수정 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17-07-10 03:00 수정 2017-07-10 07:0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주목받는 황창규 회장 아이디어



KT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 확산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현지 시간)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세계 보건 위기 대응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국제적 협력 방안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과정에서 KT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황창규 KT 회장(64)이 각국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에 빅데이터 협력으로 감염병 전파를 막자고 했던 제안이 국제무대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G20 공동선언문에 보건 관련 문구가 담긴 것은 에볼라, 메르스 등 각종 감염병의 확산이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래를 위한 세계 건강위협 프레임워크위원회(GHRF)’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잠재적인 감염병 위협이 전 세계에서 연평균 600억 달러(약 69조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끼친다”고 추산했다.

KT는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함께 세계 최초로 감염병 발생 지역을 방문한 여행자의 로밍 데이터를 분석해 검역에 활용하는 ‘스마트 검역 시스템’을 구축했다. 통신사 고객들은 감염병 우려 국가를 방문하거나 경유한 뒤 귀국하면 감염병 예방 및 신고 요령을 문자메시지(SMS)로 전달받는 방식이다.

현재는 초기 단계지만, 관련 기관과의 데이터 수집 등이 더욱 활성화되면 감염병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기 대응하는 게 가능해진다. 질병관리본부에 전염병 위험지를 다녀온 환자가 관련 약품을 처방한 기록이 뜰 경우 추가 검사를 한 뒤 관련 질병의 확진 판정을 내리고 격리 등 감염병 특별 대응을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유엔에서 전염병 확산방지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 KT제공
KT가 전염병 확산 방지에 눈을 돌린 것은 2014년 국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이통사가 보유한 위치 정보와 해외 로밍 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전염병의 국내 전파 경로를 추적,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황 회장은 이 기술을 지구 전체에 적용하면 국가 간 감염병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국제회의 등의 공식 석상에서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아이디어를 피력했다.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지도자회의’에서 황 회장은 “전 세계 이동전화 이용자(약 73억 명)의 해외 로밍 정보를 분석하면 감염병 전파 경로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 800여 통신회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어 올해 5월 ‘B20 서밋(각국 경제 대표단이 참여하는 G20 연계 회의)’에서도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치면 세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와 지카바이러스 등의 감염병 확산을 경험한 각국 통신사들도 최근에는 황 회장이 낸 아이디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KT는 케냐,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감염병 확산 방지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황 회장은 6일 동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 5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B20 서밋 발표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며 “이민자와 난민들이 늘고 있는 유럽에서는 감염병 확산 방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 회장은 이날 5세대(5G) 관련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통신료 인하가 통신사들의 5G 투자 여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회장은 “중국이 5G에 200조 원, 일본이 6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각국이 5G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을 잉태하는 기본 인프라인 5G에 적극 투자해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회로 5G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어 “5G에 적극 투자해 2025년 우리가 주도권을 쥐게 되면 5G 관련 산업에서 한국에서만 300조 원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약 7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신동진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