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경매 내놓은 작품이 5000억? 낙찰가보다 놀라운 숨은 사연들

김민 기자

입력 2025-12-07 15:47 수정 2025-12-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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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2억3640만 달러(약 3630억 원)에 팔리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공개 경매로 팔린 미술 작품 중 역대 두 번째 높은 가격이었다.

미술 작품은 공개 경매뿐 아니라 갤러리나 딜러의 판매, 경매사의 프라이빗 세일 등 여러 방식으로 거래된다. 이 때문에 경매 최고가라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며, 때로 치열한 경합이 오가고 작품이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경매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하나의 이벤트다. 클림트의 작품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경매봉’을 두드리게 한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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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경매’로 역대 최고가

역대 최고가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500년경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살바토르 문디’로, 2017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20분간 경합 끝에 4억5030만 달러에 팔렸다. 한화로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도 놀랍지만, 드라마틱한 사연도 화제였다.

예수가 투명한 유리구를 쥐고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195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와 단돈 45파운드(약 10만 원)에 팔린다. 이후 복원을 거쳐 옥스퍼드대 학회에서 ‘다빈치 진품’ 인정을 받는데, 이 작품을 러시아 억만장자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스위스 딜러로부터 1억2000만 달러에 샀다. 리볼로블레프는 “스위스 딜러가 작품 가격을 뻥튀기했다”고 뒤에 소송을 걸지만 패소했다.

격분한 리볼로블레프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 이 작품을 내놓는다. ‘홧김에 경매’였다. 그런데 20분간 이어진 경합은 점점 치열해지며 한 번에 2000만, 3000만 달러씩 가격이 올랐다. 결국 사우디 왕자 모하메드 빈 살만의 대리인이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볼로블레프가 산 가격의 4배였다. 급상승하는 가격에 경매장 분위기는 서커스장 같았다고 전한다.

억만장자 택시 기사, 총 맞은 그림

때로는 작품보다 낙찰받은 사람이 더 주목받는다. 역대 4위인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운 누드’(1억7040만 달러)를 2015년 낙찰받은 사람은 중국의 억만장자 류이첸이었다. 류이첸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방 장사와 택시 기사로 생계를 유지하다 1980~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 제약 투자로 재벌이 됐다. 6, 7명과 경합 끝에 손에 넣은 작품을 류이첸은 아내 왕웨이와 세운 미술관 ‘롱뮤지엄’에 보관하고 있다.

5위 작품인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매릴린’(1억9500만 달러)은 실제로 총을 맞아 유명해졌다. 이 작품은 배우 매릴린 먼로를 그린 연작 중 하나인데, 원래 제목은 ‘세이지 블루 매릴린’이다. 이 작품 앞에서 퍼포먼스 예술가인 도로시 포드버가 워홀에게 ‘쏴도 돼?(Can I shoot?)라고 물었고, 이를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들은 워홀이 ‘찍어’(Shoot)이라고 답해 포드버가 그림 속 먼로의 이마에 권총을 쏘았다. 워홀은 그림을 복원한 뒤 제목에 ‘샷’(총 맞은)을 추가했다. 2022년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유명한 화상 래리 가고시안이 낙찰받았다.

이밖에 경매 최고가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억7940만 달러),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 박사 초상’(8250만 달러),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 연구 3부작’(1억4240만 달러), 장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억1050만 달러) 등이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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