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1분기 최대 매출… LCC는 고전, 일부 적자 전환

한종호 기자

입력 2025-05-21 03:00 수정 2025-05-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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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장기화에 업계실적 희비
대형항공사, 화물사업부가 효자
여객 치중 LCC는 외풍에 취약
잇따른 항공사고도 악재로 작용


국내 항공사들의 실적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대형항공사(FSC)들이 1분기(1∼3월)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사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적자 전환하는 등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고환율이 지속되며 항공기 리스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급성장하는 화물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매출액은 각각 3조9559억 원, 1조743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 6.7% 증가했다. 반면 LCC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제주항공의 매출액은 384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5559억 원) 대비 30.8% 줄었다. 또 32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76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티웨이항공도 적자로 돌아섰고, 진에어는 영업이익이 40.8% 줄어든 583억 원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항공사 규모별로 실적이 갈린 주요인으로 고환율 장기화를 꼽는다. 통상 항공기 리스 비용은 글로벌 업체에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회사의 부담이 커진다. 고환율 국면에선 FSC 대비 직접 구매해 운용하는 항공기 비중이 작은 LCC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기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53원으로 전년 동기(1328원) 대비 125원 상승했다.

지난해 말부터 잇따른 항공사고도 LCC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며 소비자들의 기피 현상이 일부 있었고 항공사들이 정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기 가동 시간을 감축하며 수익성도 저하됐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올 1분기 운항 편수를 전년 동기 대비 14% 감축했다.

사업 다각화 여부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부 매출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재고를 비축해 두려는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37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다.

화물사업부 매출은 이전부터 FSC에 효자 노릇을 해왔다. 대한항공은 과거 여객 사업이 부진했던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반도체, 의약품, 전자제품 등 고부가가치 화물을 실어 나르며 실적을 방어했다. 대한항공 화물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2021년 기준 76.5%에 달한다. 최근 중국발(發)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화물 운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화물사업 전망은 당분간 밝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외 항공사가 한국 공항을 통해 실어 나른 화물의 총량은 총 439만5306t으로 2023년 대비 11% 증가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대형항공사와 달리 여객 사업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LCC는 유가·환율·금리 등 조절 불가능한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LCC도 수익성이 높은 중장거리 노선까지 사업을 다변화하고, 화물전용기 도입을 고려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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