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건강 문제로 하차한 이 연극서 곽동연X박정복 ‘열연’ 이어간다
이지윤 기자
입력 2024-11-10 12:55 수정 2024-11-10 12:58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내 인생은 먼지를 뒤집어쓴 백스테이지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애면글면 살면서 ‘진짜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멋진 영웅 서사도 내 몫이 아닌 듯하다. 옆 사람에게 주어진 요행을 목도할 땐 울분과 허무감이 치민다. 우리는 대체 왜 요원한 꿈을 위해 현실에서 분투해야만 하는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미국 극작가 데이브 핸슨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전 회차 전석 매진된 배우 신구, 박근형 주연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제작한 파크컴퍼니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에 오르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두 대역 배우의 모습을 그린다. 연출가 또는 브로드웨이 진출, 별 다섯 개짜리 리뷰이기도 한 ‘고도’를 기다리는 동안 이들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깊이 있게 인생과 예술에 관한 질문과 씨름한다. 시시때때로 역정을 내는 ‘젊은 꼰대’ 에스터 역은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출연한 곽동연이, 어수룩하지만 열정적인 늦깎이 밸 역은 박정복이 맡았다.
묵직한 베케트 원작에 비해 쉽고 가뿐하게 볼 수 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대화가 오가지만 “G.O.D.O.T(고도)에도 ‘신’이 있어” 등 웃음 포인트를 적절히 분산했다. 작품의 메시지도 비교적 친절하게 전달한다. “살면서 자기 인생의 의미를 다 깨닫는 사람이 있을까” 등 직관적 대사가 이해를 돕는다. 다만 공연 후반부에 메시지를 몰아치면서 연기 톤이 급작스레 진지해지는 것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배우 이순재가 출연 중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 작품이다. 그는 에스터 역을 연기하면서 “평생 배우를 하면서 기다림에 대해서는 통달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늦더라도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밝혔다. 두 대역배우를 비춰줄 듯 비춰주지 않는 스포트라이트 뒤편, “인생의 기회는 운명의 장난처럼 갑자기 달려들지. 그러니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어”라는 에스터의 말이 진실되게 다가온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내 인생은 먼지를 뒤집어쓴 백스테이지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애면글면 살면서 ‘진짜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멋진 영웅 서사도 내 몫이 아닌 듯하다. 옆 사람에게 주어진 요행을 목도할 땐 울분과 허무감이 치민다. 우리는 대체 왜 요원한 꿈을 위해 현실에서 분투해야만 하는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미국 극작가 데이브 핸슨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전 회차 전석 매진된 배우 신구, 박근형 주연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제작한 파크컴퍼니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작품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에 오르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두 대역 배우의 모습을 그린다. 연출가 또는 브로드웨이 진출, 별 다섯 개짜리 리뷰이기도 한 ‘고도’를 기다리는 동안 이들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깊이 있게 인생과 예술에 관한 질문과 씨름한다. 시시때때로 역정을 내는 ‘젊은 꼰대’ 에스터 역은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출연한 곽동연이, 어수룩하지만 열정적인 늦깎이 밸 역은 박정복이 맡았다.
묵직한 베케트 원작에 비해 쉽고 가뿐하게 볼 수 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대화가 오가지만 “G.O.D.O.T(고도)에도 ‘신’이 있어” 등 웃음 포인트를 적절히 분산했다. 작품의 메시지도 비교적 친절하게 전달한다. “살면서 자기 인생의 의미를 다 깨닫는 사람이 있을까” 등 직관적 대사가 이해를 돕는다. 다만 공연 후반부에 메시지를 몰아치면서 연기 톤이 급작스레 진지해지는 것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배우 이순재. 뉴스1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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