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조정자가 돼야 할 교회가 오히려 조장자· 유발자가 되면 되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입력 2024-11-07 16:09 수정 2024-11-07 16:10
류영모 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인터뷰
5일 경기 고양 드림하우스에서 만난 ‘나부터 캠페인’ 대표 류영모 목사(전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한소망교회 담임목사)는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나부터’ 국민 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먼저 이 말부터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이념, 지역, 사회, 세대, 성별 등으로 갈려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나부터 캠페인’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2017년 한국 교회의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초기 준비 부족과 코로나19 등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다가 올해 류 목사가 대표로 취임하면서 두 차례의 세미나를 열며 새출발을 시작했다.
류 목사는 “남에게만 자성을 요구한다면 그건 ‘너부터 캠페인’”이라며 “국민 운동을 제안한 교계가 먼저 자성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라고 했다. 캠페인에는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대표총회장, 손달익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전 총회장, 고명진 기독교한국침례회 전 총회장,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 배광식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전 총회장 등 대표적인 교계 지도자들과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류 목사는 “한국 교회가 으리으리한 교회와 수십, 수백만 신도를 추구하는 과거 성장 패러다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탈종교 시대에 신규 유입은 물론이고, 교회를 떠나는 ‘가나안 신자(안나가 신자란 뜻의 조어)’가 급증하는데도 현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 성장 패러다임의 문제 중 하나는 이것이 세 과시로 이어져 또 하나의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
“주장을 대규모 집회란 세 과시로 표현하면 또 다른 갈등만 낳는다고 봐요. 집회 참석자들이 반대편을 마귀로 몰면 반대편도 마찬가지겠지요.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갈라치기의 장이 되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는 교회가 이해관계 때문에 정치와 공생하고, 교단은 지역 정치 성향에 편승하며, 교회 세습 등으로 오히려 사회에서 손가락질받는 현실도 안타까워했다. 류 목사는 “현실적인, 또는 자신들의 성향 때문에 교회가 정권과 결탁하는 것은 타락”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판할 때 비판하지 못하면 죽은 교회가 된다”라고 말했다.
12월 은퇴를 앞둔 그는 자신이 개척한 교회를 목사인 사위에게 물려주지 않고 위원회를 구성해 20여 명의 후보를 추린 뒤 논의와 투표를 거쳐 지난해 3월 일찌감치 후임을 정했다. 류 목사는 “우리 사회에는 교회라면 일반 기업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고, 저는 교회가 설립자의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캠페인의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과거 ‘내 탓이요’ 운동처럼 반짝하고 마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교회가 무슨 능력이 있어 그 많은 사회적 갈등을 다 치료하고 감당하겠습니까. 하지만 교회와 목사는 소리칠 힘은 있지요. 사회가 위기에 빠졌을 때 책임 있는 집단이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조장하면 메시지를 분명히 내야 합니다. 그 소리에 힘이 실리려면 우리 목자들부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만나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야 하겠지요. 그렇게 노력하면 반드시 되지 않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류영모 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갈등 조정자가 돼야 할 교회가 오히려 조장자, 유발자가 되면 되겠습니까.”5일 경기 고양 드림하우스에서 만난 ‘나부터 캠페인’ 대표 류영모 목사(전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한소망교회 담임목사)는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나부터’ 국민 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먼저 이 말부터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이념, 지역, 사회, 세대, 성별 등으로 갈려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나부터 캠페인’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2017년 한국 교회의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초기 준비 부족과 코로나19 등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다가 올해 류 목사가 대표로 취임하면서 두 차례의 세미나를 열며 새출발을 시작했다.
류 목사는 “남에게만 자성을 요구한다면 그건 ‘너부터 캠페인’”이라며 “국민 운동을 제안한 교계가 먼저 자성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라고 했다. 캠페인에는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대표총회장, 손달익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전 총회장, 고명진 기독교한국침례회 전 총회장,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 배광식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전 총회장 등 대표적인 교계 지도자들과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류 목사는 “한국 교회가 으리으리한 교회와 수십, 수백만 신도를 추구하는 과거 성장 패러다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탈종교 시대에 신규 유입은 물론이고, 교회를 떠나는 ‘가나안 신자(안나가 신자란 뜻의 조어)’가 급증하는데도 현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 성장 패러다임의 문제 중 하나는 이것이 세 과시로 이어져 또 하나의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
“주장을 대규모 집회란 세 과시로 표현하면 또 다른 갈등만 낳는다고 봐요. 집회 참석자들이 반대편을 마귀로 몰면 반대편도 마찬가지겠지요.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갈라치기의 장이 되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는 교회가 이해관계 때문에 정치와 공생하고, 교단은 지역 정치 성향에 편승하며, 교회 세습 등으로 오히려 사회에서 손가락질받는 현실도 안타까워했다. 류 목사는 “현실적인, 또는 자신들의 성향 때문에 교회가 정권과 결탁하는 것은 타락”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판할 때 비판하지 못하면 죽은 교회가 된다”라고 말했다.
12월 은퇴를 앞둔 그는 자신이 개척한 교회를 목사인 사위에게 물려주지 않고 위원회를 구성해 20여 명의 후보를 추린 뒤 논의와 투표를 거쳐 지난해 3월 일찌감치 후임을 정했다. 류 목사는 “우리 사회에는 교회라면 일반 기업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고, 저는 교회가 설립자의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캠페인의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과거 ‘내 탓이요’ 운동처럼 반짝하고 마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교회가 무슨 능력이 있어 그 많은 사회적 갈등을 다 치료하고 감당하겠습니까. 하지만 교회와 목사는 소리칠 힘은 있지요. 사회가 위기에 빠졌을 때 책임 있는 집단이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조장하면 메시지를 분명히 내야 합니다. 그 소리에 힘이 실리려면 우리 목자들부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만나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야 하겠지요. 그렇게 노력하면 반드시 되지 않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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