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5만채 공급 카드 된 그린벨트…지정후 93%는 주인 바뀌어[부동산 빨간펜]
이축복 기자
입력 2024-11-07 17:00 수정 2024-11-07 17:00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시작… 도시 팽창 막고 환경 보호 목적
허가 받으면 제한적 개발 가능… 단 공장·판매시설은 안 돼
현 소유주 다수는 규제 이후 매수 추정
5일 수도권 4개 지역(서울 서리풀, 고양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에 있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662만9000㎡를 풀어 5만 채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지로 꼽혀 관심이 높았던 서리풀 지구 규모는 2만 채로 정해졌습니다.
사실 그린벨트 해제 계획이 첫 발표된 8·8 대책 때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공급되는 주택 수가 1만 채 내외 였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1만 채 추가 공급된 것이죠. 2만 채 중 1만1000채(55%)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건 주택 정책인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됩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원한 서울 집값 안정화에 필요한 주택 물량 9500채를 절묘하게 달성했다고 봐야겠네요.
이처럼 최근 그린벨트는 정부 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그린벨트에 관해 알아봅니다.
Q. 그린벨트가 무엇인가요?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취지로 도입되었습니다. 지정되면 건축물을 짓는 것은 물론 토지 개발도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 토지를 다지고(정지) 깎는(절토) 행위와 흙을 쌓는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린벨트는 1971년 1월 도시계획법 개정으로 도입돼 그해 7월 서울을 시작으로 1977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지정됐습니다. 14개 도시권역에 총 면적 5391㎢가 지정됐는데 이는 국토면적의 5.4% 수준입니다. 이 중 수도권은 1566.8㎢, 서울은 166.8㎢입니다. 지방에서는 춘천·청주·전주·제주 등 시가지 팽창 우려가 있는 도청소재지 주변과 마산·진해·울산 등 정부가 추진하는 중화학단지 주변, 그리고 충무·진주 등 관광자원 보전이 필요한 지역 등이 그린벨트로 지정됐습니다.”
Q. 제도 도입 당시 사회적 맥락은 어떻게 되나요?
“그린벨트의 역사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로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면서 환경오염 문제를 겪었습니다. 서울시 인구는 1953년 100만 명에서 1959년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4년 만인 1963년에 300만 명, 5년 만인 1968년 400만 명, 그리고 2년 만인 1970년 5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올해 5월 말 기준 경기 화성시 인구가 100만 명인데 이에 준하는 사람이 매년 서울로 몰렸던 것이죠.
당시 남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서울 팽창은 안보상 위협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이유가 맞물리며 그린벨트가 도입됐고 서로 인접한 도시가 시가지로 연결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Q. 그린벨트 내에서 슈퍼마켓을 지으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그린벨트 지정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허가를 받아 토지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슈퍼마켓,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이 여기에 속합니다. 농구장, 야영장, 산림욕장 등 여가시설도 지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 주민지원사업도 가능합니다.
주거용 건축물은 그린벨트 지정 당시 이미 지어졌다면 증축·개축 등은 허용되지만 신축은 금지됩니다. 도로 개설, 공원 조성 등 공익사업으로 집이 철거되거나 수해 지역으로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인근 다른 그린벨트 내 주택을 옮겨 지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이축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차량 관련 시설 설치도 가능합니다. 수소충전소는 2014년 10월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은 2018년 2월에 허용했습니다. 현재는 택시·전세버스·화물차 차고지에도 수소차·전기차 충전소를 지을 수 있죠.
하지만 공장, 판매시설 등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지을 수 없습니다. 무분별한 입지와 용도변경이 우려되는 민간 소유 시설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Q. 그린벨트 내 비닐하우스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허가 또는 신고 없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논·밭을 갈거나 흙을 바꾸고 새 흙을 넣는 행위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
Q.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무조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건가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1999년부터 그린벨트가 조정되며 2023년 말까지 최초 지정면적의 약 29.8%인 1608.6㎢가 해제됐습니다. 이 중에는 고리원전(120.6㎢), 시화창원국가산단(11.597㎢) 등을 짓기 위한 해제도 포함됩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드론앵커센터를 짓기 위해 2019년 6110㎡ 규모 그린벨트를 풀었고 지난해 8월 준공하기도 했습니다.
각 정권별로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것은 맞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2009년 강남세곡(87만4493㎡), 서초우면(32만2998㎡) 등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뉴스테이(현 공공지원민간임대),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 공급 등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했습니다.”
Q. 그린벨트 내 토지 소유주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 개인은 전체 그린벨트 토지 3719.41㎢ 중 1813.51㎢(약 48.8%)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국가 및 지자체(30.5%), 종중 등 기타(10.8%), 법인(6.1%) 등 순이었습니다.
다만 개발될 가능성이 낮은 땅을 쪼개 비싸게 파는 기획부동산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 성남에 있는 임야로 1개 필지를 4859명이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153억6000만 원에 토지를 매수한 후 기획부동산 33곳이 4859명에게 토지 지분을 쪼개 총 961억7000만 원에 판매한 것이죠.”
Q. 그린벨트는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 아닌가요?
“사유지에 지정된 만큼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실제 대다수 토지 소유주는 규제 사항을 인지하고 토지를 매매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지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소유권이 변경되지 않은 개인 소유 토지가 약 8만8000필지로 구역 전체의 약 7% 수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상속·증여 등으로 최초 소유주의 가족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경우를 추가하면 이보다 비중은 더 높아질 수는 있지만, 대다수가 규제 이후 매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주민 변화는 어떨까요? 그린벨트 지정 당시 거주민 수는 약 9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2022년 기준 이 수는 약 9만4000명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허가 받으면 제한적 개발 가능… 단 공장·판매시설은 안 돼
현 소유주 다수는 규제 이후 매수 추정
5일 수도권 4개 지역(서울 서리풀, 고양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에 있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662만9000㎡를 풀어 5만 채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지로 꼽혀 관심이 높았던 서리풀 지구 규모는 2만 채로 정해졌습니다.
사실 그린벨트 해제 계획이 첫 발표된 8·8 대책 때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공급되는 주택 수가 1만 채 내외 였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1만 채 추가 공급된 것이죠. 2만 채 중 1만1000채(55%)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건 주택 정책인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됩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원한 서울 집값 안정화에 필요한 주택 물량 9500채를 절묘하게 달성했다고 봐야겠네요.
이처럼 최근 그린벨트는 정부 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그린벨트에 관해 알아봅니다.
이축복 산업2부 기자
Q. 그린벨트가 무엇인가요?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취지로 도입되었습니다. 지정되면 건축물을 짓는 것은 물론 토지 개발도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 토지를 다지고(정지) 깎는(절토) 행위와 흙을 쌓는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린벨트는 1971년 1월 도시계획법 개정으로 도입돼 그해 7월 서울을 시작으로 1977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지정됐습니다. 14개 도시권역에 총 면적 5391㎢가 지정됐는데 이는 국토면적의 5.4% 수준입니다. 이 중 수도권은 1566.8㎢, 서울은 166.8㎢입니다. 지방에서는 춘천·청주·전주·제주 등 시가지 팽창 우려가 있는 도청소재지 주변과 마산·진해·울산 등 정부가 추진하는 중화학단지 주변, 그리고 충무·진주 등 관광자원 보전이 필요한 지역 등이 그린벨트로 지정됐습니다.”
Q. 제도 도입 당시 사회적 맥락은 어떻게 되나요?
“그린벨트의 역사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로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면서 환경오염 문제를 겪었습니다. 서울시 인구는 1953년 100만 명에서 1959년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4년 만인 1963년에 300만 명, 5년 만인 1968년 400만 명, 그리고 2년 만인 1970년 5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올해 5월 말 기준 경기 화성시 인구가 100만 명인데 이에 준하는 사람이 매년 서울로 몰렸던 것이죠.
당시 남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서울 팽창은 안보상 위협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이유가 맞물리며 그린벨트가 도입됐고 서로 인접한 도시가 시가지로 연결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1970년 10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논의 자료입니다. 서울시는 1970년 초부터 박정희 대통령 지시 이행을 위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그린벨트 설정을 추진했습니다. 국방부와의 논의 끝에 면적이 일부 조정됩니다. 서울기록원 제공
Q. 그린벨트 내에서 슈퍼마켓을 지으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그린벨트 지정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허가를 받아 토지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슈퍼마켓,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이 여기에 속합니다. 농구장, 야영장, 산림욕장 등 여가시설도 지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 주민지원사업도 가능합니다.
주거용 건축물은 그린벨트 지정 당시 이미 지어졌다면 증축·개축 등은 허용되지만 신축은 금지됩니다. 도로 개설, 공원 조성 등 공익사업으로 집이 철거되거나 수해 지역으로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인근 다른 그린벨트 내 주택을 옮겨 지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이축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차량 관련 시설 설치도 가능합니다. 수소충전소는 2014년 10월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은 2018년 2월에 허용했습니다. 현재는 택시·전세버스·화물차 차고지에도 수소차·전기차 충전소를 지을 수 있죠.
하지만 공장, 판매시설 등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지을 수 없습니다. 무분별한 입지와 용도변경이 우려되는 민간 소유 시설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Q. 그린벨트 내 비닐하우스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허가 또는 신고 없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논·밭을 갈거나 흙을 바꾸고 새 흙을 넣는 행위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
Q.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무조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건가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1999년부터 그린벨트가 조정되며 2023년 말까지 최초 지정면적의 약 29.8%인 1608.6㎢가 해제됐습니다. 이 중에는 고리원전(120.6㎢), 시화창원국가산단(11.597㎢) 등을 짓기 위한 해제도 포함됩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드론앵커센터를 짓기 위해 2019년 6110㎡ 규모 그린벨트를 풀었고 지난해 8월 준공하기도 했습니다.
각 정권별로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것은 맞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2009년 강남세곡(87만4493㎡), 서초우면(32만2998㎡) 등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뉴스테이(현 공공지원민간임대),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 공급 등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했습니다.”
Q. 그린벨트 내 토지 소유주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 개인은 전체 그린벨트 토지 3719.41㎢ 중 1813.51㎢(약 48.8%)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국가 및 지자체(30.5%), 종중 등 기타(10.8%), 법인(6.1%) 등 순이었습니다.
개인이 보유한 그린벨트가 필지, 면적 등 모든 구분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국토연구원 제공
상속, 증여, 매매 등으로 토지 지분을 나눠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유주가 2인 이상인 경우는 15만6496필지로 전체의 12.5% 수준입니다. 다만 개발될 가능성이 낮은 땅을 쪼개 비싸게 파는 기획부동산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 성남에 있는 임야로 1개 필지를 4859명이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153억6000만 원에 토지를 매수한 후 기획부동산 33곳이 4859명에게 토지 지분을 쪼개 총 961억7000만 원에 판매한 것이죠.”
Q. 그린벨트는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 아닌가요?
“사유지에 지정된 만큼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실제 대다수 토지 소유주는 규제 사항을 인지하고 토지를 매매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지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소유권이 변경되지 않은 개인 소유 토지가 약 8만8000필지로 구역 전체의 약 7% 수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상속·증여 등으로 최초 소유주의 가족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경우를 추가하면 이보다 비중은 더 높아질 수는 있지만, 대다수가 규제 이후 매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주민 변화는 어떨까요? 그린벨트 지정 당시 거주민 수는 약 9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2022년 기준 이 수는 약 9만4000명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dongaland@donga.com)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dongaland@donga.com)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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